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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시로바로앉는여자 Mar 23. 2024

시 읽는 아침

책방이 좋은 이유

김혜순 시인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을 받은 날이다. 번역본의 시가 세계에서 인정을 받기란 얼마나 힘든일인걸까 감히 상상해보았다. 우리나라의 시를 영어로 번역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공감받고 인정받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은유작가의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를 읽고 다시 한번 느꼈다

김혜순 시집을 최돈미 시인이 번역했다 (번역가의 힘이 대단히 중요하다. 김혜순 시인은 최돈미 시인과 시를 함께 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새로쓰는 일만큼이나 비중있는 일이다)


꾸역꾸역 두꺼운 시집을 갖고 코박고 보고 멀리서도 보고 어쩔줄 몰라하며 보았던 일주일이 이렇게 보상을 받는다니 세상은 이렇게 이어지고 연결되네 라는 생각에 우쭐한 금요일이었다 

시모임을 하고 간간히 시인에 대하여 공부도 하면서 나는 시를 꿈꾸기 보다 그림책을 꿈꾸었다. 그림책생활 7년차는 그림책과 시가 똑닮은 성격이라 그림책의 그림을 이해하는 행위와 시의 은유와 상징을 이해하는 행위가 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고정순 작가님이 요번 북토크에서 지정해주신 책인 김혜순 시인<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였다.  드문드문 맘에 들어온 시만 붙잡고 있었는데 돌아가며 좋았던 시를 낭독해주시니 모든 시와 문장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오랫동안 병상에 있던 엄마를 보고 보호하고, 원망하고 사랑하고, 주변의 같은 처지에 있는 존재들과 같이 하거나 달리하거나 그런 몸짓들이 시에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전체를 관통하는 시어가 있어 얼마전에 읽었던 시보다 재밌었다고나 할까. 지구를 바라보벼 도는 위성 달. '엄마의 위성은 나' 라는 이야기가 이 시의 전부다.

점점 작아지다 사라지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그 시기가 오면 우리는 어쩔줄을 몰라한다.  생과 사 사이의 다리를 놓아주는 시인 이라고 고작가님이 이야기했다. 슬프하자고 만든 시가 아닌데 사라져가는 엄마라는 존재를 노래하는 일은 시작부터가 슬프다. 


와중에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안받기로 작정했었지만 왠지 오늘은 받고 싶었다. 발음이 많이 샌다. 병원에서 약을 많이 준 모양이다. 그래서 노인치매병원이 맘에 안든다는 거다. 관리하기 편하고자 과다한 약을 투여하는 것 같아서 나는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나서부터 한시도 마음 편할날이 없었다. 일주일만 참으면 익숙한 곳으로 옮기신다. 좀만 참으라고 했는데 아빠는 뭔가 정신이 더 없는 것 같이 이상한 발음으로 그래 그러자 했다. 치매는 안그래도 작아지고 있는 인간을 더욱 보잘 없는 존재로 만든다. 결국 이렇게 형편없어지는 인간인걸... 누가 자기네 마음대로 병이 있다는 이유로 몸과 마음을 조종하는지 싸우고 싶지만  처음 만난 '치매' 는 원래 그렇다고 하는데 원래 그런건 없다. 그래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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