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나는 엄마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 몇 개월 후, 자연스레 새 생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다들 때가 되면 결혼하고, 또 때가 되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줄만 알았다. 결혼, 임신과 출산이 여자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이벤트인지 별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내 인생은 아이의 탄생과 함께 이미 거대한 변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나는 여행을 참 좋아했다.
늘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웠다. 그냥 무작정 노는 게 좋았던 것도 같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뭘 하든 계속 움직이는 것이 편하기도 했고, 새로운 경험에 짜릿한 순간 그 자체를 즐겼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은 대부분 여행을 위해 쓰였다. 회사에 들어가서도 힘에 겹다 싶을 땐 늘 떠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나는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다.
'하아..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 그렇지만 너무너무 이쁘긴 하네.'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을 때 즈음 둘째가 우리에게 왔다. 아이가 둘이 된 이후의 내 몸과 마음의 부담은, 두 배가 아니라 네 배 혹은 여덟 배쯤으로 불어났다. (셋 이상이 되면 오히려 편해진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긴 하다) 이미 한번 거대한 변화를 맛보았던 내 인생은, 또 한 번 방향을 틀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여행을 참 좋아한다.
결혼 전에도, 결혼을 하고 나서도, 아이가 둘 있는 엄마가 되었더라도 여전히 여행은 참 좋다.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래서 지금도 틈만 나면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한다. 이젠 혼자 다니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에,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너 참 대~단하다" 고 유별난 엄마라는 말을 돌려 말하거나, " 너는 여행을 좋아한다기보다, 뭐랄까...그냥 돌아다니는 애란 말이 더 어울려!"와 같은 반응이다. 그래 그래, 나도 인정. 내가 생각해도 에너지가 평균 이상으로 너무 넘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가끔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심플하게 말하자면, 난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플 뿐이다.
언제나 여행 중인 듯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나의 두 아이가 언젠가는 이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주길 기대해본다. 다가올 그 날을 위한 작은 성의로, 아이들과의 크고 작은 떠남 들을 나만의 방식대로 기록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