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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여행중 Dec 27. 2018

아이 둘을 데리고 제주도에 가겠다고?

겨울 제주도 여행 01

둘째 린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1월, 첫째 율의 어린이집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이제 막 100일을 조금 넘긴 갓난아기, 이제 막 5살이 된  아이와 무려 일주일-정확히는 남편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을 빼면 5일-을 버텨야 한다. 날씨라도 따뜻했다면 잠깐의 산책이라도 도전했을 텐데 한겨울이라 그러지도 못하는 신세다. 그리고 양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에, 몇 달 전부터 이 시간들을 두 아이와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갈 때 즈음의 아이들. 율은 더 어렸고 린은 저렇게 작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제주도.


친정아빠가 몇 년 전 퇴직하실 때, '30년 넘게 고생한 기념(?)'으로 친정엄마의 허락을 받아 큰맘 먹고 리조트 회원이 되었는데, 덕분에 가족인 나도 제주도에 숙박을 회원가로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나 혼자 애를 둘이나 데리고 차 렌트해서 어디 다닐 수나 있겠어? 율이 비행기를 타는 걸 워낙 좋아하니 그 핑계로 가서 숙소에만 있다 오는 거지 뭐. 하는 생각으로  숙소와 항공편을 예약했다.

호기롭게 예약은 해두었지만, 솔직히 혼자 둘을 데리고 갈 자신이 없었다.  어차피 날도 춥고 애들은 어려 많이 다닐 수도 없는데, 첫째의 친구라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인 W의 엄마에게 제주도 어떠냐고 슬쩍 물었다. 이 엄마도 방학 때 5살, 6살 연년생 아이들과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던 차에 잘 되었다며, 바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왔다.


"얘네 둘을 데리고 제주도에 가겠다고? 괜찮겠어?"

남편은 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편이지만, 이번엔 좀 걱정이 되는 눈치였다. 아이가 하나였을 땐 내가 율을 데리고 여행을 가겠노라고 하면 "그래 재밌게 잘 놀다 와" 하고 쿨하게 보내주던 남자였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뭔가 좀 좋아하는 눈치이기도 했다) 우리 셋만 보내기에 좀 찜찜해하는 듯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본인이 회사를 마음대로 빠질 수 없으니 방학기간 동안 육아를 전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내 의견을 따를 수밖에.


사실 난 정말로 제주도의 관광지를 둘러보겠다거나 맛집에 가겠다는 원대한 포부 따위는 없었다. 2박 3일 동안 아이들과 사고 없이 무사히 다녀오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단 하나의 소박한 목표였다.
 

이렇다 할 계획도 없겠다 함께할 여행 동지도 있겠다. 부담은 내려놓은 채 어른 둘과 아이 넷의 정신없는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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