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는 여행중 Dec 28. 2018

단 하나의 일정, 아쿠아리움 나들이

겨울 제주도 여행 03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잠자리가 바뀐걸 눈치챈 린이 평소보다 자주 깬 덕분에, 밤새 기억도 안나는 횟수의 수유를 했다. 비몽사몽 했지만 아침을 간단히 챙겨 먹고, 또 한 번 완전 무장을 하고 숙소를 나섰다.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아쿠아플라넷이 있어, 이번 여행의 유일한 일정으로 선택했다. 아이들과도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밤새 눈이 내려가는 길이 미끄러웠고, 중간중간 녹은 곳이 많아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물고기들을 볼 거란 기대에 부푼 우리는 설산을 행군하는 원정대와 같은 모습으로 빠르진 않지만 씩씩하게 걸어 도착했다.


미리 온라인 예매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한 티켓으로 아쿠아플라넷에 입장했다. 린을 위해 유모차 대여를 이용했지만, 신생아를 눕히기에는 빌린 유모차의 사이즈가 적당한 것 같지 않아 짐과 외투를 올려두는 용으로만 사용했다. 율은 아직 동생에게 엄마 품을 양보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은 뭐든 '엄마랑 할래' 병이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왔는데도 이 수조에서 저 수조를 계속 내 손만 잡고 다녔다. 펭귄이며 바다사자, 상어, 큰 가오리, 이름 모를 예쁜 물고기들까지! 오랜만의 아쿠아리움은 너무나도 멋졌다. 매일 집에서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로 정신이 없었는데, 새파란 물속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잠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아기띠 속의 린도 처음 보는 광경이 신기한지 움직이는 물고기들을 두런두런 바라보았다.

아쿠아리움을 맘껏 즐기고 있는 율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들도 시선을 끌었지만, 아쿠아리움을 둘러보는 중간중간 볼 수 있는 해녀 공연, 돌고래 공연도 아이들에게는 큰 재미를 더했다. 특히 해녀 할머니들이 깊은 수조 속으로 잠수해 전복을 따는 모습을 시연할 때는, 엄청 집중한 모습으로 바라보다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아이들이 많이 기대했던 펭귄과 돌고래 공연 시간이 짧았다는 것이다. 동물들의 공연 후에 나오는 외국 배우들의 공연이 더 길어, 수준에 못 미치는 5~6세 우리 아이들은 지루해하기도 했다. 요즈음 동물들의 인권이 많이 중요시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이 동물들의 공연 시간에 작용한 것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보기도 했다.


제주도에 오기 전,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7세 D의 가족도 같은 기간에 제주 여행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서로의 일정을 확인한 우리는 이 날 아쿠아플라넷에서 조우하기로 미리 약속해둔 상태였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있는 동안 D의 가족이 합류해 같이 시간을 보냈다. 매일 보던 사이인데도 다른 공간에서 만나니 반가움이 배가 되었다. 함께 동물들의 공연도 보고 카페테리아에서 점심도 먹으며 반나절 정도 시간을 보냈는데, 짧은 만남이어서 그런지 더 진한 여운이 남았다.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아 거울이 나오면 이렇게 셀카를 찍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기 전, 아쿠아리움 매점에 파는 감귤 아이스크림을 나씩 골랐다. 우리는 흥분한 목소리로 "제주도에는 감귤 아이스크림도 파나 봐!" 하며 아무도 추운 겨울 날씨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손만 씻고 바로 각자의 아이스크림을 집어 물었다. 아침부터 아이들과의 외출로 당 충전이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딱 좋은 타이밍에 맛보게 된 달콤함이었다.

정신없이 어질러진 방안에서 놀고있는 아이들

오후의 남은 시간은 주로 방 안에서 휴식을 하다 리조트 안의 키즈룸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는 율과 W,S는 욕조에서 신나게 물놀이 겸 목욕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작가의 이전글 그래, 힘들지만 잘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