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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양 Oct 22. 2023

쥐뿔도 없지만 포기할 순 없잖아

쥐뿔도 없지만 / 1화. 쥐뿔도 없지만 글은 쓰고 싶어서

SNL 코리아 5 '면접전쟁' 中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난 어디서 경력을 쌓냐'


개그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이 울분에 섞인 외침은 사실 많은 취업 준비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 되었다. 경력을 쌓으려면 취업을 해야 하는데 취업을 하려면 경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는 경력으로 쳐주지도 않는다. 경력 없이도 취업이 되는 신입들은 대부분 특별한 스펙을 갖추고 있다. 해외 인턴쉽 활동이나, 큰 규모의 공모전 대상, 혹은 특별한 자격증이나 하다못해 자격증 숫자라도 많던지 말이다. 아니면 낙하산이라던지. 


취업을 위해 노력해 온 그들의 스펙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취업준비를 해온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박탈감 마저 느껴지는 스펙들이다. 특별함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소수에게 주어지는 자격인데, 특별함이 있어야만 취업이라는 출발선에 설 수 있다. 엄청난 성공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임원이 되겠다는 것도 아닌데, 그저 취업이라는 첫 출발선에 서고 싶은 것뿐인데, 평범한 사람은 그 자리에 서는 것이 너무 어렵다. 


근데 책을 쓰는 저자가 되는 것도 비슷하다. 오늘은 서점에 가서 여러 책들의 작가 소개란을 읽어보았다. 하나같이 특정 분야에서 사회적 지위가 있거나, 혹은 전문가이거나, 그도 아니면 이미 몇 권의 책을 쓴 일종의 '경력직'들이었다. 작가란에 스펙이 없는 작가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요즘에는 사정이 좀 나아진 편이다. 나도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 덕분에 일종의 '비경력자' 작가들도 자신만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통로가 생긴 샘이니까. 그런데 이 마저도 사실 쉽지는 않다. 별 다른 경력 없이도 브런치를 통해 대상을 수상하고 책을 내는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자신의 특별한 삶을 담아내었다. 특이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거나, 채식주의자나 비혼주의자 같은 특별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거나, 때때로 이혼이 소재 거나 늦은 결혼이 소재이기도 하다. 


물론 그분들의 글이 단순히 소재의 독특함 만으로 책을 내게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소재를 떠나서 글 자체를 너무나 잘 쓰는 분들이라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다만, 글을 재미있고 흡입력 있게 잘 써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임에도, 소재의 독특함이 눈길을 끌고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독특한 소재가 없는 평범한 삶은 어떤 소재를 찾아야 하는 걸까? 소재를 가짜로 만들어 낼 수도 없고 말이다. 


그렇다면 역발상이다. 독특한 소재를 찾지 않겠다. 아니, 독특한 소재를 찾지 않는 것이 나의 글의 주제다. 평범함 일상이, 평범한 생각들이, 쥐뿔도 없는 사람의 삶이 글이 되고 책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작가 소개란에 '가진 게 쥐뿔도 없지만 글은 쓰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목표다. 


가진 게 쥐뿔도 없다고 해서,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든 발버둥은 쳐 봐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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