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9월 7일. 23시 45분. 오늘의 에필로그
24년 9월 7일
23시 45분. 오늘의 에필로그
[이상]
'그것은 잘못된 일이야'
'그건 옳지 못한 일이야'
나의 20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말이자, 수많은 사람들과의 불화를 맺어낸 말이기도 하다. 옳고 그름에 대한 나의 기준은 필요 이상으로 확고하여 조금의 타협도 없었고, 그것은 엄격함을 넘어서 고집스럽기까지 했다. 그 고집스러움에 누군가는 지쳤고, 누군가는 상처받았으며, 누군가는 분노했었다. 그럼에도 나의 기준들은 꺾일 줄을 몰랐다.
그것을 확고한 신념이라 여겼었다.
그런 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것은 견고하지도 않았고 튼튼하지도 않았다.
외부의 어떠한 비난에도 꺾이지 않던 무적의 신념은 아주 사소한 계기로 쉽게 부러졌다.
그것은 바로 내부의 균열이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는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고
처음 마주하는 현실 앞에서
내가 옳지 못하다 여겼던 일들을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성과 이상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20대의 내가 있었는데
현실 속 세계에서는 그것을 '어쩔 수 없다' 말하는 30대의 내가 있다.
나는 변해버린 것일까?
어린 날의 나의 말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치기 어린 말이었는가
혹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가볍디 가벼운 '말뿐인 말'이었던 가
혹은,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나에게는 관대한 비겁한 사람일 뿐이었던 가
이상과 신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던 나의 존재는
어느 순간 스스로 쌓아온 행동으로 인해 부정되어졌으며
과거의 나의 말은 현재의 나를 날카롭게 비난하고 있었다.
나의 존재를 증명하려면, 과거의 나의 신념을 부정해야 하며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의 말을 비난해야 한다.
과거의 나의 말과
현재의 나의 행동.
둘 중 하나는 틀려야만 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하니 결론이 쉽게 내려진다.
현재의 나는 멋있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는 나를 원하지는 않으니까.
그러면 틀린 것은 현재의 나.
이상과 신념을 다시 쌓아 올리고
'어쩔 수 없음'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쌓아 올려라.
그것이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방법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