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한 - 하츠미도리 森半 初緑
아 … 차가 맛있게 타졌다.
차선을 젓는 감각에 의하면 오늘은 물이 가볍다.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
고인 비 웅덩이에 신발 밑창만 살짝 수면 위에 얹어 발을 찰랑인 적이 있는가? 마치 그런 느낌이다. 가볍게 찰랑이고, 가루들은 조용히 흩어지고, 손 끝이 아님에도 차선 끝에서 느낄 수 있다. 차와 함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 한 박자 뒤로 한 박자 앞으로 움직인다. 속도가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안되고, 오래 젓는다고 더 맛있어지는 것도 아니니 너무 질질 끌지도 않고. 산뜻한 비 냄새와 손 끝에 스미는 따스한 온기의 차가 식도를 타고 흘러 내려갈 때의 충족감. 물에 젖은 잔디처럼 상쾌한 맛이 돈다.
그럼 그 끝에, 이 여운이 가시기 전에 침향 한 대를 피우고 싶어진다.
한 줄을 다 태우면 그제서야 느긋하게 찻자리를 치우겠다고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