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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Mar 12. 2024

나라는 고객에서 출발하고 만족시키기

비즈니스의 중심은 항상 ‘고객’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케팅과 브랜딩은 ‘고객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도 한다. 말은 쉽지만 이게 정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행동경제학, 소비자심리학, 뇌과학 등 각종 연구자들이 평생에 걸쳐 매진하고 있지만, 인간의 행동과 인식의 과정 등에 대한 비밀을 아직까지 속 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몇 가지 이론들은 인간을 이해하고 시장을 통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불확실성 하에 결정을 내릴 때 손실과 이익에 대해 사람들이 비이성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 이론’이나 자신이 믿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한다는 피터 왓슨의 ‘확증 편향’ 등은 인간의 소비 심리와 행태를 이해하기 좋은 이론들이다. 그 걸 활용해 마케팅적 장치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이론을 적극 활용한다고 해도 실제 마케팅과 브랜딩 활동을 성공시키는 쉽지 않다. 전반적인 구매 심리나 경향을 미리 짐작해 볼 수는 있겠지만, 우리 상품을 잘 알리고 팔릴 수 있게 기여하는 직접적인 고객 심리를 딱 꼬집어 알기는 어렵다. 사실 이런 연구 이론을 응용해 시장에서 성공시켰다는 사례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만큼 인간의 사고와 인지, 의사 결정 과정들은 너무나 복잡하다. 고객의 소비 프로세스는 인간이 이해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 물론 이런 심리학적 난제도 기술의 발달로 밝혀질 날이 올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그 이론을 이용해 다 똑같은 방식으로 마케팅과 브랜딩을 해나가는 사례도 많아질 것이다. 유행처럼 번진 새로운 지식을 복제하듯 쓰다보면 다 같은 결과값이 나오고 그건 차별성이 사라져 모두가 망하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알기도 다루기도 어렵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멀리가지 말고 가까이에 있는 걸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멀고 어려운 ‘고객’이라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는 먼저 ‘나’라는 사람이 가진 마음을 이해해 보는 노력을 해 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내가 좋게 느껴졌던 것들에 대해 더 깊이 살펴보고 분석해 본다. 결국 나라는 존재도 하나의 고객이니까. 리서치 비용도 필요 없고, 긴 시간이 들어가지도 않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내 소비 욕구를 세세히 살피다 보면 그 안에서 나라는 고객의 마음을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나와 같은 많은 고객의 마음 또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연구보다 훨씬 접근이 쉽고 간단한 조사 방법이다. 쥐나 동물 실험에 의지하는 뇌과학 실험보다 훨씬 윤리적이고 착한 실험이다. 나라는 고객의 생각과 느낌이 더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별로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권하는 것만큼 민망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해 봐도 좋을만한 브랜드는 남들에게도 대체로 괜찮다. 그걸 추천해야한다. 그렇다면 멀리서 답을 찾을 필요 없지 않을까. 브랜드를 테스트해보면서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 그 브랜드의 경험이 진정으로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만약 흡족하다면 일단 절반의 성공은 한거나 다름없지 않을까. 그러니 브랜드 선호도나 가치에 대한 의견이 궁금할 땐 대상을 찾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려운 '남'이라는 고객말고 '나'라는 고객에서 출발해보자. 그렇게 피드백을 계속 받아가면서 어떻게 하면 나라는 고객을 지금보다 만족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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