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의 중심은 항상 ‘고객’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케팅과 브랜딩은 ‘고객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도 한다. 말은 쉽지만 이게 정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행동경제학, 소비자심리학, 뇌과학 등 각종 연구자들이 평생에 걸쳐 매진하고 있지만, 인간의 행동과 인식의 과정 등에 대한 비밀을 아직까지 속 시원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몇 가지 이론들은 인간을 이해하고 시장을 통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불확실성 하에 결정을 내릴 때 손실과 이익에 대해 사람들이 비이성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 이론’이나 자신이 믿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한다는 피터 왓슨의 ‘확증 편향’ 등은 인간의 소비 심리와 행태를 이해하기 좋은 이론들이다. 그 걸 활용해 마케팅적 장치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이론을 적극 활용한다고 해도 실제 마케팅과 브랜딩 활동을 성공시키는 쉽지 않다. 전반적인 구매 심리나 경향을 미리 짐작해 볼 수는 있겠지만, 우리 상품을 잘 알리고 팔릴 수 있게 기여하는 직접적인 고객 심리를 딱 꼬집어 알기는 어렵다. 사실 이런 연구 이론을 응용해 시장에서 성공시켰다는 사례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만큼 인간의 사고와 인지, 의사 결정 과정들은 너무나 복잡하다. 고객의 소비 프로세스는 인간이 이해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 물론 이런 심리학적 난제도 기술의 발달로 밝혀질 날이 올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그 이론을 이용해 다 똑같은 방식으로 마케팅과 브랜딩을 해나가는 사례도 많아질 것이다. 유행처럼 번진 새로운 지식을 복제하듯 쓰다보면 다 같은 결과값이 나오고 그건 차별성이 사라져 모두가 망하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알기도 다루기도 어렵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멀리가지 말고 가까이에 있는 걸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멀고 어려운 ‘고객’이라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는 먼저 ‘나’라는 사람이 가진 마음을 이해해 보는 노력을 해 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내가 좋게 느껴졌던 것들에 대해 더 깊이 살펴보고 분석해 본다. 결국 나라는 존재도 하나의 고객이니까. 리서치 비용도 필요 없고, 긴 시간이 들어가지도 않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내 소비 욕구를 세세히 살피다 보면 그 안에서 나라는 고객의 마음을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나와 같은 많은 고객의 마음 또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연구보다 훨씬 접근이 쉽고 간단한 조사 방법이다. 쥐나 동물 실험에 의지하는 뇌과학 실험보다 훨씬 윤리적이고 착한 실험이다. 나라는 고객의 생각과 느낌이 더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별로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권하는 것만큼 민망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해 봐도 좋을만한 브랜드는 남들에게도 대체로 괜찮다. 그걸 추천해야한다. 그렇다면 멀리서 답을 찾을 필요 없지 않을까. 브랜드를 테스트해보면서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 그 브랜드의 경험이 진정으로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만약 흡족하다면 일단 절반의 성공은 한거나 다름없지 않을까. 그러니 브랜드 선호도나 가치에 대한 의견이 궁금할 땐 대상을 찾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려운 '남'이라는 고객말고 '나'라는 고객에서 출발해보자. 그렇게 피드백을 계속 받아가면서 어떻게 하면 나라는 고객을 지금보다 만족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