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주로 어디서 주문하시나요? 저는 오래전부터 줄곧 알라딘에서 주문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책 보유량이 가장 많다는 예스24나 믿음직한 교보의 분위기에 흔들려서 몇 번 바꿔보기도 했는데요.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고, 결국은 알라딘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더군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예전 회사에서 알라딘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 때문이 가장 클 것 같습니다. 브랜드 디자이너 5년차 정도 되었을 때, 가득한 열정으로 디자인 스케치를 수백 개씩 하던 시절에 알라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알라딘이라는 회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공부해보고, 세상에 있을 법한 알라딘 램프는 모조리 찾아서 그려봤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알라딘이라는 브랜드가 제 머리와 마음에 깊이 들어왔을 것입니다. 그 경험은 예스24나 교보가 따라갈 수 없는 친근한 느낌을 만들어냈을 거고요.
책을 고르는 건 상당히 섬세한 취향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 같은 기호식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을 고르고 선택하는 건 내 생각과 취향을 가장 뚜렷하게 표현하고 드러내는 고유한 행위잖아요. 왜 읽고 싶었는지, 어떤 이유로 구입하게 되었는지, 책은 그런 개인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같은 책을 사더라도 어디서 어떤 마음으로 샀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지더라고요.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니 일부 장르에서는 쿠팡이 알라딘뿐만 아니라 예스24와 교보까지도 제쳤다고 합니다. 보고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예요. 이런 추세라면 쿠팡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이 알라딘을 뛰어넘었다는 소식도 곧 들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책을 쿠팡에서 사는 게 좀 받아들이기 어렵더군요. 계란이나 과일 등 식재료를 매일매일 사는 곳에서 책을 사는 게 말이에요. 동네 시장에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책을 사는 기분이랄까요? 카페라면 모를까, 그런 곳에서 책을 사고 싶지 않거든요.
이상하게도 주식이나 은행 거래를 하는 토스 앱에서 사과도 사고 고기까지 주문하면서, 쿠팡에서 책을 사는 게 왜 그렇게 어색한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책과 알라딘에 대한 저의 마음과 인식이 흘러가는 과정이 바로 '브랜딩'이겠죠. 그리고 그걸 통해 제 인식에 들어온 것이 알라딘이라는 '브랜드'가 되는 겁니다. 그냥 배송의 편리함만으로는 쿠팡이 최고의 브랜드이긴 하겠지만, 쿠팡이 매출로 알라딘을 넘어서더라도 저에게는 여전히 알라딘이 마음속 1등 인터넷 서점일 거예요. 책을 빠르게 배송받아 보면 되는 게 아니라, 책을 고르고 사기까지의 과정과 경험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브랜드는 알라딘이니까요.
제게 이런 인식과 애정이 생기기까지는 제가 모르는 알라딘의 노력도 있었을 겁니다. 물론 앞서 얘기한 제 특별한 경험의 힘도 작용했을 테고요. 어쨌든 '책은 꼭 알라딘'이라는 저만의 관념은 앞으로도 이변이 없는 한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라면 알라딘이라는 브랜드가 저에게 어떤 마법을 부린 건지 참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