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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캣 Oct 30. 2024

나무위키로 알아보는 조현병의 실제 2

사실 이 이야기에는 숨은 캐릭터 D가 있다. D는 밀정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여자로 대학 시절 때 조건만남을 해서 그 이야기를 인터넷에 연재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후에도 페미니즘, 퀴어, 성노동 이론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작업을 하고 있다. D는 10년 전에 A와 같은 독서 모임에 속해 있었다. A는 D가 교보문고에서 책을 훔친다는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것을 듣고 그에 대한 연락을 끊고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A가 B를 만났을 때, 사실은 D도 B와 아는 사이였다. 둘은 성매매 업소를 차려서 트위터로 미성년자를 꾀어 '성노동' 실험을 하려고 기획했다. 하지만 정신이 나간 둘이 업소를 운영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업소는 서서히 망해갔고 다행히도 그녀들의 마수에 걸려든 미성년자도 얼마 없었다. 세상에는 B나 D만큼 미친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A는 트위터에서 여자들을 만나다가 우연히 D와 접촉하게 돼 오프를 했다. 오프에서 본 D의 외모는 상당히 부족한 상태였기에 A는 D와 어떤 썸씽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D가 A를 알아보고 혹시 10년 전에 독서모임에 나오지 않았느냐고 물어왔다. A는 당황하며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D와 연락을 끊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당시에 자신이 독서모임을 다른 사람에게 비방했던 사실을 변명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음,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아무튼 A와 B, D는 서로 얽히고 설킨 사이였고 D라는 인물이 의외의 키맨이었다는 점만 짚고 넘어가자. B가 죽은 후 D는 A와 B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척 궁금해했다. 하지만 A는 더이상 B와 관련된 사람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A는 이 모든 사건을 잊고 싶었고 자신도 어쩌면 이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지워지길 원했다. 


A는 어느날 베트남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고 그곳에서 무비자로 묵을 수 있는 만큼 머물기로 했다. 베트남에는 A의 친구인 지미가 있었고 그는 A가 베트남 생활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줬다. 지미는 호치민 국제 공항 근처에서 비행기 착륙, 이륙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오타쿠였다. 지미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녀는 한국식 룸살롱인 KTV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일하지 않을 때는 독립영화를 찍었고 가끔 자신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돌아다녔다. 


A와 지미는 낮에는 지미 여자친구의 영화 찍는 걸 도와주다 밤이 되면 그녀가 일하는 KTV에 가서 술을 마셨다. 베트남이라고 해서 무조건 물가가 싼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A는 지미와 함께 다니면서 배웠다. 여기서 비싼 술은 한국에서도 비쌌다. 베트남에서 싼 음식은 한국에서도 쌌다. 물가의 세계화. 굳이 말하자면 비-탈식민지화된 물가 체계에서 A와 지미는 물마시듯 술을 마셨다.


지미는 A에게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언젠가는 스위스에 가서 알프스 산을 배경으로 비행기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A는 알프스 인근에는 공항이 없다고 알려주고 싶었지만 굳이 지미도 충분히 아는 사실을 입밖에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A는 술에 취하면 B의 이름을 조용히 되뇌이다가 호치민 시내를 미친듯이 떠돌아 다녔다. 지미는 그러다가 죽은 사람을 한트럭 알고 있었지만 A를 말리지 않았다. 사람이 죽고 싶다면 죽게 내버려 두는 게 수다. 자기자신으로부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 자살을 하려 한다면 칼을 빌려줘라. 죽어서도 고마워할 것이다.


A는 베트남에 있는 동안 병원에 가지 못했고 우울증과 공황장애와 망상이 심해졌다. 하지만 이 모든 정신과적 질병을 한큐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술이었다. 술을 마시다가 미친 사람은 있어도 미친 사람이 술을 마시고 정상이 되는 경우는 없다. 이 또한 진실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진실이 숨어있다. A는 자신이 그 진실들을 다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나중에는 자신이 한국의 대통령 후보라는 망상에 빠져 허우적댔다. 하지만 베트남의 한인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A가 미친사람으로 취급당할 일은 없었다.


지미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했고 A 또한 베트남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둘은 엉터리 영어로 소통했고 말이 전혀 통하지 않을 때는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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