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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캣 Oct 31. 2024

나무위키로 알아보는 조현병의 실제 3

나무위키는 파라과이에 서버와 본사가 있다. 아순시온이라는 도시. 정지돈은 나무위키의 본사를 찾아 떠난 어떤 마약상에 대한 소설을 썼다. 허무맹랑했고 별로 문학성이 있다고 하기 어려웠다. 한국인은 마약상이 되기 어렵다. 대개 마약상은 남미계나 흑인이 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소매로 팔 뿐 도매상이 되기에는 배포가 크지 않다.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마약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다는데 그들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A는 베트남에서 지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더이상은 B와 얽히지 않아야겠다는 것. D는 상종을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는 것. 이제 한국에 돌아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A는 베트남으로 떠나온 것처럼 다시 한국으로 귀국해 자신의 작은 오피스텔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 틈사이로 작은 카드 같은 것이 들어와 있었다. 


오피스텔 파티클럽.


겉에는 단순히 이런 문구만 쓰여있을 뿐 다른 설명은 없었다. A는 습관대로 재활용 봉지에 던져 놓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날 저녁 다른 집에서 무척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술을 마시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이 오피스텔에 그런 일은 없었다. A는 혹시나 해서 재활용 봉지를 뒤져 카드를 찾아냈다. 오피스텔 파티클럽이라고 쓰여진 문 뒤에는 오늘 날짜와 지금 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방의 호수도 같이 쓰여 있었다. 


A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서 해당 방 앞까지 갔다. 안에서는 시끄럽게 노래를 틀어두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 A가 살고 있는 건물은 방음이 잘 되기 때문에 그다지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층간소음이라고 해봤자 가끔 나는 쿵 하는 단속적인 소리들 뿐이었다.


어쩐지 문이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들어 A는 손잡이를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는 대여섯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스탠딩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반기는 것처럼 A를 받아들였다. A에게 술이 담긴 컵을 쥐어주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안주를 건넸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이미 이런 종류의 파티를 수없이 개최해왔고 서울 각지의 오피스텔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오늘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맨 처음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오피스텔에서 무료했던 한 남자일 수도 있고 친구들끼리 먹던 술자리가 확대된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평일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6시가 넘은 시각에 이들은 그때마다 달라지는 장소에 모여 파티를 벌인다는 것이다. 다들 이 모임이 오피스텔 파티클럽이라고 알고 있었다.


A는 술을 한잔 천천히 마시며 옛날에 홍대에 존재했던 같은 이름의 밴드를 떠올렸다. 매스락과 슈게이징을 합친 음악을 하던 그들은 몇년 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나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들이 아주 흥미로운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밴드 오피스텔 파티클럽의 보컬은 J라는 이름의 남자였는데, 사실 그가 남자인지 아니면 남자인 척 하는 여자인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처음 밴드를 시작한 건 그였다. J는 차츰 공연을 하면서 멤버들을 모았고 마지막에는 4인조로 활동하며 인기를 얻었다.


B는 밴드 오피스텔 파티클럽의 음악을 아주 좋아했다. 그들의 곡 중에는 이름이 없는 긴 연주곡이 많았다. J는 아무런 멘트도 없이 음악을 연주했다. 사람들은 밴드 오피스텔 파티클럽이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았기에 그 곡의 이름이 무엇인지 혹은 그 곡이 정식으로 발매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사람들은 그 곡이 아주 우울하고 길다는 것 말고는 다른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밴드 오피스텔 파티클럽은 공연이 끝날 때마다 이름없는 그 곡을 길게 연주했다. 


사람들은 때문에 그 곡을 '그 곡'이라고 부를 뿐 다른 이름을 붙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유튜브에 녹음돼 올릴 때에도 제목은 '그 곡'이었다. A는 B와 함께 밤을 지샐 때 '그 곡'을 들으며 행복감에 젖었다. A는 B로부터 완전히 이해받고 있다고 생각했고, B는 A를 조현병 환자라고 생각횄다. 둘의 생각이 차이나는 만큼 파국은 빨리 왔다. 


B가 성매매 업주와 사실혼 관계에 있을 때 A는 B를 찾아 지방 소도시를 헤매곤 했다. B가 어디선가 홀복을 입고 에프킬라를 들고 모기를 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A는 B를 결국 찾지 못했다. 하지만 A의 상상 속에서는 항상 A는 B를 만난다. 둘은 에프킬라를 의자에 놓아두고 석양을 향해 걷는다. 아마 이 이야기에서는 성매매 업주 얘기를 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성매매 업주는 B를 여자친구이자 아내이자, 첩이자, 엄마이자, 친구로 생각했고, B가 원하는 만큼 혁대로 살갗을 때려줬다. B는 자신이 매저키스트라고 생각했고 물론 매저키스트라는 용어 외에도 디그레이더니 뭐니 하는 다양한 용어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B는 학대당하는 것을 즐겼다. 가끔 자신의 시퍼렇게 혹은 샛노랗게 된 등을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리곤 했다. 오늘도 행복한 성노동자 B는 그렇게 업주에게 주기적으로 맞으며 손님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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