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행복해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익숙해진다. 익숙함은 과거에 맛본 만족감을 희미하게 만들고 감흥을 없앤다. 그래서 한때 매력을 느꼈던 것도 익숙해지면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는다." <모든 삶은 흘러간다>中에서
사람은 욕망은 채우고 싶어 한다. 소유하지 않은 것에 대한 열망. 욕망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 점차 수그러든다. 컵을 채우는 맥주 위의 하얀 거품이 점차 수그러드는 것처럼. 잘 알아서, 때론 익숙함에 혹은 이미 손에 넣었기에 본연의 가치가 사라진 것이 아님에도 더 이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익숙함에 속아 더 이상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
인간관계든 사회적 성취이든 익숙함에 무뎌지는 시작은 늘 같다. 익숙함에 무뎌져 가치의 의미를 잊게 되는 곳은 언제나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부터이다. 매일, 혹은 언제든 곁에 있다는 안도감이 본연의 가치의 의미를 무뎌지게 만든다. 살다 보면 잃어버린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시기가 오게 마련이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삶의 알아차림이랄까?
요즘 사람들은 성장하는 삶에 필요한 게 무언인지를 계획하고 살피느라 바쁘다. sns 속 넘쳐나는 마케팅과 정보 공유에 나도 올라타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무언의 압박감. 이미 가진 것에 대한 가치를 음미할 새도 없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채우느라 급급하다. 나의 지난 시간들이 그랬듯이... 꽃을 들고도 향기를 맡는 시간조차 사치처럼 느껴졌다. 카페인에 의지해 각각의 색을 가진 나의 역할을 하며 새벽을 이겨내는 게 일상이었다. 그저 채우느라 바빴다. 오늘의 가치를 내일을 향한 희망고문으로 바꾸기를 자처했던 것이다.
소유하고 있기에 더 이상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던 그 모든 것. 익숙해져 더 이상 매력으로 느끼지 못했던 그 모든 것. 오늘은 낯설게 다시 마주 하고 싶다. 잃어버렸던 감동, 행복, 아름다움 모든 삶이 흐르듯 나의 지난 시간들도 모두 흘러간다. 삶의 어느 날 문득 뒤 돌아봤을 때 태양이 비춰 은은하게 빛나는 바다처럼. 잔잔하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소중함의 의미를 익숙함으로 덮어 등한시하는 순간 잃어버리게 된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