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 소개팅할래?"
주인공
이름: B
나이: 20대 후반
직업: 프리랜서 작가
특징: 인생 재밌게 살고 싶은 사람
그렇다. 제목 그대로이다. 나는 분명 애인을 구하고 있었는데, 직장을 구해버렸다.
그러니까 이 엉뚱한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전화를 받자마자 친구가 대뜸 말했다. 소개팅이라고? 사실 연애를 하지 않은 지 6년이 넘긴 했다. 그렇지만 딱히 외롭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혼자인 채로도 나의 삶은 그럭저럭 괜찮았으니까.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여행 가고… 프리랜서 작가라는 직업을 달고부터는 더더욱 혼자인 게 편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단순히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만이 연애의 전부가 아니라고들 말했지만, 나는 그 외의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당시의 나는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에 전혀 여유가 없었다.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유지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고, 유학을 하며 전공이 아트로 바뀌는 바람에 디자이너로 전향을 하는 것도 애매해졌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다 갑작스레 모든 것이 변했다. 올해 4월, 재학 중이던 프랑스 대학의 졸업 심사 준비로 한참 고통에 빠져 있던 나는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여전히 모두가 고통받고 있는 그 이유 때문에. 부모님은 사상 초유의 블록 버스터급 재난 상황 속에서 먼 타지에 홀로 남겨진 나를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셨고, 나 또한 불투명해진 졸업 일정과 유럽 전역에 퍼진 아시안 혐오에 대한 불안으로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일단 살아남아야겠어. 그렇게 결심을 하자마자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인천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나의 삶은 180도 변했다.
6년 만에 온전히 맞이하는 한국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그 어떤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뒤돌아서면 항상 두 팔 벌려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게다가 새로 출판한 책도 반응이 좋아 줄었던 수입도 다시 조금씩 늘어났다. 졸업도 무사히 하게 됐고, 작가로서도 자리를 잡는 것 같고, 작업을 하다 보니 디자이너 로서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이 보였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찰랑이던 마음의 그릇이 조금씩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너무 행복하고 충만해. 모두가 나를 사랑해줘. 그러니 나도 이제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해도 괜찮겠는 걸...?
한 번 떠오른 생각은 지워지지 않고 계속해서 머릿속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연애가 귀찮니 뭐니 해도 남들이 모두 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내가 딱히 연애를 기피하는 것도 아닌데 누리지 못하며 살 건 뭔가. 혼자여도, 같이여도 청춘의 세월은 똑같이 스쳐 지나가는데 기왕이면 하나 보단 둘이 나은 거 같기도 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하나 보단 1+1 상품이 더 좋지 않은가.
그때부터 나는 친구들에게 나의 연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6년이면 충분히 솔로 생활을 즐겨 본 것 같아. 이제는 사랑이란 것을 다시 믿어 봐야겠어. 난 이제 취직도 하고, 연애도 할 거야. 그러자 나의 착한 친구들은 내 이상형을 물어보며 꼭 소개팅을 시켜 주겠노라 맹세했다. 그렇게 세 달이 지났을까. 친구는 정말로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너 소개팅할래? 나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소개팅?... 뭐어-
그래!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