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의 천국 우한
중국을 도착하고 일주일 정도는 거의 밥을 먹지 못했었다. 길가에서 풍기는 취두부 냄새 및 한국에서 느껴보지 못한 향신료 등 중국 음식에 대한 편견이 생겨있었다. 어느 날 길가에서 볶음밥을 만드는 것을 보고 맛있어 보여 너무 배고파 시도해 보았다. 첫 숟가락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여태 가지고 있던 편견들이 무너졌다. 한국에서 느껴보지 못한 제대로 된 중국식 볶음밥이었다. 고슬고슬한 밥과 달걀, 돼지고기와 숙주가 여러 가지 중국식 조미료와 어우러져 최고의 한 끼였다. 배고파서 순식간에 다 먹었다. 그 후 하나씩 하나씩 도전하게 되었고 모두 성공적이었다. 이전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들은 우리 입맛에 맞지 않고 처음 중국 음식을 접할 때 거부감이 많은 음식들이었던 것이다.
우한은 조식의 천국이다. 우한을 대표하는 조식 중 1등은 나에게는 항상 러깐미엔(热干面)이다. 사실 내가 있을 당시에는 중국 내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잘 몰랐던 음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중국 10대 면요리 중 당당하게 1등을 차지하고 있다. 러깐미엔은 참깨소스를 면과 버무려 먹는 음식이며, 한자 마를 건(干)이 있는 것처럼 국물이 없고 뻑뻑하다. 심지어 면조차도 따뜻하면서 뻑뻑한 식감이다. 절인 껍질콩과 매콤한 소스를 원하는 만큼 넣게 되면 참깨소스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뻑뻑한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준다. 그런 뻑뻑한 식감은 즐기지는 않지만 유독 러깐미엔은 뻑뻑하지 않으면 아쉽다. 처음에는 무슨 맛인지 잘 몰랐었다. 그저 참깨맛이 나는 면요리일 뿐 아무런 매력을 못 느꼈었고 오히려 맛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찮게 두 번 세 번 먹게 되더니 중독될 정도로 자주 사 먹었다. 아침잠이 많은 내가 러깐미엔을 먹으러 교문 밖을 나갈 정도로 좋아했다. 러깐미엔은 부산의 돼지국밥처럼 가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우한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 촌인 후부샹에 가면 러깐미엔의 원조집이 있었는데, 그곳은 나에게는 평범한 맛이었다.
러깐미엔을 제외하고 다른 조식들도 많이 있다. 그중 우한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또우피도 한국 사람 입맛에는 정말 잘 맞을 것이다. 얇은 피 속에 찹쌀밥과 고기, 표고버섯, 죽순이 들어가 있는 게 일반적이다. 정말 무난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이고 심지어 맛도 좋아 우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우한은 주변에 호수가 굉장히 많다. 호수에는 연꽃과 연잎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연근을 재배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의 연근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며 굉장히 신선한 맛이 있다. 한국은 연근 조림을 많이 해 먹는 반면, 우한에서는 연근을 탕에 많이 넣어 먹는다. 연근과 돼지갈비를 함께 넣고 푹 끓인 파이구오우탕은 한국의 국처럼 깊은 맛을 자랑한다. 길에서는 도자기 같은 작은 그릇에 담아 팔기 때문에 먹기도 편했다.
우한 음식들은 사천음식, 상해음식, 호남음식과 같이 특색이 짙지는 않다. 하지만 외지인들이 오면 항상 이야기하는 게 오리목이다. 오리목뿐만 아니라 오리, 닭 각종부위들을 마라로 절여 만든 맛인데, 나 같은 맵질이는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먹다 보면 어느새 중독되어 있다. 요즘 한국사람들이 마라탕에 중독되는 것과 같다.
사실 위와 같은 음식들 이외도 정말 맛있는 음식들이 많은 곳이 우한이다. 백종원 대표님이 뜬금없이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우한 편을 찍은 것도 이해가 될 정도로 음식이 다양하다. 관광으로 온다면 먹방을 위해 오는 것도 추천한다.
다음 글은 일반적인 중국 현지 음식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