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문 Nov 10. 2021

홈스타일링 잔혹사2

“집은 그냥 집이지”

집은 그냥 집인가요?


홈스타일링 디자이너님을 만나기  준비자료 요청을 받았다. 나는 기다렸다는   판타지를 쏟아냈다. 오늘의 집에서 언젠가부터 스트랩해둔 이미지들과 핀터레스트의 이미지들, 그로도 표현되지 못할  같아 글로  로망을 풀어낸 장문의 카톡을 전송했다.


날것의 집안 사진을 보내고 켜켜이 쌓아둔 나의 판타지들도 함께 본 얼굴도 못본 그 포토폴리오 속 그 분이 나를 구원하리라 생각하며 미팅날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그 즈음은 아기가 10개월이 될 무렵이라 어린이집을 조금씩 갈 무렵이라 잠깐의 여유가 났다. 청소기를 돌리고 식탁 위를 치우고 유튜브 카페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렸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ABC안 도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다행히 인상이 좋은 아름다운 분이었고 세 아이의 엄마라고 하셨다. 도면과 이미지를 보고 내가 원했던 ‘방대한 아름다운 육아의 집’인지 알 수 없었다. 실제로 그게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확실한 건, 확실한 답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말 언니같았다. 살림을 알려주는 언니같았다. 그래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고마움으로 커피를 몇 모금 마셨던 게 기억난다.


사실 처음 신혼집을 구하고 이런저런 새 살림을 들이면서도 위치는 생각하지 못하고 물건들 품목만 고민했다. 살림에 대해서는 정말 젬병이었고 신랑은 더한 사람이어서 나에게 전적으로 일임한 상태였다. 밥솥 위치가 어디일지 커피머신과 에어프라이기는 어디갈지가 늘 애매해서 스스로 답답함이 있었지만 결혼과 동시에 아기가 생기며 살림의 고민은 임신과 육아의 고민의 뒤편으로 밀려 지금까지 온 상태였다.


구축 아파트라 어쩔 수 없겠거니, “집은 내 자아를 표현하는 곳이 아니라 그냥 집이지” 이사가게 되면 더 예쁘게 살아야지 했지만.. 아기가 이제 어린이집을 가고 돌이 되가려하는데 현재를 보류하며 이렇게 살순 없겠다싶었다. 지금 이 현재도 단정하고 예쁘게 살고 싶었다.


내가 원했던 우리집 카톡 장문 메세지


: 깨끗하고 수납이 잘되고 아늑하면서도 유럽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는 아기와 함께 사는 행복한 집.


거실

: 아기가 안전하고 마음껏 기어다녀도 만져도 괜찮은 집. 거실에는 놀이공간과 스스로 책을 빼서 보는 책장과 엄마아빠 책장이 있어 함께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노는 공간이면 좋겠다. 그러면서 아늑하고 유럽적인 느낌의 공간.


부엌

: 부엌 요리공간이 좁으므로 아일랜드 키친식으로 활용. 화이트톤으로 깨끗하지만 우드소품으로 포인트를 주고, 분유포트와 밥솥 전기포트, 그리고 커피머신와 홈카페 공간을 따로 만들어 수납할 수 있는 일본식 공간.


안방

양쪽 머리맡에 벽에 등을 달아 분위기를 내고 화장대에 이국적인 식물을 배치해 호텔식으로 분위기 내기. 안방침대 옆에 아기침대가 있어 아기침대 위에는 아기에 맡은 예쁜 등과 모빌이나 포인트를 주기.


사진들을 놓을 선반들과 부부와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작은 방의 수납 잘 된 옷장과 프라이빗한 침실, 욕조와 놀이 공간으로 정리한 베란다.


부엌엔 요리책들을 놓을 책선반도 필요:)


부엌 : 창가에 로즈마리, 페퍼민트, 바질 허브 식물 놓을 수 있는 예쁜 공간.


거실이나 부엌이나 베란다 :

가족, 친구들과 와인마실 수 있는 공간.



라고 원했다. 디자이너님과 오랜 대화 끝에 가장 최우선은 수납과 동선 정리, 아이방 만들기가 주과제로 돌입했다. 다른 무드 정리는 그 후에 천천히 취향을 가꾸며 해내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생겼다.


보이지 않아도 될 것을 보이지 않게 정리하고, 아기방을 만들고, 사지 않아도 될 것은 안 사고 덜어내기.

우리의 몸과 마음, 동선을 정돈하고 사는 것. 그것이 일단은 우리의 홈스타일링 목표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홈스타일링 잔혹사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