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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문 Oct 17. 2021

홈스타일링 잔혹사 1.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홈스타일링을 시작했다. 리모델링하기엔 고칠 곳이 없고(?) 이제 돌이 된 아기와 함께하며 방대해진 짐들과 정리 안된 우리의 물건들을 수납하는 김에 기분도 내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1년 전 우리의 신혼집을 봤을 때 참 깨끗하고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다. 같은 단지의 다른 집들도 6집 정도 더 봤었다. 그런데 어린아이가 많은, 신혼부부가 많은 단지답게 아이들이 어린 집들이 많았다. 짐들이 너무 많고, 아기엄마들도 왠지 추레해보여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두 중년의 부부가 단촐하게 사는 깨끗한 집을 골랐다.


그런데 이 1년 사이에 우리집이 그 짐 많은 집이 되었고, 내가 그 추레한 머리 질끈 멘 아기엄마가 됐다.




많은 짐들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정리되지 못했고, 엄마의 속도 모르는 나의 건강하고 통통한 아기는 쑥쑥 크고 있고, 나는 여전히 머리감을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게 머리감을 시간과 눈 붙일 시간을 쪼개 두 달 전에 많은 검색과 고민 끝에 계약했다.


홈스타일링 업체에서의 홈스타일링.


인테리어가 아니라 집의 살림을 같이 골라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발견한 홈스타일링 서비스였다.


정리와 스타일링의 중간 그 어딘가로 목표를 삼고 용감하게 전화를 했다. 정리하지 않은 날것의 집안을 곳곳을 찍어 보냈고, 컨셉을 상의했고, 디자이너 포토폴리오들을 보고 골라 결정했다. 디자이너마다 디자이너비가 다르게 책정되어 있었고, 완성되지도 않은 가상의 금액을 미리 결재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한쪽 귀퉁이의 짐들을 보고 마음을 다잡아 결재했다.


매일 저녁 나와 손자를 돌보러 와주는 엄마에게 나 잘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안심시켜주고 싶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신랑에게 안정된 공간을 선물하고 싶고, 제일 보여주고 싶었던 건 나 자신이 아닐까.


아침에 눈을 떠 잠을 잠을 자기까지 하루종일 이 집에서 아기와 함께 생활을 하지만, 내 공간을 다듬지 못하고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좀 더 아름답고 따뜻한 공간에 나와 아기가 함께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는 여리고 작은 엄마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누구보다 나에게 나의 신랑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더 잘 살자고.


돌을 맞이하는 나의 아이와 함께 다시 우리 세 가족은 힘을 낸다. 생각난 김에 머리라도 감고 뜨거운 샤워라도 시작한다. 날것의 사진도 부끄럽지만 유모차로 나가기 전에 찍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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