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문 Sep 13. 2021

토요일 오후 5시의 와인 한잔

나를 위한 작은 사치

비현실의 실현


매일이 같다. 주말도 다르지 않다. 아기와 아침부터 시간을 보내면 종종거리며 하루가 가고 그렇게 또 저녁이 된다. 오늘은 나가야 한다. 나를 돌보기 위해 나가야 한다. 오늘은 다른 하루여야 한다. 



토요일의 카페거리는 참 눈이 부시다. 9월 가을의 이 햇살과 시원한 린넨색 바람. 카페들 앞엔 예쁜 회색 검은색 고양이들이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사람들의 손길을 온전히 받고 앉아 있는 축제 분위기의 거리에 내가 있다. 평일과는 다른 주말의 가벼운 시간들과 좀 더 달큰해진 시간.


늘 좋아하던 어둡고 조용한 카페에서 책을 뽑아 들고 화이트 한잔을 하니 기분은 더 가벼워진다. 다시 나로 돌아가는 마법같은 시간을 나에게 선물한다.


나 다시 내가 되는 것 같아 




이제 돌이 갓 지난 나의 눈웃음이 예쁜 아기는 참 사랑스럽다. 아기가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존재라니,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는 나의 확장된 세계. 돌이 되고 조금씩 걷고, 놀이터에서 다른 형 누나들에게 끊임없이 손을 흔드는 사회적인 나의 아이를 나는 정말 사랑한다.



이제 아이의 세계도 집 안에서 놀이터로 넓어지고, 점점 더 확장된다. 확장되는 아이의 세계를 더 풍부하게 해주고 싶어 지금도 종종 거리고 책을 함께 읽고 햇살을 쐬는데 (아이에게 산책과 햇살이 좋다던 어떤 교육법책을 나는 신념처럼 믿는다),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져 속상할 때가 많다. 


나는 어떤 엄마인가 하는 존재론적인 고민에 빠지다가도 매일을 종종거리고 심호흡없이 살다보면 이런 생각들도 어느샌가 잊고 현재의 순간에만 존재하게 돼 내가 다시 작아진다. 그냥 집에서 애나 보는 엄마로. 방송국PD로 강의로 바빴던 그 날들은 그저 과거가 되어 켜켜이 쌓여간다.  


이런 토요일 오후의 와인 한 잔과 심호흡이 나를 다시 세계로 연결시킨다. 다시 연결되면 나도 다시 개안하며 나의 아이의 세계와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다시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는 소리가 들린다. 토요일의 사소한 소음들과 함께. 사치스럽게 느껴지지만, 주말에 쉬어야 하는 신랑에게 미안하지만, 우리를 위해 나도 나와야 한다. 


너의 세계를 위해, 나의 세계를 위해 치어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위한 작은 사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