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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문 Mar 08. 2021

나를 위한 작은 사치

아베다 빗

빗을 샀다. 비싼 빗을 샀다. 아베다 빗, 빗 하나에 이 가격이라니 결혼 전에도 살 생각을 못해봤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기의 스케줄에 살다보커피도 못마시고 오후 4시가 되는 매일을 살다보니 기본적인 식생활 패턴이 무너질 때가 많았다. 그래도 이제는 100일이 가까워졌다고 자신이 있어져서, 낮잠을 재우고는 곧바로 뜨거운 샤워를 잠깐이라도 하고나면 긴 새벽과 아침의 피로가 풀린다. 그래도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고 나오면 뺑 하고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젖은 머리로 축축해져가는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감아 베개에 머리를 대고 수유하는 패턴이다.


그렇게 젖은 머리가 꽤나 오래 있다보면 머리가 개운하지 못하고 물기도 여기저기 떨어진다. 그런데 얼마 전, 뒷 머리 속에 머리가 엉켜져서 뭉쳐있어 놀라고 착잡했다. 어쩐지 요즘 뒤통수 쪽이 근질하고 아프기까지 했다. 


언제나 머리는 청담동 미용실에서 5,6년간 같은 디자이너쌤에게 관리해 머리에 대해 시시콜콜 요청하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가서 친한 언니에게 같이 수다를 하며 머리를 관리했다. 늘 쓰던 헤어에센스는 떨어지지 않게 주문해 사용했고, 오일 트리트먼트도 일주일에 두세번은 샤워를 하며 했던, 찰랑거리는 긴 머리의 시절은 이제 안녕이다.


아이를 낳고는 머리카락이 아기에게 닿을까 쪽 묶고 있는 내 머리. 결혼 전엔 묶는 게 어울리지 않아 길게 풀기만 했었다. 그래도 이렇게 형편없이 뒤통수의 머리가 뭉쳐서 잘라야한다니. 그걸 그저 머리를 감지 않아 가려운걸로 생각했던 나 자신의 무감각에 대해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샀다. 이제는 나의 생활이 변했음을 인정하고 때때로 우울하지 않기로 했고, 먹고 씻고 싸는것 만큼은 다른 우선순위에 미루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


아베다 빗으로 머리를 빗고, 신랑이 선물한 러쉬 헤어트리트먼트로 머리를 헹구고, 코코넛향 헤어에센스를 발라 머리를 상큼하게 말리고 아기를 안으면 더욱 행복진다. 소비형 인간인 엄마는 이렇게 작은 사치로라도 좀 더 행복해진다. 왠지 샤워를 한 날 우리 아기가 나에게 더 많이 웃어준다.


나를 소중하게 대해야 나의 주위를 소중하게 대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더 행복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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