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갈님 Apr 22. 2024

에세이 #8. 하되 함이 없이

2024.04.22 기록

불교에는 '하되 함이 없이'라는 수행문이 있다.

본격적인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아버지 유품에서 자필로 따라적으신 불경이 있는 것을 보고 아빠를 더 이해하고 담고 싶은 마음에(돌아가신 다음에야.. 이 멍청이) 살펴보게 된 ‘마음공부’에서 항상 나오는 말이다.



하되 함이 없이 하라. 보되 봄이 없이 하라.

하고 싶은 대로 무엇이든 하되,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집착하거나 마음 쓰지 말고) 가볍게 살라는 뜻의 말이다.

아빠와 사별을 한 뒤 미래가 아닌 현재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나도 인간인지라.. 이내 또 분별력이 올라와 삶을 지치게 한다.



지금도 얼마만의 글쓰기인지 모르겠다.

핑계지만 몇 달 동안 sns반응을 전혀 못할 정도로 안팎으로 바쁘고 시끄러운 시간을 보냈기에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고 끄집어낼 여유가 없었다.



우선 그간에 회사에서는 TF가 꾸려져 1분기 동안 본업+TF활동으로 낮밤, 주말 할 것 없이 시간을 일로 가득 채운 것 같다.

또 그러는 와중에 개인사에 있어 가장 큰 이벤트가 시작되어서 몸과 정신의 건강관리에도 온 힘을 쏟았다.



뭐든 열정적으로 해야 직성이 풀려 이번에도 최선을 다했으나 애석하게도 결과는 최선이 아니었다.

TF도 원하는 수준의 결과까진 맺지 못했고 개인사 이벤트도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직업병이 도져 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는지 원인 분석을 하기 시작했고, 어리석게도 그 원인을 자꾸 나한테서 찾으려고 하니 마음이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사실 TF든 개인사 이벤트든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어느샌가 보상심리가 발동해 내 노력만큼의 결과로 보상받지 못함에 개탄하고 스스로에게 또 세상에 화가 났던 것 같다.



하되 함이 없이 해야 되는데.. 너무도 함이 있기를 바랐다.

하는 과정 중에 많은 걸 배우고 얻고 또 직업인으로서, 사람으로서 한 단계 성장했는데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눈을 감고 보이는 결과에만 집착했다.



사실 오늘이 병가 마지막 날이다.

7일간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고 복귀하겠다.라고 했기 때문에 몸 컨디션은 약을 쓰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지만.. 마음만이라도 추스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

그래서 잠시 외면해 두었던 글쓰기 노트를 다시 꺼내고 생각 정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적었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생각도 갈무리가 되고 마음도 진정이 되는 것 같다.

마음이 괴로울 때는 펜과 노트를 잡고 뭐라도 써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는다.



그래. 뭐든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자.

결과는 모르겠고 열심히 했고 후회 없이 했다면 그걸로 됐다.

되면 좋은 거고 안돼도 모!

난 이미 경험하면서 후에 같은 일을 겪을 누군가에게 조언과 위로를 전해줄 수 있는 더 나은 사람이 됐다! 그게 결과다.



세상에 불필요한 경험은 없다.

일단 하자. 하되 함이 없이 그냥 하자.


작가의 이전글 생각공유 #7. 우리(데이터분석가)를 둘러싼 여러 오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