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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갈님 Jul 29. 2024

에세이 #9. 제본스의 역설. AI 대체에 대해

2024.07.29 기록

나의 최애 영화 중에는 딱 10년 전에 개봉했었던 HER가 있는데, 당시엔 부럽기만 했던 테오도르처럼 우리도 이젠 사만다를 현실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너도 나도 AI, 이곳저곳 AI

AI와 함께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시대에서 언제나 제일 불안한 건 ‘대체’되는 것 일 듯하다.



나 역시 일하면서 AI친구를 자주 소환한다.

아직은 하루에도 몇 번 죄송합니다 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참 똑똑한 친구고 나날이 발전하는 친구인 건 명백하다.

시각화 python코드는 말해모해고 분석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와 해석에 대한 피드백도 곧 잘 준다.

그래서 이따금씩 아.. 이제는 내 F기질을 발산하거나 손재주를 써먹을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나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전에 AI에게 대체되는 것에 대한 여러 의견을 주고받은 칼럼을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한 분이 ‘제본스의 역설’을 말씀하시며 우리에게 희망을 주신 게 기억난다.

제본스의 역설-효율성이 높아지면 오히려 더 많은 필요를 만들게 된다.

그 글을 읽는데 내 경험이 떠오르며 대체에 대한 걱정이 좀 사그라들었다.



나는 사내 데이터문화 확산과 데이터리터러시 역량 강화를 거의 앵무새처럼 외치고 다닌다.

그래서 교육에도 진심인 편이다.

그러면 신규 팀원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그렇게 다 퍼주고 나면 저희는 모 먹고살아요?’

(하하. 너무 귀여워)

그때마다 나는 말한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찾는다고..



지금 이 회사에 근속한 지도 2년이 넘었다.

2년 전을 생각해 보면.. 그땐 일이 없었다.

좀 더 정확히 얘길 하면 요청 오는 일은 별로 없었다.

요청 오는 일만 했다면 그만한 땡보직이 없었을 거다.



당연하다 생각했다.

데이터가 잘 흐르지 않았고, 분석가마저 데이터를 조회하는데 번거로움이 있었으며 데이터로 뭘 해보려 해도 그냥 다 복잡하고 어려웠다.

그러니 그 복잡하고 번거로운 걸로 뭘 할 수 있을지 보이지 않았을 테고, 보인다 한 들 몇 번 시도하다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데이터는 유유히 잘 흐르고 이걸로 뭘 해야 하는지, 할 수 있는지, 보았고 잘 안다.

그런 만큼 이젠 요청건에 대해서만 F/U 하더라도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의 굉장히 바쁜 몸이 되었다

또 요청도 전보다 훨씬 명확하고 뾰족하다.

예전엔 그냥 알잘딱깔센으로 해주세요. 정도였다면 이젠 밀도 있는 토론도 가능하다.



혹시 데이터 직군인데 너무 가벼운 업무만 하는 것 같아 물경력이 고민된다면..

협업동료들에게 그 업무를 직접 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가르쳐보라.

한편으론 그 마저도 안 하면 내가 필요 없어지는 거 아니야? 싶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본인들이 데이터로 단순 업무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면 그 일은 더 이상 요청하지 않는다.

(그럼 내 시간이 그만큼 save 된다.)

대신 그 이상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에 도움을 청하게 된다.

요청하지 않는다면 save 된 시간을 써서 내가 스스로 데이터로 이런 것도 할 수 있다고 보여주면 된다.

계속 이걸 반복하다 보면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업무로 눈코 틀새 없이 바쁜 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데이터팀은 가치 있는 팀이 되어있을 거고..



다시 돌아와 AI활용도 같은 게 아닐까?

효율성이 증대되면 더 많은 필요가 생긴다는 제본스의 역설처럼 AI가 우리 삶에 스며들면 우린 단순 업무에서 해방되고 그 시간에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면 보다 많은 가치와 혁신이 일어나고 사람은 훨씬 챌린징 한 일을 요구받게 될 거다.

그럼 또 AI친구의 도움을 받아 멋들어지게 해내겠지.

그러므로 대체가 아니라 공존과 협력이 맞지 않을까 한다.



오늘도 죄송합니다를 외친 이 친구에게 내가 푼 답을 친절히 알려준다.

빨리 학습해서 더 성장해라 친구야.

업계에 구루가 되는 그날까지! 좋은 파트너로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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