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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RA Dec 30. 2018

중국인들에게 한방 맞고, 고소에 한방 맞고

DAY2 낭게탄티~고레파니

일자 : 2018년 12월 9일 - 트레킹 2일차
코스 : ULLELI(1,960m) → NANGGETHANTI(2,430m) → GHOREPANI(2,860m)
거리 : 약 11km
시간 : 약 6시간 40분

히말라야의 나무들과 산의 스케일은 상상을 초월한다. 숲 속을 계속 걷고 있으니 호빗들이 모험을 하고 있는 듯한 상상에 빠진다. 키큰 나무의 꼭대기를 보려면 고개를 한껏 젖혀 하늘 높이 쳐다봐야 볼 수 있는 정도다. 이름 모를 나무들도 가지각색의 형상으로 자라있다. 걷다보면 쥬라기공원 같기도 하고 아주 오래된 국립공원에 온 것 같기도 하다. 거리는 길었지만 계단도 많이 없었고 숲 속 흙길을 걸으니 걸을 만 했다. 이런게 바로 트레킹이지.

호빗들의 모험같은 풍경
영화 세트장 속으로 걸어가는 기분이다


점심식사 후 1시간 반을 걸어 고레파니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오늘 우리가 묵을 롯지까지 15분만 더 가면 된다는 씨얀의 말에 갑자기 기운이 나면서 여유가 생겼다. 마을 입구에서 네팔리가 동키에게 짐을 싣고 있었다. 씨얀에게 말과 동키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갈퀴로 구분한다고 알려주었다. 말은 갈퀴가 얇고 길어 휘어지고 동키는 갈퀴가 짧고 마치 구두솔처럼 빳빳하게 일자로 뻗어있다고 한다. 그 후로 말이나 동키가 나오면 'horse! Donkey!'를 외치며 마치 처음 말을 배운 아이들처럼 맞춰댔다.

고레파니 마을의 입구
고레파니 마을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고레파니에도 Permit Check Point가 있었다. 씨얀이 체크포인트에 들려서 처리를 하고 우리보고 먼저 올라가고 있으라고 했다. 마을이 예뻐서 우리는 사진찍기를 멈추지 않았다. 체크포인트에 들어가는 계단에서 사진을 찍고 노느랴 우리 뒤에 오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체크포인트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야 겨우 사진찍기를 멈출 수 있었다.


고레파니 마을에 들어왔는데 계속 계단을 올라간다. 푼힐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롯지들이 지어져있다. 푼힐 근처여서 그런지 계단의 경사도가 점점 쎄진다. 15분 더 가야한다고만 했지, 계속 계단이라고는 안했잖아... '푼힐가는 길' 표지판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우리 롯지는 푼힐전망대로 가는 길에 있는 롯지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롯지다. 오늘 높이 올라와놓는 게 내일 도움이 되니 여기로 숙소를 잡았다보다.


우리는 3층방을 배정받았다. 2,900m 가까이 올라왔기 때문에 '오늘부터는 샤워를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화장실을 보니 어제 묵었던 롯지의 화장실보다 바람이 안들어와서 씻어도 될 것 같아보인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너무나 개운하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휴양지를 여행하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며칠 째 하루종일 걷느랴 몸이 고되지만 너무 재미있고 신나는 하루하루다.


1층 식당에 난로가 있어서 내려가서 일기를 쓰고 히말라야에서 빠질 수 없는 진저티를 마시며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눈다. 진저티가 너무 맛이 있어서 한국에 돌아가면 생강청을 만들어서 먹으리라고 다짐했다. 저녁 때가 되기 씨얀이 와서 저녁을 주문받는다. 또 피자, 파스타와 신라면이다. 평상시 라면을 즐기지 않아서 1년에 라면을 한 번 먹을까 말까 한데 히말라야에 와서 거의 매일 라면을 먹고 있다. 하나 둘 음식이 나오기 시작해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디서가 중국 관광객들이 오더니 우리 테이블 양쪽의 테이블을 붙이기 시작했다. 창가쪽이 추워서 붙이나 보나 했는데 갑자기 우리에게 중국말로 뭐라뭐라 한다. 아마도 우리보고 저쪽 구석자리로 가라고 하는 듯 하다. 씨얀에게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하니 그냥 앉아서 먹어도 된다고 한다. 결국 단체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 둘러쌓여서 식사를 하는데 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다시 난롯가로 자리를 옮겼다. 이 롯지가 크다보니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오나보다. 한국 단체 관광객도 있었는데 난롯가에 같이 앉아계시던 아주머니께서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아마도 우리와 여행경비 차이가 많이 나나보다. 그래도 대한항공타고 직항으로 오시고, 한식도 매일매일 드시고 나름의 메리트가 있겠지.


히말라야 온 이래 가장 높은 곳에서 자는 것이기 때문에 타이레놀을 한 알씩 먹었다. 고산병은 예방이 중요한데 머리가 조금 아프다싶으면 미리 약을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안그래도 계속 미미하게 머리가 아프다. 오늘도 어김없이 날진물통에 핫워터를 받아 방으로 왔다. 나무로 된 벽인데다가 하필이면 옆방 아저씨가 코를 엄청나게 골아댄다. 피곤하니 잠이 들었는데 고소가 왔나보다. 소주 3병을 마신 것처럼 천장이 빙빙 돈다. 속도 미식거리는 느낌이다. 너무 어지럽지만 몸이 피곤하니 잠이 들었다가 깼다가를 반복했다. 뒤척이다 결국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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