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근 후 집에 오니 사육장이 너무 조용했었다. 쎄-한 사육장에서 요놈은 뭘 하고 있는 거지.. 뚜껑을 열어봐도 코빼기 안 보이는 엘리. 물을 갈아주려고 물통을 빼다가 실수로 꽁 부딪혔다. 그러자 동굴 속에서 빨간 눈이 반짝이는 게 아닌가!
뭐 하는 거 뱀? 여태 자고 있었는데 무슨 일이야? 하는 눈으로 얼굴만 저렇게 빼꼼 내민다. 나올 생각은 없는듯하다. 저렇게 나를 빤히 보고 물 갈아주는 진귀한(?) 구경을 하며 몸을 지지고 있는 엘리가 너무 귀여웠다. 진짜 애기야 애기! 치명적 귀여움을 가진 0.3세 뱀린이의 모습을 더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 렌즈를 따라 구경을 하고있는 엘리
사실 엘리의 생각을 읽을 순 없지만 분명 호기심 아니면 경계심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카메라가 움직이는대로 엘리의 머리도 따라 움직이니 말이야. 그리고 응가 치우는 구경도 되게 좋아하는 것 같다;; 꼭 끙아 치울 때마다 어디선가 머리를 내밀고 집사 끙아 치우는 구경을 하니.. 엘리야 그렇게 신기하니? 이거 니 똥이란다~ (어쩌면 깨끗이 치우나 안 치우나 감시받는 기분이 든다)
집사야. 나중에 밥주는거 잊지마요!
물을 갈아주고 뚜껑 덮어주면 또 따라 나와서 날 보고 있다. 아, 이런! 누가 주인인 건지. 왜 냥집사들이 냥님을 모시고 견집사들이 견님을 모시는지 알 것 같았다. 나 또한 뱀님을 모시고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