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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형인 Dec 01. 2019

#7. 밥은 식탁, 뱀밥은 손 위에

빼앰 집사의 엘리 전용 식탁 재발견

2019년 11월 16일.


자고로 밥은 식탁 위에서 먹는 것이라고 배다. 그리고 엘리는 뜨근하게 보일러로 덥힌 바닥에서 밥을 줄곧 주고 있었다. 오늘도 뱀밥(냉동 핑키)을 따뜻한 물에 해동시키는 동안 엘리를 길들이고 있었는데.. 엘리가 물에 녹고 있는 핑키가 보였는지 격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느낌 탓인 걸까? 생각해보았지만 어째 핑키라는 존재를 눈치챈 것 같았지.. 이렇게 엘리 밥 주기의 변화 동기가 부여됐다.


사람이 손이 2개고 손가락이 각각 5개라는 것에 무지 감사했던 때가 이번이었던 거 같다. 한 손에 엘리 들고 한 손으론 뱀밥을 페이퍼 타월에 정성껏 감싸 물기를 빼주고 있었으니 말이야. 엘리는 날름날름 거리며 손을 한 바퀴 돌더니 머리를 삐죽 내밀고 시위 중이다. 빨리 주라 뱀! 뺌 뺌 거리는 엘리의 성화에 못 이겨 난 엘리를 손에 든 체 핑키를 다른 손으로 집었다.

그래. 너 그냥 손 위에서 먹을래? 뭔가 그냥 줘도 된다는 눈 신호를 알아 채린 건가 아님 통했던가. 엘리는 손바닥 위에 있음에도 겁이 눈곱만큼도 없이 밥에 집중하고 있었다. 핑키를 엘리 앞에 내밀어주니 망설임 없이 탁 낚아채버리는 울 애기. 어디서 이런 자신감을 주워왔니.. 여러모로 참 많이 커가는 것 같다.

간뎅이(?)부은 만큼 배도 불러온다더니..

간 뎅이(?)가 부쩍 커진 엘리는 그렇게 손바닥 위에서 냠냠 맛있게 식사를 했다. 다시 사육장으로 돌려보낼 때쯤엔 이미 배가 빵빵해진 채로 느릿느릿 기어들어간다. ㅋ 만사 귀찮다는 듯이 들어가다 말고 털썩 그대로 누워 쉬고 있는 엘리를 위해 오늘도 살포시 사육장 뚜껑을 닫아줬다.

엘리 손. 바. 닥. 차렸습니다. 진지 잡수셔요~

-벗어날 수 없는 어느 흔한 집사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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