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했다. 조그맣고 길쭉한 엘리를 손에 올려놓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였지. 처음엔 건드리면 놀라 도망가던 우리 뱀은 이젠 좀 느긋해졌는지 가만히 있는다. 그래도 손에 올리기까지 약 5초의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슬금 움직이며 은신처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니 조심할 것. 오늘도 퇴근 후 집에 오면 어김없이 끙아부터 확인하고 엘리를 들어 올리는데 오늘따라 느긋해진 아이가 손가락 사이로 머리를 빼꼼 내밀더니 나무 마냥 돌돌 감은 채로 대롱대롱 매달렸다. 참 신기한 게 뱀은 손 발이 없는데 꼬리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워낙 탄탄한 근육질 몸매 덕에 한번 꼬리로 칭칭 감으면 꼭 잡고 매달린다. 힘이 은근히 있어서 엘리가 내 손가락을 돌돌 감을떼 어린 3살짜리 아기가 꼭 잡은 듯한 묵직함이 느껴진다. 엘리를 보니 마치 손가락에 연분홍 반지를 낀 것 같았다. 아니, 파이터가 끼고 다니는 너클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가까우려나! 생각보다 뱀 반지는 나쁘진 않았다.
뱀 반지
이내 엘리가 싫증이 났는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내 팔을 스르륵 미끄러졌다. 그러고선 다시 팔을 돌돌 말며 까꿍 하고 얼굴을 내민다. 역시 뱀 팔찌도 나쁘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날름거리는 메롱은 덤으로.
뱀 팔찌
한참을 쉿 쉿 거리더니 집으로 내려달라고 하길래 사육장으로 이동하니 자기가 알아서 내려간다. 내려가는 것도 그냥 가는 게 아니라 손을 빙글빙글 두세 바퀴를 돌고 내려가는 것 같다. 나중에 엘리가 더 크면 집에 나뭇가지 같은 조형물을 달아놓으면 좋을 것 같지 말이야.. 나중엔 뱀 목걸이도 하려나! 지금은 너무 작아서 어디 구멍 속으로 빠져 사라져 버릴까 봐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