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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낙타 Feb 23. 2020

회사의 기준

돈 vs 인간관계 vs 워라밸

직장생활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의 시스템은 정말 신기하다. 딱!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정말 갈증이 나 목이 타서 쓰러지기 직전에 물을 한 모금 주고 나면 겨우겨우 버티면서 정신없이 회사를 위해 일하다가 또 목이 말라서 쓰러질 듯하면 물을 한 모금 준다. 


절대 본인이 일 한 만큼의 초과되는 보상은 주지 않도록 설계되어있다. 가혹하지만 이게 현실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돈을 무조건 많이 주는 회사가 가장 좋은 회사라는 법도 없다. 이름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주는 대기업을 다닌다고 해서 오래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들도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지금 다니고 있는 바로 이전의 직장도 그랬었다. 업무량에 비해 급여와 기타 수당이 현재 직장보다 1.5~ 2배는 많았다. 하지만 이곳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인간관계'였다. 소규모의 중견기업이다 보니 정직원이 적은 편이었고 선배들은 각자 살아남기 위해 아랫 직원들을 짓밟고 올라서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직속 상사 또한 사소한 문제 하나라도 본인이 절대 책임지지 않으려 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영업관리직이라는 명분 하에 일반 영업직보다는 실적 압박이 크지 않겠구나 생각했지만 크나큰 오산이었다. 회사의 실적이 예상보다 떨어지자 가장 위에서부터 밑의 말단 직원까지 순서대로 내리 갈굼이 시작되었다. 


매일매일이 지옥이었다.


"xx들아 오늘도 각자 할당 못 채워오면 들어올 생각하지 마!"

"야 이런 xx! 넌 회사를 무슨 생각으로 다니는 거냐. 생각이 없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닌 6개월 이상을 실적 압박과 욕에 시달리다 보면 멀쩡한 사람도 정신병자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버티다 버티다 그만두었다(물론 이것뿐만 아니라 충격적인 사건이 몇 가지 더 있었지만.)


동기 4명은 회사를 입사한 지 6개월이 되기도 전에 모두 그만두었고 나만 2년을 채웠다. 정직원이 되기 위한 기간이 2년인데 2년을 채우고 그만둔 이유는 더 이상 이런 회사에 다녔다가는 몸과 정신건강 모두 망가질 것이 확실하다는 것과, 나의 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업무였고 회사 또한 성장 가능성이 1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지금까지 가장 잘 선택한 것 중 하나가 이 회사를 퇴사했다는 건데 이미 경영악화로 신입사원 채용은 5년 넘게 하지 않고 차부장급 인원 또한 대부분 희망퇴직을 받았다. 처음 당기순손실로 전환되었던 그해에 이미 밀어 넣기, 무대포식의 영업방식으로는 안 될 것이라는 느낌이 왔었다. 


그렇게 첫 직장은 급여가 적어서 그만두었고 두 번째 직장은 생각보다 돈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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