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살아가면서 기억에 남는 '울음'이 있나요?
학업의 성취 또는 좌절, 취업의 성공 또는 좌절, 연애의 실패, 아니면 영화를 보다가 울었을 수도 있어요. 이렇게 누구나 살아가면서 감정에 복받쳐 울어본 경험이 있을 거예요. 그중 평범한 울음이 아닌 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울음. 하나를 이야기해볼까 해요.
2016년 여름, 생에 첫 홀로 떠나는 해외여행으로 싱가폴을 선택했습니다. 저를 홀리게 했었던 사진 한 장이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호텔의 전망대에서 수영을 하는 비현실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곳은 싱가폴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었고 사진 속의 수영장은 투숙객만 이용 가능한 '인피니티 풀'이라는 수영장이었어요.
하지만 여행을 망설였던 두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심각한 물 공포증이 있다는 것과 두 번째는 가격이었어요. 물속에 얼굴을 담그지도 못하는 맥주병 중 가장 큰 맥주병인데 "기왕 가는 거 멋지게 수영을 해야 하지 않어?" 라는 오기가 생겨 집 근처 수영장을 곧바로 등록했습니다. 결국 6개월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퇴근 후 수영장을 들렸고 초급반을 졸업할 수 있었어요.
당시 하루 숙박비가 거의 50만 원에 육박했던지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미친 짓인 것 같아서 인터넷 카페에 룸 셰어를 제안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어떤 여성분이 글을 남겼었고(??) 저는 남자라 안타깝지만 다른 분을 구하는 게 좋겠다는 댓글을 달아주었어요. 그런데 다른 여성분께서 또 글을 남겼고, 결과적으로는 그 두 분이 룸 셰어를 하게 되었죠.(응??) 셋이서 시간이 맞으면 같이 저녁을 먹자는 제안을 받았고 흔쾌히 약속을 정했어요.
결국 마지막 날의 호텔 숙박을 위해 3박은 가장 저렴한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좌충우돌 여행을 즐기며 호텔 체크인 전날 저녁에는 약속한 대로 칠리크랩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이 근사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며 어떤 곳을 추천해주었습니다. '원 알티튜드'라는 루프탑 바! 올라가자마자 엄청난 전경에 할 말을 잃었어요
주변을 구경하는 도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아비치의 "wake me up"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흘렀어요. "어 왜 이러지?" 계속 눈물이 나왔습니다. 나중에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계속 눈물이 흘렀어요.
당시의 감정은 일반적인 기쁨이나 슬픔 같은 게 아닌 말로는 표현 못할 여러 가지 감정들이 섞여있었습니다.
3년 넘게 사귄 여자 친구와의 이별, 회사생활의 슬럼프, 혼자 떠난 첫 번째 해외여행,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이곳에 서있구나, 앞으로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등등 복잡 미묘한 심정이 섞여 한동안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이후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울었던 적이 없네요. (감정이 메마르고 있는 걸까 또르르..)
싱가폴 여행이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 홀로 떠나는 세계여행은 외로움이 아닌 또다른 즐거움을 찾아내는 여행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재미있고도 슬펐던 여행이 언제였냐 물으면 단연 싱가폴 여행이라고 대답할 거예요.
*그래서 수영은 성공했나요?
- 네. 성공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제가 주인공이 아닌 듯한 수영 모습입니다.(다시봐도 웃긴데 이걸 위해 6개월을 노력했던가..)
사실 이곳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망을 즐기며 사진을 찍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솔로의 무서움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 찍는 커플 옆을 접영으로 지나갔어요.
*숙박비 50만 원을 지불하고 묵을 정도의 가치가 있나요?
- 수영을 네 번이나 즐기고 객실에서 마구 뒹굴뒹굴거렸지만 사실 아까웠습니다..
하지만 저녁에 잠깐 들린 카지노에서 단 한 번에 룰렛이 적중하여 10만 원이 45만 원으로 변하는 기적을 경험했어요. 운이 좋아서 결과적으로는 무료로 숙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