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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낙타 Dec 08. 2019

인생샌드위치

빵 혐오자에서 빵돌이로

나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


밀가루로 만들어진 빵 종류는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피자빵, 고기빵, 초코빵, 멜론빵, 그 외 어떤 종류의 빵을 먹을 때 "우왕 맛있다"라고 외친 적이 없다. 정말 배고파서 사 먹거나 어떤 지역의 유명한 빵집이라 해서 기념으로 하나씩 사 먹는 정도랄까. 


식성이 조금 바뀐 탓인지, 아니면 그날의 샌드위치를 여전히 그리워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집 근처 S샌드위치를 사 먹는다. 


그래서 내가 먹은 인생 샌드위치가 무엇이냐면 라오스 방비엥에서 먹었던 샌드위치이다.


당시 방비엥 숙소에서 바라본 정경



'꽃보다 청춘' 이라는 TV프로그램 방영 이후로 방비엥은 사실 너무나도 '한국화'가 많이 진행되었다. 거의 가평 수준으로 한국 간판들이 많이 보이고 한국인들도 많다 보니 너무 아쉽다.


내가 방문했던 2015년 당시(벌써 4년이 흘렀다 엉엉 ㅠ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슨 샌드위치 인지도 모른 채 쏭강을 바라보며 부스스한 몰골로 한입을 베어 무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오잉.. 이 실속 없게 생긴 샌드위치가 이런 맛이 난다니..?"


비주얼은 아무 맛도 나지 않을 평범 이하의 샌드위치이지만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무려 4년이나 지났는데! 가격도 2000원대, 양은 어마어마해서 한 번에 다 못 먹을 정도. 속에 들어간 온갖 재료들 하나하나의 맛이 잘 어우러져 충격을 받았다. "빵으로 된 게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한인마트 바로 앞에서 아침 일찍부터 파라솔을 펴고 분주하게 장사를 준비하신다. 메뉴판이 실로 조잡해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소스와 빵은 동일하고 재료만 조금씩 달라지니 어렵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많은 파라솔 중 어디가 맛있다느니 그런 말을 듣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선택(어차피 전부 맛있으니깐).



촤라락 지글지글


엄청 큰 무쇠판을 달군 뒤 베이컨의 육즙을 시작으로 마늘과 양파 향이 가미된다. 



중식집?


이쯤 되면 벌써 침이 한가득 고이고 넋을 놓으며 구경하게 된다.



완성!


각종 재료를 현란하게 볶고 소스를 촥촥 뿌리며 마무리하는데 크기와 양에 압도된다. 이 맛에 반해서 매일 아침마다 한 개씩 샌드위치를 먹었다. 방비엥이라고 하면 튜빙이나 블루라군이 아니라 이 샌드위치가 가장 생각이 난다. 주말 아침에 카페를 왔는데 뜬금없이 갑자기 샌드위치가 떠올라서 기록을 남겨본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샌드위치를 사 먹어야겠다.


"아마도 그때 먹은 샌드위치가 맛있었던 건 그녀와의 추억이 깃들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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