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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Dec 26.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일출(日出)보다 일몰(日沒)

예상외로 버티는 코로나로 인해 길어진 방콕과 집콕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려고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를 떠났다.

일체의 감염 전파를 피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몇 가지 간식거리를 가지고 형한 곳은 강화도에 있는 장화리란 곳...

일몰이 유명한 곳이라고 알려진 그곳에는 아직 4시도 안되었는데 주차장에는 띄엄띄엄 여러 대의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일출(日出)을 보겠다고 가는 곳마다 단단한 준비와 함께 부지런함으로 극성을 부렸었는데 어제 본 일몰(日沒)은 그런 번잡함이 없는 여유와 편한 함이 느껴졌다.

수평성 야트막한 산을 깨물려 마지막 열정을 보내주던 그 태양은 내일을 기약하며 사라졌지만, 가족과 함께 목격한 일몰의 따스함과 아스라함은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비행기를 타면 지구 동쪽이든 서쪽이든 어디를 가더라도 일출 또는 일몰을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에 익숙해 있던 나로서는 지상의 일몰(日沒)이 너무도 새로웠다.

25년 가까이 보낸 하늘에서의 시간이 무색하리 만큼 길어진 비자발적 휴식의 시간에 가족과 함께 볼 수 있었던 강화도 장화리의 일몰 추억...


또 감사해야 할 일이 생겼다.

예상치 못한 시련이나 고통에 불평불만을 하기보다 그 시간 동안의 경험을 되새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그 여유에 감사할 줄 아는 원숙함을 지녀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것이다.

길 위에서 차가 막혀 짜증내기보다 옆 자동차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 혼자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평지 위에서도 비탈진 곳을 만날 수 있고 어두운 바닷길에서도 등대를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우리는 적어도 불행 해 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새해가 밝아 온다.

쥐 잡는 것은 고양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소 뒷발에 쥐 잡는 행운을 기대하면서, 경자(庚子)년 올해를 보내고 신축(申丑)년 소띠해를 기대해본다.


올해는 나에게도 귀인을 볼 수 있는 해(年) 임을 굳게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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