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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팝 꿈나무 Oct 06.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 후기 (1)

K-POP 콘서트 제작자가 본 나훈아 콘서트, 1부 고향

앞글에서 배경 이야기(잡설)가 조금 길었다. 이번 글부터는 지난 9월 30일 방영된 나훈아 콘서트 대한민국 어게인을 세 차례에 나누어 리뷰해보겠다. 이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어 있음을 밝힌다.


(1) 오프닝 - 카운트다운

엄청난 물량의 LED 패널이다. 무대 바닥을 넘어 객석 공간까지  LED로 덮었다.


콘서트 바닥엔 이런 말이 있다. "오프닝이 잘 풀리면 그 공연은 잘 된 공연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오프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웅장한 음악과 카운트다운으로 오프닝이 시작된다. 카운트 다운을 할 때에는 무대의 규모를 보여주는데 집중하는 모양이었다. 곳곳에 설치된 LED 패널들을 번갈아가며 보여주고 이내 카운트 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콘서트를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을 그 LED에 가득채워 보여주었다. 그리고 화면이 KBS의 전경으로 연결되며 1부, 고향이라는 키워드가 나타난다. 이는 오프닝 영상, 무대 연출이 곧바로 콘서트의 시작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실제 공연 현장과 달리 방송의 문법으로 진행될 것임을 알려준다. 이 점이 나에게는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 계속해서 보자.


(2) 1부 고향

-INTRO

AR기술을 활용해서 무대가 보름달 뜬 밤의 숲으로 변하고 이내 3D 영상으로 연결된다. 영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숲을 헤치고 들어가니 장독대 앞에서 우리네 어머니가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고 있다. '고향'이라는 키워드와 잘 맞아떨어지는 비주얼이다. 하지만 영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불안한 음악과 함께 물그릇이 떨리더니 이내 그릇 속 물이 폭풍우와 거센 파도로 연결된다. 띠용(?) 스러운 면이 있지만 앞으로 나올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넘어가자.  


영상 속에서 거센 파도를 헤치며 한대의 배가 등장하는데 그때, 영상이 무대로 전환되며 무대 뒤에 있던 LED 화면이 열리며 진짜 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배 위에 오늘의 주인공, 나훈아가 있었다.

우리의 훈아형은 추상화, 규모 축소, 이런 거 없다. 그냥 배를 등장시켜버린다. 

-SONG #1 고향으로 가는 배

뱃머리에 2020이 쓰여있고 주황색 구명환(튜브)이 시강을 해서 매우 K-배스러운 배인데, 어쨌든 규모감이 있으니 괜찮아 보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무대 좌우에서 나훈아가 탄 2020호 보다 작은 '고향호'가 등장하는데 이 위에는 합창단이 타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무대 양 옆에 있는 LED 화면에는 노를 젓는 율동을 하는 합창단(?) 무리가 영상으로 중계되었다. 화면으로만 전달하면 그 규모감을 잘 느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규모감이 잘 나타났다. 입에서 우와라는 소리가 계속해서 나왔다. 만약 요즘 아이돌이 콘서트에서 이런 배를 타고 나왔다면 팬들이 뜨악했겠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70대 가수 나훈아다. 애초에 올드한 사람이니 그 올드함을 받아들이고 당당함을 택했다. 그것은 매우 잘 한 선택이었다.


-SONG #2 고향역

첫곡에는 진짜 배를 등장시키더니, 두 번째 곡에서는 시작하자마자  AR그래픽을 통해 코스모스 꽃밭을 가로지르는 기차를 등장시킨다. 음, 기차구나 하고 있는데 이번엔 진짜 기차가 무대에서 등장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기차가 멈추니 기차 안에서 코러스, 합창단이 내린다. LIVE 연주임을 강조하고 싶어서였을까, KBS교향악단의 모습도 계속해서 비추어준다.  오프닝 두곡에 많은 힘을 쓴 듯하다. 



-SONG #3 고향의 봄 + 모란동백

조영남의 모란 동백이란 노래를 이번 신보, 아홉 이야기에 실었다. 그 노래를 고향의 봄과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편곡했다. 노래가 시작하니 빨간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뛰어나온다. 그때 느꼈다. '아, 정말 다 하는구나' 고작 이제 세곡 했는데 꽉 찼다는 느낌을 넘어 '조금 과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우리의 나훈아 콘서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1절이 끝나고 나니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어린이 합창단이 줄줄이 등장했다. 여러 의미로 이 콘서트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노래가 끝나니 웃으며 나훈아에게 안기는 아이들까지, 어쩜 이렇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인가 싶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것을 이겨내는 노래를 부르는 절정의 캐릭터 나훈아가 있었다.


-SONG #4 물레방아 도는데

주변 배경 그래픽(VJ)이 붉은 극장 커튼으로 변했다. 나훈아가 한 소절을 부르자 커튼이 열리며 흑백의 그 시절 나훈아가 노래를 불렀다. 86년, 87년, 89년, 94년, 96년의 모습을 모두 보여줬는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옛날의 나훈아를 지금의 나훈아가 우수에 찬 눈빛으로 지긋이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새로운 연출은 아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세월의 힘에 몰입할 수 있는 장면이 되었다. 그가 보여주는 세월의 무상함에 아마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 지금의 나훈아가 그때 그 시절 나훈아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다.

-SONG #5 김동건 내레이션 + (신곡) 명자!

노래가 끝나자 처음으로 이 공연의 진행자(나는 게스트, 혹은 더 나아가 목격자라고 부르고 싶다.) 김동건이 등장해 명자라는 노래를 소개한다. 자기소개나 인사말 없이 곧바로 곡 소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진행자를 소개하는 방식이 좋았다. 명자라는 노래는 실향민 '명자'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노래이다. 김동건이 곡을 소개할 때 내용을 개인사(이산가족)와 연결 지으며 스토리텔링을 더해서 신곡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장벽을 낮추어 주었다. 안정적이고 담담한 김동건의 목소리와 간드러진 하모니카 BGM도 잘 어우러졌다. 노래가 시작하니 하모니카 연주자가 나왔는데 가수 '하림'이었다. 악기 천재 하림이라니! 예상하지 못했던 조합이지만 나훈아의 명성에 걸맞은 연주자라고 생각했다. 


이때쯤부터 나는 이미 나훈아에게 빠져들었다. 트로트 창법인 듯 아닌 듯 간드러진 듯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SONG #6 머나먼 고향 + SONG #7 너와 나의 고향

잔잔한 노래를 하다 분위기를 확 틀었다. 머나먼 고향과 너와 나의 고향이라는 노래 두곡은 분위기를 띄우는 곡들이었다. 교향악단 세션과 다인조 합창단의 코러스가 합쳐지며 본격 가요무대 느낌이 났다. 너와 나의 고향에서는 박자에 맞추어서 실제 박수 소리 효과음을 넣어 현장감을 살렸다. 함성소리가 아닌 공연장에서 약간 울리는 박수 소리였는데 작위적인 느낌이 덜해서 좋았다.


-SONG #8 홍시

분위기를 다시 한번 틀었다. 인트로에서 AR로 홍시가 열린 감나무가 등장했고 무대 위 나무 아래네는 하림이 등장해 하모니카를 연주했다. 노래의 배경이 겨울이다 보니 나훈아도 깨알 디테일로 흰 목도리를 둘렀다. 이 노래는 노래 분위기 자체는 밝은데 '어머니'라는 코드를 건드리다 보니 듣다 눈물이 흘렀다. 뒷배경에 깔리는 감나무와 커다란 홍시,  그 시절 어머니들의 흑백사진이 깔리는데데 분명히 퀄리티가 그렇게 높지 않은데, 이상하게 잘 어울렸다. 

'홍시'라는 노래에 덩그러니 걸려있는 홍시 그림이라니. 이것마저 거슬리지 않았으니 이쯤에서 이미 나훈아에 빠졌나 보다.


-MENT 1 

무려 8곡 만에 첫 멘트, 자기소개는 없다. 간결하게 처음으로 하는 비대면 콘서트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 직접 얼굴을 볼 수는 없어도 차밍 포인트인 경상도 사투리 표현은 잊지 않는다. 자막으로 나훈의의 사투리 '천지빼까리'의 뜻을 풀어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열심히 하겠는 각오를 밝힌 뒤 시국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 시대의 영웅들, 의료진들을 호명한 뒤 대한민국을 외쳐달라고 이야기한다. 관객들의 '대한민국!'외침 속 나훈아의 '가자!'와 함께 2부 '사랑'이 시작된다. 

 

(3) 총평

시작하자마자 8곡을 내리 불렀다. 누구에게나 호소할 수 있는 '고향이라는 테마로 종전의 히트곡도, 신곡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나훈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낯선 존재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1부 '고향'은 나훈아에 대한 장벽을 낮추어준 무대라고 볼 수 있겠다. 1부를 보며 나오는 반응은 세대에 따라 달랐을 것이다. 누군가는 감정에 젖어, 누군가는 이거 짤 감이다 하며 보았지만 '재밌다, 계속 보고 싶다'를 느끼게 한 것에서 성공했다고 본다. 여러 의미의 '우와'를 외치며 자연스럽게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글쓴이의 쓰면서 드는 생각.

이렇게 가다가는 하루에 하나 쓰기도 힘들겠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것, 하나하나 느낌들을 남겨보자. 아직 2부와 3부, 그리고 에필로그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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