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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팝 꿈나무 Oct 14. 2020

[리뷰] BTS, 온라인 콘서트의 첫발을 내딛다.

MAP OF THE SOUL ON:E,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1) 들어가며


모두가 참 많이 기다렸을것이다. 아미들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밀리고 밀렸던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기다렸을 것이다.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은, 혹은 넓은 의미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우주스타, BTS가 만들어 낼 결과물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리고 10월 10일과 11일,  MAP OF THE SOUL ON:E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주말 이틀간 누적 접속자 수 99만명이라는 기록, 매출이 얼마이다 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이번 공연은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본의 미학(음악적 토대가 있다고 할 때)이라 할 수 있는 공연콘텐츠에 있어 기존의 언택트 공연과는 규모와 연출력에서 클래스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인기가 보장하는 흥행, 그로 인해 가능한 과감한 투자와 시도가 낳은 결과일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 되고 시간이 많이 지나 이 시대를 회고할 때, 사람들이 어떤 것을 즐기며 이 시대를 견뎌내었냐 라고 이야기 한다면 이 공연이 언급 되지 않을까.  


이틀간의 대단했던 파티에서 어떤 점이 좋았는지, 또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함께 복기해보자.




(2) 좋았던 점


a) 오프라인 콘서트의 규모감을 잘 살린 연출


이번 콘서트는 KSPO DOME(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 고척돔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실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연장이다. 그곳에 관객 없이 무대를 세우고 공연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총 4개의 무대가 체조경기장 내부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사진을 함께 보자.

그 큰 체조경기장을 한 바퀴 두르는 형태로 무대를 제작했다.

ON 뮤직비디오의 석산을 모티브로 한 메인무대, 건물 세트와 LED를 활용한 리프트가 있는 서브 무대, AR, XR용 4면 LED 무대, 그리고 메인 무대를 바라보며 객석을 등진 형태의 돌출 무대가 있고 로드를 통해서 메인무대와 돌출무대를 연결했다. 외에도 지민의 솔로 무대용 공간이 따로 있었고 같은 무대라도 다른 장치와 연출을 통해서 전혀 다른 무대처럼 보여준 것을 감안하면 6개, 7개 컨셉의 무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이러한 규모감을 가장 잘 드러낸 부분은 바로 오프닝 부분이었다. 마칭밴드의 퍼포먼스로 시작해 다인조 댄서와 함께 무대를 했다. 가장 놀라웠던 지점은 기존 온라인 콘서트의 공식을 깨며 세트와 조명 장치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바닥, 좌우 양면, 뒷면까지 4면을 LED로 둘러싼 형태의 무대는 K-POP의 온라인 콘서트에 있어 공식과도 같은 형태였다. 아마 비교적 작은 공연장 혹은 스튜디오라는 제작환경과 AR이라는(당시 최신의) 그래픽 기술을 구현하기가 가장 적합한 형태라서 일 것이다. 이 공식을 BTS는 이전의 방방콘에서 이미 깬 바가 있다. 그때는 SNL스타일의 소형 무대로 전체 공간을 구성했다면 이번에는 크게, 크게라는 의도가 반영된듯하다. 

ON MV에서 따온 AR 문이 열리며 공개된 무대를 보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뜨악하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오프닝이었다. 오프닝을 보는 순간 나는 공연의 흥행과 관계없이 콘텐츠로서의 공연의 성공을 확신했다. 




b) 온라인 공연이라서 할 수 있는 무대


코로나 시대가 처음 공연계를 덮쳤을 때, 모두들 공연의 제작에 있어 무관중, 온라인 송출은 공연의 기획, 제작에 있어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공연이 진행되면서 시장은 각자의 노하우를 적립하고 있고 단순히 공연을 진행하는 것을 넘어서서 '온라인 공연이라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있다. 온라인 공연이라서 할 수 있는 지점을 이번 공연은 잘 파고들었다. 

메인 무대 공간과 연결되어있는 객석을 활용한 서브 무대, 원형 경기장의 형태를 잘 활용한 무대이다.

기존에 KSPO DOME에서 공연을 할 때에는 1층 바닥 공간을 무대 공간과 객석 공간으로 나누어 사용한다. 관객의 시야선과 스탠딩 여부 등에 따라 공간을 적절히 나누어 사용해야 하고 결국 포기해야 하는 공간들이 생긴다(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관객이 들어오지 않으니 큰 바닥 공간을 기존에 객석이던 공간까지 무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번 공연은 그를 잘 활용했다. 특히 SUGA의 SHADOW무대의 경우 오프라인 공연이었다면 흰색 좁은 무대의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투어 물류비용 절감, 해외 현장에서 셋업의 편리함을 위해 LED WALL형 무대로 대체되는 줄 알았던 세트형 무대가 온라인 공연의 시대에 다시 등장한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단순히 넓은 공간을 활용했기 때문에 다양한 무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공연의 경우 기존과 다른 컨셉의 연출을 사용한다면 그에 맞게 적절한 타이밍의 세트 전환이나 소품 세팅, 의상교체가 필요하고 그 시간을 벌기 위한 다른 연출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은 관객에게 환상을 부여하기 위함인데 퍼포먼스 진행에 관계가 없는 스텝들이 시야에 노출되어 분주하게 움직이고, 큰 장치물이 움직이면 집중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콘서트는 이런 부담을 사전녹화(사녹)를 통해 해결한다. 정교한 무대 전환이나 장치의 이동이 필요한 경우 미리 여러 번의 촬영을 통해 생방송과 섞는다. 이번 공연도 몇몇 포인트에 사녹 무대를 활용했다.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지민의 솔로 무대에서 갑자기 의상이 바뀌는 부분과, 앵콜 전 마지막 곡인 NO MORE DREAM무대였다. 기존의 온라인 공연에서 사녹을 활용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에 방점을 두었다면 이 두 장면은 사녹 장면을 '대놓고' 사용했다. 공연을 보는 입장에서 이점이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그 이음새가 어색하지 않았고 영상 연출(지민), 앵콜 무대의 빠른 준비(NO MORE DREAM)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기 문이다. 


결국 이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이 영상이라서 시도할 수 있는 여러 방식이 있었고 이 공연은 이를 잘 활용했다.




c) 현장감에 대한 노력


온라인 공연과 오프라인 공연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장의 관객 유무이다. 다른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대체 불가능한 것이 관객의 영역이다. 실제로 여러 가수들이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하며 '어색하다, 어렵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시청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라이브라고는 하는데 음악방송 무대를 연속해서 보는 느낌이 계속해서 드는 경우가 많다. 이번 공연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연의 간극을 적극적인 관객 현장음 사용으로 채워보려 노력했다. 


관객의 함성소리, 노래에 맞는 응원법을 효과음으로 활용한 온라인 공연이 이번 공연이 처음은 아니다. MONSTA X의 경우 이를 팬과의 소통 코드로 활용했고(지난 투어 현장음 사용임을 안내), (여자) 아이들의 경우 응원법 녹음 음성을 팬들에게 제공받아 아티스트가 노래를 할 때 이벤트성으로 인이어에 넣어주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효과음 사용이 기존의 공연과 달랐던 점은 현장음(실제로 투어 현장에서 녹음된 소리인지 혹은 제작된 소리인지 알 수는 없으나)을 굉장히 세심하게 사용했다는 점이다.


함성소리를 단순히 곡의 시작과 끝에 사용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VCR의 시작과 끝에, VCR을 재생하고 있으면서도 멤버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순간(실제로 현장에서는 이때 소리가 가장 크게 느껴진다), 멤버들이 토크할 때 등 여러 장면에 활용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이러한 함성소리가 어디에 들어가야 할지 고민했고, 적절히 활용해서 실제 공연장에 있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실황 LIVE를 보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다른 것보다 형식적인 댓글 읽기, 화상 팬 인터뷰와 같은 소통을 위한 소통 콘텐츠가 아닌 무대로 2시간 30분가량의 러닝 타임 대부분을 채웠다는 점이 가장 좋았던 점이 아닌가 한다.




(3) 아쉬웠던 점

 

아주 좋았던 공연이라도 아쉬운 점은 있을 수밖에 없다.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과 제작진, 아티스트가 가진 고민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기에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늘 어렵지만 그래도 복기의 의미에서 차근차근 풀어가 보고자 한다.


a) 부내 나는 무대 퀄리티에 비해 아쉬웠던 VCR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있어 기대하는 점은 콘서트의 메인 콘텐츠인 무대만이 아니다.  그 중간중간 콘서트만을 위해 제작된 VCR 또한 콘서트를 기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것의 목적은 가수가 다음 무대를 준비할 시간을 제공하고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거나 전 무대와 분위기를 다르게 가져가기 위함이다.  이번 공연 VCR들은 다른 목적보다 다음 무대 준비라는 무게를 둔 듯하다. 


충분한 시간 확보를 위해서였을까, 비슷한 장면들의 반복과 같은 컷의 반복으로 지루한 측면이 있었다. 개인 영상을 찍더라도 같은 컨셉의 다른 공간에서의 영상, 무대에서 볼 수 없는 멤버들의 다양한 모습이나 전혀 다른 콘셉트의 영상을 제작해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쓰고 다시 보니 8월과 9월의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았을 때 현실적으로 VCR 제작이 가능했을까 생각이 들기는 한다. 




b) 이틀간 거의 동일한 형태의 공연 진행


이번 공연은 온라인 공연에서는 이래적으로 이틀 연속 진행되었다. 티켓 가격도 회당 5만 원가량 되었다. 공연 전 언론을 통해서 '일부' 셋 리스트를 다르게 가져갈 예정이라 공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분명 팬들은 이틀 공연에서 뭔가 다른 점을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공연 연출보다는 디테일에 변화를 통해 1회 차와 2회 차 공연의 차이를 두었다.


1회 차 공연과 2회 차 공연의 가장 큰 차이는 멤버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이었다. 바뀐다고 했던 '일부'셋리스트는 앵콜 2곡이었다. 이것 만으로는 1일 공연만 구매한 사람에게는 아쉬움을, 2일 공연 모두 구매한 사람에게는 만족감을 주기 힘들지 않았을까. 기본적인 틀은 같게 가져가되 VCR 혹은 엥콜이 아닌 메인 무대의 한 부분을 다르게 가져갈 수는 없었을까.


이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이라고 한다면 매 공연 같은 셋리스트와 무대 구성으로 공연을 하는 것이 납득이 가능하다. '현장'이라는 다시없을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다른 회차의 공연임을, 이를 만족감을 잘 제공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다행히 나의 의견과는 다르게 팬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듯하다. 1회 차와 2회 차가 다른 포인트들을 깨알같이 찾아내어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앓고 있다. 




c) 어지러웠던 LED와 카메라의 부조화 


다른 무대들도 많았지만 이번 공연도 역시 AR 그래픽 사용을 위해 LED를 많이 사용한 무대를 제작했다. 이 무대를 카메라로 담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디스플레이 화면을 카메라로 잡을 때 간섭에 의한 무아레(MOIRE) 현상이 지속적으로 눈에 띄었다. LED 전체를 VJ소스로 채운 지민의 솔로 무대와 중계화면으로 채운 정국의 솔로 무대에서 이 현상이 특히 심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약간의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심하게 보였다.


내 눈에 보였다면 현장에 있던 제작진의 눈에는 더 잘, 뼈아프게 느껴졌을 텐데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는지, 없는 문제였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굳이 더 언급하자면 정국의 솔로 무대에서 화면에 촬영 스탭의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모습이 노출된 점, 공연 막바지로 갈수록 힘이 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 정도? 가 있을 수 있겠다.




(3) 총평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함께 언급하기는 했지만 BTS의 MAP OF THE SOUL ON:E은 온라인 공연에 있어 지금까지 한국에서 혹은 세계로 그 무대를 넓힌다 하더라도 역대급의 무대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이 공연에 박수를 주고 싶은 점은 새로운 공연의 형태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시작된 지 1년이 되지 않아 선행 사례가 많지 않고 확실한 성공 공식이 없는 온라인 콘서트라는 영역에서 제작진은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실제 공연장에서 오프라인 공연보다 더 큰 규모로 공연을 진행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보장된 흥행은 편안한 제작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도 컸을 텐데 부담감을 잘 극복해낸 누군가들이 참 대단하다.


어떤 분야에서건 시장을 선도하는 그룹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시장을 선도하게 된다. 이번에 BTS가 MAP OF THE SOULD ON:E을 통해서 온라인 콘서트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당분간 계속될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이 공연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은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이를 완전히 뛰어 넘어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콘서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꼭 나오면 좋겠다. 


한 줄 평 : 할 수 있는 것을 '거의' 다 보여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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