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부너부 Dec 29. 2018

2018 책 베스트

종합

※글책

1.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중국통사》


 한평생 중국사 연구에 투신한 대학자 만이 쓸 수 있을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중국사에 대한 통념을 깨는 서술이 난무해서 반신반의 하다가도 저자가 제시하는 근거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납득하게 된다. 중국사를 이 책으로 입문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당 말에서 송대에 이르는 시기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포인트. 이 책을 읽고 송대 통사를 자세히 다룬 책도 보고 싶어졌는데 아직 국내에는 별도로 출간된 책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2. 이문구의 《관촌수필》


 생소한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오지만 신기하게도 독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한국 현대문학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3.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독소전쟁 말기, 점차 패색이 짙어가던 독일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독소전쟁 개전 초기의 전광석화 같았던 진격 속도와 비슷한 속도로 후퇴하는 부대, 하루가 멀다 하고 독일 본토를 타격하는 연합군의 폭격기, 그 와중에도 더욱 기승을 부리는 파시즘... 그렇지만 작가는 이 상황 속에서도 인간은 만나고 유의미한 관계를 쌓아 나간다는 사실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망설임 없이 고른 작품이었는데 그러길 잘했다. 또 다른 작품인 《개선문》도 읽어볼 생각이다.


4. 도날드 킨의 《메이지라는 시대》


 일본에서 '진무 천황 이래 최고의 성군'으로 숭상되고 있는 메이지 천황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개항 초기 막부와 조정의 갈등, 유신지사들의 '근대국가 만들기' 운동, 대만과 조선 합병,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등 일본이 근대화 과

정에서 겪어야 했던 사건들의 전후 관계를 밀도 있게 서술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5.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 시리즈


  시오노 할매가 직접 '마지막 역사 에세이'라고 못을 박은 《그리스인 이야기》 시리즈를 읽었다. 할매 특유의 입담과 흡인력은 여전했다. 페르시아 전쟁과 알렉산드로스의 동방 원정 파트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페르시아 전쟁 후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통해 그리스 세계가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과정을 자세히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작가가 작가인 만큼 전적으로 믿을 건 못 되고 차후에 《역사》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등을 통해 살을 붙여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6. 모파상의 《삐에르와 장》


 한국에서는 딱 막장 아침 드라마 소재로 적합할 듯한 소재가 대가와 만나자 훌륭한 심리 소설로 재탄생했다.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아들이 떠나줬으면 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이런 상황 전혀 모르고 속 편하게 속물적으로 살아가는 아버지 '롤랑'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7. 베터니 휴즈의 《아테네의 변명》


 올해 그리스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책. 단순히 소크라테스의 죽음 만을 다루고 있지 않고 그에게 사형을 언도하지 않을 수 없었던 당시 아테네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의 상황들을 풍부한 고고학적 유물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일세를 풍미한 걸물이었지만 동시에 팀킬의 달인이기도 했던 알키비데아스의 삶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책이기도 하다.



8. 마리우스 B. 잰슨의 《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 유신》


  메이지 유신의 실현을 군사적 실력으로 견인한 '삿초동맹'의 중재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카모토 료마의 일생과 유신 전후의 상황을 소상히 기술한 잰슨의 역작이다. 료마의 출신지인 도사 번의 정치적/사회적 상황을 자세히 분석해 왜 중하층 사무라이들이 유신 세력의 중추를 이루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9.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여러모로 압도적인 작품이었다. 19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차르가 중심이 된 봉건질서가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던 사회의 유한계급에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살았던 사람이 어떻게 이런 수준의 방대한 시야와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제 톨스토이 3대 장편소설 완독을 마쳤다. 내년에는 《악령》을 읽고 도스토옙스키 5대 장편소설 완독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10. 장강명의 《당선, 합격, 계급》


 어느새 내가 가장 즐겨 읽는 동시대 한국인 작가가 된 장강명의 최신작이다. 한국에서 문학상이라는 권위가 작동하는 방식을 추적해 끝내 한국사회 보편의 문제로 확대해 나가는 지점에서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항상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하는 소리이기에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차기작이 기대된다.


※만화책


1. 굽시니스트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1~4권》


 물 만난 고기처럼 역사와 개드립, 오덕 코드의 대해를 자유롭게 노니는 굽시니스트의 모습의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고루 만족스러웠지만 일본 개항을 다룬 3권은 특히 훌륭했다.



2. 요시다 모토이의 《여름의 전날》(전 5권 완결)


 정말 오랜만에 본, '걸작' 칭호가 아깝지 않은 청년 만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모테키》, 《허니문 샐러드》, 《백마 탄 왕자님》, 《나이브》 등 지금까지 봤던 명작 청년만화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한 번 느꼈다.


3. 타케요시 미노루의 《고성소의 슈베스터》


 이제 완결까지 한 권 남겨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긴장감과 캐릭터성을 끝까지 유지해낸다면 무난하게 역대 베스트 만화에 입성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프리드리히 대왕을 꿈꿨던 총통의 말로 《몰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