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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슨 Jul 10. 2022

<마음을 바꾸는 방법>을 읽었다



이 책을 다시 펼친 건 넷플릭스에서 곧 출시될 동명의 다큐멘터리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와 뉴욕타임스 북 리뷰 선정 올해의 책을 모두 차지한 이 저명한 책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조금 의아했던 게 사실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한국에 이 책이 왜? 굳이? 그도 그럴 것이, 이른바 사이키델릭 물질(psychedelic substances)이라 불리는 약물을 둘러싼 생산적 논의는 북미나 유럽에서야 활발하겠지만 한국과 같은 마약 청정국(!)에선 (당연히도) 아예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하긴, 나처럼 이 물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사 보았고, 생각보다 꾸준히 팔리고 있는 듯하며, 정지돈 소설가나 서점 MD 등 업계 종사자들도 이 책을 추천한 바 있으니… 역시 한국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아직은 충만한, 무시할 수 없는 힙스터 문화 강국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안타깝게도 일본에는 이 책 역시 번역서가 안 나왔을걸….)


<잡식동물의 딜레마> 등의 저널리즘 논픽션 책들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마이클 폴란은, 이 핫한 물질 덕분에 작가로서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것처럼 보인다. (베스트셀러도 내고 넷플릭스도 찍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실제로 요 몇 년간 영미권 매체들에서 자주 눈에 띈 주제 중 하나가 실로사이빈과 LSD 같은 사이키델릭 물질이었다. 브리 라슨과 기네스 펠트로, 유발 하라리나 조 로건 같은 유명 인사들이 대놓고 사이키델릭을 예찬하고, 여러 책과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어째서 이 약물이 필로폰이나 헤로인 등의 끔찍한 마약과는 완전히 다른지 설명하려 애쓴다. 한국에서도 스테디셀러가 된 멀린 셸드레이크의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는 실로사이빈 버섯을 비중 있게 다루고, 넷플릭스 <뇌를 해설하다>는 이 물질에 대한 과학적/낙관적 접근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환상의 버섯>은 진균학자 폴 스테미츠가 실로사이빈 성분과 버섯의 효능을 과도하게 찬미하는 내용이며, 넷플릭스 <해브 어 굿 트립>에선 유명인들의 사이키델릭 경험담이 유머러스하게 소개된다.


이 이야기들의 대체적인 결론은, 사이키델릭이 중독성 강한 아편 계열이나 각성제 계열 약물과는 180도 다르며 외려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마약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마약인 알코올(과 SNS…)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안전하고 이로운 물질이라는 얘기다. ‘사이키델릭 르네상스’라는 말까지 생겨난 요즘, <마음을 바꾸는 방법>과 같은 콘텐츠들의 의중은 이 물질의 합법화에도 가닿아 있는 듯 보인다. 2010년대에 미국에서 대마초가 그랬듯, 먼저 의료용으로 합법화를 꾀하는 전략인 것이다. 실제로 오카시오-코르테즈를 비롯한 다수의 의원들이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고, 미국의 몇몇 주와 도시에선 이미 이 물질의 비범죄화가 시행됐다. 존스홉킨스대나 뉴욕대 등의 여러 의과 대학에선 우울증, PTSD, 알츠하이머, 말기 암 등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 및 임상 시험 중이며, 치료제를 위한 FDA 승인도 준비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얘기가 쌩 코리안인 우리에겐 별 의미 없겠지만서도, 혹시 아나? 몇십 년 뒤엔 한국의 정신의학과에서도 당신이 오늘 복용한 세로토닌계 항우울제 대신에 더 효과 좋고 부작용 없는 사이키델릭 캡슐이 처방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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