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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슨 Dec 10. 2022

비를 더 많이 내리게 할 수 있어요?

<죽이기 전까진 죽지 않아>에 실린 에세이 중 하닙 압두라킵이 한 뮤지션을 향한 찬양만으로 글을 끝낸 경우는 단 하나다. 압두라킵은 ‘비를 더 많이 내리게 할 수 있어요?’라는 짧은 에세이에서, 프린스(Prince)라는 음악인 그 자체를 찬미하는 데 모든 걸 쏟는다. 프린스는 2007년 미국 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 하프타임 쇼 무대에 오르기 직전, 담당 프로듀서 돈 미셔로부터 긴급한 전화를 받는다. “저기, 지금 비가 온다는 걸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공연 괜찮겠어요?” 그러자 프린스는 이렇게 되묻는다. “비를 더 많이 내리게 할 수 있어요?” 압두라킵은 프린스의 이 전설적인 공연 실황을 한 편의 헌시(獻詩)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중 프린스의 히트곡 “Purple Rain”이 울려 퍼지던 마지막 순간, 즉 그해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종막을 다음과 같은 글로 형용한다.


“화룡점정은 당연하게도 공연의 대미, 작열하며 솟아오르던 “Purple Rain”을 연주할 때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이 공연이 곧 슈퍼볼 그 자체가 되어버린 세상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슈퍼볼에 참가한 선수들과 코치진, 치어리더 할 것 없이 모두가 프린스의 발아래에서 절을 올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를 향한 존경의 표시로 그날 밤 경기를 쉬는 세상을 보았다. […] 무대 전면에서 커다란 천이 바람에 펄럭이며 올라가고, 마침내 거기에는 아름다운 소음을 만들어내는 프린스의 실루엣만이 존재한다. 그 어떤 하프타임 공연에도 이와 같은 순간은 없었고, 없을 것이다. 오로지 그림자로만 보이는 프린스가 기타에 손을 올리고 악기를 구슬리며 노래 속의 노래를 뽑아냈다. 당연하게도 여전히 비가 내렸고, 모든 각도의 카메라 렌즈에는 구슬 같은 빗방울이 맺혀 있었으며, 앞 열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도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프린스에게는 그때까지도 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았다.” [죽이기 전까진 죽지 않아, 43-44쪽]




작가의 이전글 <죽이기 전까진 죽지 않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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