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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슨 Oct 20. 2023

<좌파의 길: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를 읽었다



최근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좋은 자극을 받았다. 나는 자본주의에 관한 글만큼은 가급적 문학적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고, 이 책은 그런 바람에 조응한다. 책이 다루는 대상이 현실의 불합리나 모순을 일으킨 구조라면, 특히 자본주의라면, 저자가 그 주제를 노골적으로, 일관되게 겨누기를 바란다. 그래선지 가령 자본주의 개념을 현란한 문화 비평의 원자재로 삼는 책들은 예전에도 지금도 종종 공허하게 읽힌다. 물론 자본주의도 문학이나 예술 철학의 주제가 될 수 있고, 문학이나 철학이라고 늘 비유하거나 탈주하는 것은 아니며, 그것들이 서로 딱 나뉘거나 대립되기만 하지도 않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많이 그런 글을 읽고 써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거의 매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 끔찍한 자본주의 체제, 이 교묘히 제도화된 사회 질서에 관한 글을 읽을 때만큼은, 그 대상과 살이 맞닿듯이 접속되고 싶다.


이 책에서 우리는 새삼 많은 것이 자본주의가 돌아가기 위해 꼭 필요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상기하게 된다. 인종적 수탈(식민화)이나 사회적 재생산(돌봄 노동)에 대한 반복적인 서술은, 스피박 같은 이론가·문학가들이 내놓은 해석을 한층 노련하고 간결하게 우리의 현실과 이어 붙이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서구 열강의 끝없는 식민주의도,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비가시적 억압도, 비인간 자연을 착취한 결과인 생태 파괴도, 모두 자본주의라는 특정 사회 유형이 필연적으로 초래한 일이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추진 중이라는 점을 낸시 프레이저는 명확한 언어로 까발린다. 곳곳이 가혹한 이 세계에서, 이스라엘이 서방 제국주의에 기대어 75년간 저질러온 팔레스타인 점령과 대학살이 계속되고 있는 이 현실에서, 유독 염치없는 K-자본주의 사회를 헤쳐 나가는 우리에게 긴요한 일이란 자본주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부터란 생각이 든다. ‘자기 잠식 자본주의(Cannibal Capitalism)’라는 원제 대신에 붙인 한국어판 제목이 뜻하려고 했던 바도 얼추 그런 것 아니었을까.



작가의 이전글 <에세이즘>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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