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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Mar 29. 2022

비전공자의 자기소개서

내 전공은 사회복지지만 기획자가 되고 싶어.

 내 작고 귀여운 전공은 사회복지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쓸모 있다고 느낀 건 사회조사분석론이라는 수업에서 배우는 통계 기초였던 것 같다. 그 수업 외에 자본주의사회론, 사회복지정책론, 사회문제론, 사회복지행정론 등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긴 했지만 지금 취업을 위해 배우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왜 사회복지사 안 하려는 거야?


 일단 나는 사회복지사 맛보기 과정을 수료했다. 

 운전병으로 현역 입대를 했는데 102 보충대대에서 현역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 그 해 102 보충대대가 마지막 기수를 받았었는데 102 보충대대를 이용한 마지막 기수이자, 마지막 현역 부적합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이 된 것이다. 

 많은 분들이 사회복무요원이면 꿀 빠는 것 아니냐 말할 수 도 있겠지만, 능력 있는 사회복무요원일수록 (정확히는 애매하게 능력 있는) 격무에 시달린다. 정말 능력자여서, 관공서를 뒤집어엎는 경우 or 완전히 드러누우면 꿀빨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 일을 엄청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이런 경우가 실제로 있다. #코딩하는공익) 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축에 속했다. 아래 글은 카이스트 출신 공익 반병현님의 매거진인데, 매거진 초반부에 공익이 되고 노동청을 뒤엎는 사건에 휘말린다. 이 정도 능력은 되어야 근무지에서 꿀빨 수 있다. 아니면 드러눕거나, 일을 열심히 거나다.

https://brunch.co.kr/magazine/socialcoding

 내 근무지는 종로구를 거점으로 하는 사회복지관이었는데, 전담부서가 따로 부여되었었다. 무료급식 파트에서 나는 못하는 업무가 없었고 가끔은 영양사의 일을 대신해보기도 했다.(원래 그러면 안 됩니다.) 

 사실, 일을 부탁받으면서 너무 납득이 안되면 거절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납득이 가는 일들이었다. 정말 일손이 부족해서 나는 자발적으로 일을 도왔고 가끔은 클라이언트를 찾아서 밤새 종로구를 나돌아 보기도 했다.

 사실 같이 고생한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 아주 좋게 마무리해서 꽤,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잘 해냈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고생하는 사회복지사 월급이 5~6년 차가 돼도 개발자 혹은 서비스 기획자 신입 연봉보다 거의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좌절했었다.

 

 개인적으로 고생한 만큼 돈은 벌어야 한다는 신념도 있기 때문에, 직군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물론, 단지 돈뿐만이 아니다.



 2020년)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 사회복지 실습


 2020년 당시, 사회복지현장실습을 종합사회복지관이 아니라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에서 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사회복지와는 다르게,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는 고용과 가치 창출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사회복지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어서 해당분야에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전통적인 사회복지와는 이미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하면서 안 맞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실습을 하면서 만난 다른 선생님들도 유명한 창업 동아 리인 Enectus 활동을 하셨거나,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창업을 해본 경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다. 

#노련함 #진실한마음 (이때 사회복지실습현장에서 처음으로 슬랙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솔선수범 #한발짝더나아가는


...! 키워드를 획득했다. '노련함' '솔선수범' '한발짝더나아가는'


 내 생각들은 대체로, 어떻게 하면 사회복지서비스를 더 질 좋은 더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만들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이런 마음들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지만, 무언가 만들기엔 대학생활이 너무 짧았던 것 같다.



 2020년) 양천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주민기술학교 Project Manager


 이런 생각들이나, 실습 경험들을 바탕으로 채용 제안이 왔다. 사실 내게 이렇게 큰 제안이 들어와도 되나 싶었지만 정말 감당하기 힘들겠지만 매일 밤을 새우면서 구르더라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대학생이 언제 서울시 단위의 보조금 사업을 매니징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덥석 제안을 승낙했다.

정겨운 사업계획서, 사업이 끝날 때쯤엔 너덜너덜 해졌다.
결국 사업 성과로 2년 차 사업을 따내고, 좋은 성과도 얻었지만 너덜너덜한 문서화를 마주하면서 내 역량이 부족함을 절절하게 느꼈다.

...! 키워드를 획득했다. #역량 부족 #보조금 회계


그렇지만, 일단 야근을 못하는 센터 사정상 일을 집을 집으로 가져가면서까지 굴러본 경험은 내 경험의 폭을 강제로 늘려놓는데 충분했다. 많이 혼났고 많이 배웠다. 부족한 내게 과분한 기회였던 것 같다. 업무를 하면서 보조금 회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쩍 늘었다. 지침이 어떻고 절차가 어떻고 MBTI로 치면 극성 P인 나를 J로 만들어 버릴 정도였다.



 2021년) 처음 경험해본 창업 프로그램 그리고 창업 지원금

2021-1학기 성균관대학교 소셜앙트러프러너십 팀 아카데미


나는 창업, 서비스 기획 분야만큼에서는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관련된 지식이 완전히 전무했다. 


'디자인 싱킹이 뭐죠..?'

'칸반 방법론이 뭐죠..?

'애자일..? 스크럼..? 스프린트..?


 잘 몰랐다. 


 또, 프로그램에는 '서비스 기획'보다는 '기업가정신'이 우선되었다. '창업 프로그램'이니까!


 그럼에도 기업가 정신과 서비스 기획은 접점이 매우 많았다.


 창업 프로그램의 슬로건은 'Learning By Doing'이다. 실험해보면서 어떤 Lesson Learn이 있었는지 공유하고 대화하는 프로세스가 주로 이루었고 이는 우리는 더 끈끈한 팀으로 만들었다. 결국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 자체는 애자일 프로세스가 가지고 있는 방식과 그 구조는 동일했다.


 PMF를 찾거나 MVP를 만들거나 프로토타입을 만들거나 이런 일들을 이제는 내게 크게 무거운 일로 다가오기보단 '한번 해보자! 일단 시도해보고 안되면 다시 해보자!'라는 긍정적인 생각들이 자리매김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리더십을 자주 맡게 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앞서 했던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다. 


 어떤 일들을 해내면 우리가 MVP를 만들 수 있고 산출물을 통해 가설 검증까지 만들 수 있다는 일련의 확신이 양천구에서 구르면서 만들어졌다. 


 일이 실현될 가능성을 보고, 설득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리더십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해당 사업에 우수창업팀으로 선정돼서 추가 창업지원금을 받기도 했고 이 이외에도 사업계획서로 학교 이곳저곳에서 창업지원금을  타내서 실험을 해봤다.


...! #리더십 #팀 #기업가정신이라는 키워드를 얻었다.



 2022년 코시국 취준생)


 대학생활 동안 #솔선수범 #노련함 #한 발 짝 더 나아가는 #리더십 #팀 #기업가정신 #보조금 회계 #역량 부족이라는 키워드를 얻었다. 사실, 이러한 키워드를 얻는 과정이 참 유의미했던 것 같다. 내게 어떤 역량이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 고등학교 이후로는 잘 몰랐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확인하게 되었다.


 창업의 경우 MVP까지는 만들었지만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R&D 분야여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져서 팀을 나오게 되었다. 또, 세상의 문제를 풀면서 PMF를 찾는 일이라기 보단 이미 검증된 PMF를 바탕으로 시장의 내놓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 투자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세운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비즈니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팀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 주요 역량인 직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름하야 Product Manager 그리고 서비스 기획자 2022년과 2024년까지는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실무역량을 쌓고 추후의 커리어 패스를 PM으로 잡아볼 예정이다. 대학생활에서 얻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 역량을 개발하고, 앞으로 다양한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생에서 정답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건 풀이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비전공자면 뭐 어때, 서비스 기획에 비즈니스에 대해 올바른 과정을 거쳐왔으면 그 것으로 된 것이다.


PS. 소개하지 않았지만, 내게 콜롬비아 커피 같다고 이야기해주는 분들도 계셨다.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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