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세권 Apr 27. 2019

6. 한 도시와 사랑에 빠진다면

얼얼한 마라의 맛, 문학 낭만의 도시 청두로 인도하는 안내서

<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도시에서> 

이소정 지음, 위즈덤하우스

_ 잘 쓴 연애소설을 보면 연애가 하고 싶어지듯, 한 도시를 열렬히 사랑한 글을 읽다 보면 왠지 그 도시를 사랑하게 될 것만 같아지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나 더욱 그런데 아마도 글 속에서 느껴지는 도시와 그 문화에 대한 저자의 꽉 찬 사랑 때문일 거다.


<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도시에서>는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도시인 청두(成都)로 가는 길을 인도하는 안내서다. 칭따오맥주의 청도(青島)가 아님에 주의하자.
_
그 정도로 청두는 여행지로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작년에 tvn의 미식 프로그램 <백종원의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서 청두 지역의 음식을 다루면서 우리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_
최근의 여행서 트렌드는 정보의 나열보다는소개하는 지역의 매력을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에 방점을 찍는데 이 책에선 중국의 문화(음식과 문학)를 통해 청두의 매력을 확장시켜 보여준다.
_
얼마 전에 친구와 함께 일본어와 중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와 연관된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일본어학습자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체감상 중국어와 중국문화보다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선호하는 젊은이가 더 많은 것 같다고. 언어는 문화를 동반하기 마련인데 일본어는 일본의 대중문화를 타고 널리 퍼진 반면 중국어는 문화를 통해 퍼졌다기 보다 어떤 목적성, 이를테면 비지니스에 유리함을 기반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_
그리고 중국 정부의 통제를 기반으로 한 폐쇄성도 한 몫 한다. 인터넷을 통한 국경없는 교류의 시대에 인터넷 통제는 자국문화의 확산을 방해하기도 한다.
_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청두라는 도시를 통해 중국과 중국 문화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중국의 역사와 문학에 해박한 저자가 군데군데 풀어놓는 음식의 유래나 문학 해설은 따로 떼어 한 권의 책으로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잘 쓴 연애소설 같은 이 책은, 그러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너무나 매력적으로 풀어놓은 이 책을 읽고난 뒤 내 감정은 약간 질투 같은 것이었는데 에필로그에 나온 세 문장에서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백 년 후 나와 같은 여행자가 청두에 오면 오늘의 나를 부러워할 거라고.
나는 이 아름다운 도시가 가장 매력적인 이 순간을 목격하고 있으니까.
백 년 후의 여행자는 내가 여행하는 순간의 청두를 마음에 품고 다닐 테니까.”


_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그 때 그 순간의 아름다운 청도는 온전히 저자만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두 존재만의 사랑이어서 나는 그저 이 아름다운 사랑을 바라보며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5. 이것은 중국소설인가 한국소설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