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 May 07. 2021

안전하고 색다른 여행

여행의 매력

내가 어렸을 적에는 여행이라는 단어 자체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사치였다. 출장이나 볼일이 아닌 순수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보고 역마살驛馬煞이 끼어 그렇다고 폄훼까지 하는 분위기였으니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책으로 대했을 때의 충격은 정말 컸다.

아버지가 이 책 한 질을 12개월 할부로 들여놓았다가 엄마한테 바가지 긁힌 후 다시 반품하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그 짧은 기간 동안 읽었던 '김찬삼의 세계여행'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었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여행을 다닐 수도 있구나 하고 신기해했을 뿐, 내가 해외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일은 당연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해외여행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남편이 처음 해외 출장 갔을 때가 생각난다. 일단 해외로 나가려면 여권을 비롯해 여러 가지 서류들을 구비해야 하는데 온 가족 사돈의 팔촌 친척까지 신원조회는 물론이고 재산 정도와 고위 공무원이 아니면 대기업 재직증명서라도 있어야 출국이 가능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를 이웃마을 드나들 듯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서 특권층만이 누리던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었다. 세계의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카톡 프사로 올리던 사람들이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지인 중에도 이맘때쯤이면 몇 번을 들락거렸을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어 몸살이 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여행도 중독인지 그나마 콧바람을 씌어보려고 우리나라 산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우리나라에도 아름답고 볼거리 많은 곳이 얼마나 많은지 이 책 하나를 보고 깨달았다.

'안전하고 색다른 여행'

이제껏 나는 여행서를 일부러 구입해서 본 적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어디 어디 여행을 검색하면 차고 넘치는 정보가 쏟아져 나오니 굳이 살 필요가 없었나 보다.

여행서 하니까 생각나는 일이 있는데 예전에 신문기자를 했던 소설가 한 분이 주로 여행에 대한 기사를 써서 잡지사에 보내는 알바를 하신 적이 있다고 했다. 나도 그분의 여행기를 여러 번 본 적이 있어 잘 봤다고 인사했더니 사실은 그 여행지에 가본 적도 없다고 실토하셨다. 집중해서 글을 쓸 곳도 마땅치 않아 여관방에 들어앉아 상상으로 '소설'을 써서 넘긴 여행기를 일반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은 것이다.


'안전하고 색다른 여행'의 저자는 일단 작가가 여행 전문 작가이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냈고 전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여행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각 지역으로 강의 다니며 꼼꼼히 둘러본 주변 사진들이 책에 실려있으니 더욱 생생하게 전달된다. 취재비가 없어 여관방에 앉아 가본 적도 없는 장소의 여행기를 썼다는 소설가의 여행기가 독자에게 여행의 꿈을 심어주었다면, 이 책은 현실적으로 여행에 대한 팁과 적절한 명소를 콕콕 집어 주는 친절한 찐 여행서라고 하겠다.

본문 첫 페이지를 여는 '코로나 시대의 여행법'처럼 현실성 있는 요령과 요즘 유행하는 '차박의 모든 것'을 읽다 보면 어느덧 마음은 여행지에 가서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여행 안내서만은 아니다.

길 위의 추억 - '바다에 빠진 제 애마를 구해주소서'처럼 여행하면서 얻는 에피소드가 군데군데 적절하게 들어가 있어 여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순간들의 기록도 이 책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또한 작가가 거금을 들여 구입했다는 최신 드론은 지상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풍경들을 부감으로 찍어 독자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다수의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가답게 사진 또한 일품이다.  

코로나로 인한 집콕 생활에 지쳐 돌기 직전의 사람들에게 일단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안전하고 색다른 여행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침체되어 있는 지금이 오히려 여행하기 좋은 때일지 모른다. 해외여행 때처럼 미리 준비하고 수속이 복잡한 것도 아닌 국내여행 아닌가.

아직은 건강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우리 부부, 어느 날 아침에 밥 먹다 말고 서로 마음 동하면 숟가락 내려놓고 손잡고 훌쩍 떠날 것이다. 안색여행이 우리를 안내해주겠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차박에 대한 생생한 안내이다.

우리 같은 노인들에겐 무리가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차박에 대한 정보가 알차게 들어있다.

작가 본인이 차박 마니아이기도 한지라 장소 물색부터 시작해 차박 요령을 꼼꼼하게 알려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토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