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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ed thoughts May 17. 2024

사티아를 우연히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2024년 5월 16일 목요일 - 94일 차

☁ 어제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나더니 오늘은 바람이 매섭게 분다.


 내 자랑거리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와 같은 건물에서 일한다는 거다. 나는 1층에 사무실이 있고, 사티아는 5층 전체를 사용한다. 5층은 경호원들이 상주하며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우리 팀 개발자 P가 뭣도 모르고 5층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때 경호원이 P의 사원증을 스캔하고는 쫓아냈다고 한다. 며칠 뒤 P의 상사의 상사는 직원 좀 조심시키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우리 팀은 4개월 전 이 건물로 이사를 왔다. 사티아가 있는 곳이라는 걸 알았을 때 모두가 흥분했다. 복도에서 사티아를 마주치지 않을까? 사티아가 1층에 들러서 우리한테 인사하는 거 아니야? 사티아도 우리랑 같은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으려나? 궁금한 것도 많고 설레기도 했다.

 아래는 어제 점심시간에 팀원들과 나눈 대화다. 

 A: 나 저번주 토요일에 사무실에 잠깐 왔거든. 시애틀에 놀러 온 친구 구경시켜 주려고. 이 건물에 사티아 있다고 자랑했어. 근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주말에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사티아는 없을 거라고 했지. 사실 평일이라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말이야. 구경 다 끝나고 주차장으로 갔는데 사티아가 있는 거야!

 U: 진작 말하지! 이런 이야기가 있는 줄 알았으면 내 지루한 여행 이야기는 안 했지.

 : 인사는 했어?

 A: 응, 했는데 목소리가 갈라졌어. 진짜 창피했어. 사티아는 엘리베이터를 타더라. 나도 따라 타야 하나 고민했어.

 : 탔으면 진짜 말 그대로 엘리베이터 피치* 했겠네.

 A: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Experimentation이 뭔지 설명해줬을 텐데.

 : 주차장에서 만났으면 사티아가 무슨 차 타는지 봤어?

 A: 기사가 태워다 주고 떠나지 않았을까?

 : 아 그러네. 내 생각의 한계네.


 우리는 사티아를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고민했다. 나와 S는 얼어붙을 것 같다고 했고, U는 자기 아버지와 이름이 같다고 할 거라고 했다. 사티아를 우연히 만나게 될 때를 대비해서 할 말을 준비해 놔야겠다.


*엘리베이터 피치는 30초에서 1분 사이의 짧은 시간 동안 자기 자신, 사업 아이디어, 제품 등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스피치다. 평소에 정말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전까지 스스로를 어필할 수 있어야 하는 데에서 유래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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