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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Apr 15. 2022

9 반세기 전 몰타, 고조 섬

어쩌다 몰타 여행

여행이 일주일을 지나면서 다음 행선지를 고민하던 중 고조섬(몰타를 이루고 있는 섬 중 몰타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다)을 갈지 말 지 고민을 꽤 했다. 배를 타고 (비록 20분이지만) 들어가는 게 좀 번거롭게 느껴졌고, 여행이 너무 길어지나 싶기도 했고(다시 돌아가서 해야 할 숙제와 시험공부 생각), 이미 충분히 몰타 여행을 누린 것 같기도 했기 때문에 갈까 말까 확정을 못하고 있었다.


고조섬 선착장에 내려 숙소로 가는 길


그러다가 몰타인 누군가가 고조 섬은 50년 전 몰타 같고, 더 greener 한 곳이라면서 네가 가면 분명 좋아할 것 같다고 시간이 된다면 이틀 정도는 꼭 가 보는 걸 추천한다고 했는데 이 '50년 전 몰타 같다'는 말이 콕 박혔다.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안 가면 다시 못 갈 수도 있겠다 싶어 다음 행선지를 고조로 정하고 고조에서 2박 할 숙소를 찾았다.


그렇게 페리를 타고 고조에 도착. 페리 터미널이 있는 음자르가 가장 동쪽이고, 내가 묵을 숙소는 고조 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섬 서쪽의 빅토리아 인근이었다.


이동하는 길에 '50년 전 몰타 같다'는 그 말이 무슨 말인 지 와닿았다. 분명히 몰타에서 본 몰타 이곳저곳과는 또 다르다. 더 전통적이고 차분하고, 제일 좋은 건 더 조용했다-몰타는 차가 굉장히 많아서, 차 경적 소리 이런 게 꽤 시끄럽다.  


빅토리아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건 옷 사기다. 이날 바람이 너무 불어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추웠기 때문에 뭐가 됐든 방한용 옷이 필요했다. 그런데 몰타는 옷값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 제일 저렴한 후디 하나가 20-30유로고, 면 반팔티도 20유로 도. 영국 세컨핸드 샵에서 기본적인 옷은 정말 싸게 살 수 있는데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결국 빅토리아에 있는 빈티지 샵을 뒤져서 3유로를 주고 두툼한 후디를 하나 사는 데 성공했다. 이걸 안에 입으니 좀 돌아다닐만해서 빅토리아 구경을 시작했다.


빅토리아의 시타델


빅토리아의 시타델. 올라가면 빅토리아와 고조섬 꽤 멀리까지 전경이 보인다.


빅토리아는 면적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역시 볼 게 굉장히 많은 도시다. 옛날 유럽의 어딘가를 옮겨 놓은 것 같은 곳도 있고, 중세 유적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시타델에 올라가서 본 전경이 정말 멋있다. 이날 바람만 덜 불었다면 좀 더 오래 있었을 것 같은데, 바람이 정말 힘든 날이었다.

 


동네 카페들도 분위기가 되게 편안하고, 커피도 다 맛있다. 몰타 와서 또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커피가 싸고(보통 로컬 카페는 1유로대 중반에서 코스타 아메리카노가 2유로 초반이니 영국이나 한국보다 저렴하다) 맛있다는 거다. 이것도 이탈리아 문화의 여파인 것 같은데, 진짜 웬만한 로컬 카페들에서 파는 커피가 다 맛있다. 특히 카푸치노가 정말 맛있다. 또 몰타 와서 느낀 건 아주 작은 카페, 식당도 와이파이가 되고, 심지어 굉장히 잘 터진다, 영국에 와이파이 안 되는 식당들이 꽤 있는 거랑 비교됐다.


고조에서는 반나절 정도 하이킹에 할애하고, 나머지는 빅토리아를 천천히 구경하고 가고 싶은 곳 한 군데 정도를 더 가보자 싶었는데 그 한 군데는 Dwejra 베이가 됐다(어떻게 발음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지금은 침식된 Azure window가 있는 곳이다. 여기 갔던 날은 햇빛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해변에 앉아서 물멍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고조 섬, 여기 안 왔으면 정말 아쉬웠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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