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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Apr 15. 2022

6 지중해따라 걷기-몰타 하이킹

어쩌다 몰타 여행

몰타는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하이킹 길이 굉장히 많다. 사실 하이킹이라기 보다는 트레킹이다. 오르막은 거의 없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몰타섬 남쪽이나 남서쪽도 좋다고 하는데 여긴 직접 못가봤고, 몰타섬 서쪽에서 한번, 고조섬에서 한번 하이킹 코스를 따라 걸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멋있었던 몰타 서해인 트래킹


서쪽 해안가를 따라 세시간 정도 코스로 가이드와 함께 걸었는데 여긴 정말 인생 하이킹이었다(등산을 좋아해서 한국에서도 여러 산들을 포함해서 이런저런 걷는 길들은 많이 다녀 본 편). 가이드를 찾은 것도 마침 숙소 근처 에어비엔비 액티비티 중 하이킹 프로그램이 있길래 즉흥적으로 신청한 거였는데, 이날 신청자가 나밖에 없어서 가이드와 일대일 투어를 하게 됐다ㅎㅎ 편안하고 대화가 잘 통해서 원래 알던 친구와 수다 떨듯이 얘기하면서 같이 걸었다.


조개, 산호초 화석이 곳곳에 있다
차로만 마시던 카모마일꽃



이 투어는 리비에라 해변(몰타 서쪽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에서 시작해서 가한투피하 타워라는 약 400년전 세워진 유적지(감시탑)를 지나 카라바 고원을 거쳐서 그네나 해변을 거쳐 원점회귀하는 코스였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게(바람은 꽤 불었지만) 화창했던 날씨가 하이킹에 꽤나 기여했다. 지중해 물빛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식생도 꽤나 달라서-올리브나무 등등- 이 점도 한국사람 입장에선 이국적으로 보인다. 차로만 마시던 카모마일 실물도 여기서 처음 봤다. 그리고 하이킹 코스 절벽 바위가 굉장히 특이한데 조개껍질 같은 화석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옛날옛날 바다 속에 있었다는 흔적이다. 카멜레온도 많다고, 가이드가 꼭 보여주고 싶어했는데 이날은 못 찾았다.  


고조섬 남쪽 바닷가 횡단길


고조섬에도 하이킹 할 수 있는 데가 많다. 고조섬 여러 코스 중 난 가장 동쪽인 음자르에서 서쪽인 슬렌디까지 가는 코스를 추천받아서 여기를 갔다. 추천해준 사람의 추천평대로 정말 좋았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게 맞아? 싶은 그런 풍경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길을 1시간 30분 동안 걸을 수 있다. 그리고 하이킹 코스가 막 잘 정비되고 그런 건 아니라 정말 그냥 자연에 있는 있는 그대로의 길을 걷는 느낌의 코스가 많다. 길 한쪽은 지중해 수평선이 보이는 깎아 지를듯한 절벽이고  다른한쪽은 꽃밭 아니면 풀이 무성한 길이다.



영국에 와서 살기에 딱히 불편하거나 아쉬운 게 크게 없었다. 심지어 먹는 것도 괜찮았고, 한국에 비해 아주 많이 느린 행정시스템도 처음에만 좀 당황했다가 곧 적응했다. 그런데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영국에선 등산(내 일순위 취미다 ㅎㅎ)을 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거였다. 한국에선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도 정말 다양한 산을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지만, 영국에는 등산로나 하이킹코스까지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정말 어렵다. 자차가 있다면 차로 1~2시간에 갈 수 있는데 대중교통으로는 거의 6~7시간을 가야 하니 사실상 차가 없으면 갈 수가 없다. 영국에서 등산 못해서 쌓인 아쉬움을 몰타에서 꽤 많이 풀었다. 그리고 확실히 나는 이런 활동을 해야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이란 것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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