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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Apr 15. 2022

8 몰타 핫플 부지바 방문기   

어쩌다 몰타 여행

2주 동안 몰타를 한 바퀴 돌면서 느낀 건 이 작은 나라에 지역마다 분위기가 매우 다 다르다는 점이다.


 부지바(Bugibba), 여기는 북쪽 해안가 도시로 발레타 기준 서쪽 끝쯤에 있다. 멜리에하에서 발레타까지(세인트줄리안스, 슬리에마로 이어지는)는 시골시골한 남쪽과는 굉장히 다르게 그냥 '도시'다. 이런 다채로운 몰타에서도 부지바는 요즘 느낌으로 힙한 동네다. 핫플 느낌의 장소들이 많고 분위기도 마치 미국 서부 어디 휴양지 같다.


여길 간 건 순전히 먹으러다. 검색 결과 가장 가고 싶은 음식점 몇 곳이 부지바에 몰려 있었고,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길거리 음식에 꽂혀서 거의 매일 이것들만 먹었던 터라(물론 경비를 아끼는 차원도 있었다. 파인다이닝류는 최소한으로만 가려고 했다) 가 본 식당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점심, 저녁을 이 식당 중에 골라서 갈 계획이었다.  


결과적으로 고르고 골라서 간 식당은 분명 매우 훌륭했는데, 음 파스티치를 먹었을 때의 우와! 이런 느낌이나 시칠리아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다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어서 감동했던 그런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다. 만약 영국에서 이런 곳을 갔었더라면 매일 갔을 수도 있다 ㅎㅎ 다만 몰타에는 더 저렴한 값으로 누릴 수 있는 음식 옵션이 너무나 많아서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듯하다.


그 중에서도 점에 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분명 맛있었지만 또 오고 싶다,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랍스터랑 크랩이 들어간 라비올리 가격 14유로였으니 영국에서 피시앤칩스+콜라 값 보다 저렴한 가격에 미슐랭 원스타급 식사를 한 거라 뭐 가성비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식사였다. 그럼에도 아마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건 물을 4유로를 주고 먹었기 때문이 큰 것 같다 ㅎㅎ 웬만한 여행자 대상 식당은 음료를 안 시키면 눈치를 줘서 물이라도 주문을 하게 하는데, 나는 물값이 이렇게 비싼지도 모르고 그냥 스틸 워터를 시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음료를 시킬 걸..분명 맛은 있는데 서울이나 런던 어디에서 먹을 수 있는(물론 훨씬 비싸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으로 느껴진 영향도 있다.


여하튼 부지바는 먹으러 간 곳이지만 결과적으로 이곳에서 더 좋았던 건 그냥 이곳의 분위기였다. 활기차고 밝고 이곳 자체가 매력 있었다. 괜찮은 카페도 꽤 많고, 휴대폰 충전하러 잠깐 들어가 있었던 카페도 커피-롱블랙-가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커피 서커스라는 몰타에 간간이 보이는 체인점(본사가 영국이라는데 영국에선 못 본 것 같다)으로 나는 부지바에서, 발레타에서 한 번씩 가봤는데 두 곳 다 맛있었고, 전반적인 서비스나 분위기 이런 게 다 친절+친근했다. 몰타 여행 중 커피가 고플 때 커피 서커스 이곳을 가면 안전한 선택이 될 거 같다.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부지바를 가던 중에 버스를 실수로 한 정거장 지나서 내리는 바람에 어떤 공원을 지나쳐 오게 됐는데, 이 공원 풍경에 힐링되기도 했다. 날씨가 아주 화창한 토요일 오전이었고, 가족들이랑 함께 놀러 나온 아이들이 공놀이하고 뛰어놀고 있는데 그냥 그 모습 자체가 너무 평화로워서 공원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그냥 이렇게 있는 순간이 좋았다.



그러고보니 난 의도치 않게(사실 잘 몰라서 ㅎㅎ) 여행자들이 상대적으로 덜 찾는 공항 기준 남쪽에서 여행을 시작했고, 그 결과로 더 다양한 몰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발레타, 슬리에마에서 시작했다면 부지바가 그렇게 새로워 보이지 않았을수도 있다. 이 사전 준비 없었던 동선 덕에 더 다양한 몰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더 풍성한 여행이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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