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도요?
시니어가 되고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사업을 모르면 기존에 하던 업무 이상의 기대나 퀄리티를 낼 수 없다고 느낀다. 직급이 오를 수록 직급에 맞는 직무상 역할과 책임은 커져 가는데, 실무자 위치에서 날고 기어봐야 그 이상의 레벨로 오르는 것은, 오래 일 한다고 길러 지는 것이 아니었다. 실무를 통해 나의 일에 대한 철학이나 관점이 생겼다 한들, '나 이정도는 안다'라고 생각하는 자만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번질 수 있으니 착각하면 안된다. 또한 알았다고 한 것을 실행하는 데도 한계가 온다. 아래 후배에겐 나름 민주적인(신사적인) 행동이나 말을 하면서 나를 만들어 갈 수 있지만 반대로 나는 나의 윗 상사에게 그런 것을 잘 요구하지 못한다. HR리드여도 무얼 하라하면.. 그냥 깨갱일 때가 많다. 묻는 용기도, 왜 해야 하는지 생각의 용기가 없다. 원래 일이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 들어'야 그나마 일 좀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데, 내가 떡집 딸이라 잘 알지만... 개떡과 찰떡은 원재료인 쌀 자체가 틀리기 때문에.. 개떡으로 찰떡을 만들 수도 없어서, 알아 듣는다는 불가능한 일이다.. -속담의 숨은 뜻과 상관없이 단어 자체로 생각한 말이니 크게 따지지 마시길;;ㅎㅎ-)
사업을 알고, 더 나아가 이해하고 일을 하는 것과 사업을 모르고 일을 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래서 사업을 보는 관점, 사업의 이해를 실무자 시절부터 잘 길러야 하는데, 회사에선 역량/스킬 중심으로 교육을 보내 주지만 일시적인 학습으로 그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바로 써먹기 위한 교육에 집중되어 간다. 리더십 교육, 사업의 교육도 바로 써먹기 위한 것에 집중한다. 뭐든 써 먹는 수준으로는 높이 올라가지 못하더라.
HR담당자에게 사업을 이해해야 한다고 내 생각을 말하는 이유는 사업의 이해의 수준이나 정도에 따라 하는 일의 내용, 수준,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업을 모르고 하는 일은, 대부분 일을 주는 사람에 맞추어 진행된다. 과거, 리더로부터 ‘제안제도’를 통해 구성원들의 사업에 대한 의견을 받아보라 지시를 받았고 의견 제안을 잘 하지 못하는 조직 분위기를 바꾸어 제안 의견을 많이 받는 것에 초점이 맞춰 제도를 기획했다. 그로 인해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실행된 아이디어는 없었다. (실제로 과거 대비 제안 건수가 600% 상승함. 이 일의 목적을 생각할 때, 내부 의견으로 성장 요소 발굴이라 했지만;; 그저 '발견'이 아니었을까)
오히려 회사 상황상(당시 오너리스크로 지속된 매출 및 이익의 하락 상황) 매출을 올리기 위한 신규사업(돈, 시간, 사람의 투자) 보다는 기존 구조에서 비용절감에 대한 아이디어가 더 필요했는데 리더의 의도를 사업의 이해를 통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직책자가 아니라 더 자세히 물어보지 못한 것도 있으나 알았다면 아마 다른 식으로의 질문이나마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사업을 이해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지만 중요한 것이고, 그 이해를 직접 알려주는 회사가 없기 때문에, 적어도 사원때부터 ‘내가 하는 일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기여를 하는지 묻고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사업을 이해하라 말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저 상태에서 제안건수를 획기적으로 높였으니 내 방법이 맞았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의 고민이 없으면 저 정도 수준에서 다른 회사 가서 다시 써먹거나, 실제 실행되도록 좀 더 노력하는 것 외엔 나아지는 게 없을 것이다. 그나마 되면 다행이지만 안 된다면 그 화살을 구성원이나 회사에 돌릴 수도 있다.
또 다른 예로, HR의 매년 숙원 과제인 직급/보상/호칭 체계를 수정하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우리 부서는 이 일의 경험이나 제도를 만드는 것에 심취해 있었다. 그동안 하고 싶어도 번번이 묵살되니 안 될 줄 알았는데 사모펀드사에게 회사가 인수되고 나서 바뀐 CFO에 의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벤치마킹이나 책으로 엄청 자료를 찾고 알아보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 시점에 왜, 인사제도를 바꾸는 지에 대한 회사의 상황, 사업에서 이유를 찾았어야 했었다.
사업을 어떻게 알아야 하는지는 너무 어렵고 아직 나도 진행 중이라 나도 배우며 익힌 얘기는 점차 해 나가겠지만, 사람이나 사업의 성장의 한계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내(기업이)가 해봐서 잘 아니까..'란 생각에서 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나(기업은)는 안 물어도 되지만 내 후배는 나에게 물어야 하고, 나는 충분하지만 내 후배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자신의 위치나 책임에서 묻지 않아도 되거나 당연한 것은 없다(불확실한 경영환경은 당연한 변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늘 원인에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댄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사업을 왜 알아야 하면, 정답이 없기 때문에 누구의 답도 답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중에서 우리(기업)에게 맞는 해답을 찾기 위한 우리(기업)의 노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나(기업)의 노력은 무엇인가? 적어도 나(기업)와 거래하는 고객에 대한 이해, 나(기업)의 고객이 누구인지, 그 고객과 제대로 된 거래를 만들고 있는지 알아가는 것 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결국,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업을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나를 하나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면, 내 고객이 누구이고 나는 그 고객으로부터 어떤 반응-매출이 될수도-을 일으켜야 하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그래서, HR이라면 조직 내 함께 하는 사람들간 공통의 답(목표)을 찾는 과정을 만들어 가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서로 묻고 일 할수 있는 상호작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문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