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만 알고 있는 고객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 고객을 먼저 이해하고 있는데,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고객의 정의는 직장인라면 누구나 할 것없이, 혹은 아무 문제없이 생각하거나 말하지만 그 생각과 말에 담긴 무게를 정말 무겁게 받아들이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당연히 사업에서 고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하지 않나? (ㅎㅎ) 고객에 의해 거래가 시작되고, 매출이 결정되며 심지어 고객에 의해 사업의 형태도 결정된다. 그래도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뭐, 이걸 가지고 꼬투리 잡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이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고객이란 말에 담긴 그 무게를, 진짜 알아요? 고객이 무엇인지 설명할 줄 알고 쓰면, 그 무게도 같이 알고 느끼냐고요?"
뭘까? 사업을 안 해봐서 고객의 중요를 간절하게 못 느끼냐라는 질문처럼 받아들였는데 오늘 나눈 대화를 통해 그 질문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였다. HR을 하며 고객을 위한 시스템에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고 만드는 것을 고민하면서도 그 형태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고객'이란 단어를 직접 만나든 간접적으로 만나든 그 간절함, 진짜 왜 중요한지 계속 생각하지 않아서 였다.
나는 친한 친구들이 많다. 그리고 여러 네트워크 관계도 많다. 어느 순간부터 '친함'에 대한 기준을 다시 만들어 간다. 섣불리 친한 관계를 잘 만들지 않기도 하고, 스스로 '친함'의 기준을 세워 계속 관계를 이어갈지, 말지 결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그 관계를 정하기도 하지만 결국 관계는 친하고자 하는 상대편이 보여주는 행동이나 반응으로 다시 결정되기도 한다. 반응에 따라 나도 상대방도 늘 바뀌고 변한다. 다만 내 기준에서 친하고픈 이들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는지 그리고 그것을 더 이어가도 좋을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생활에 너무 많은 일을 만들거나 비효율, 또는 감정만 허비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고객도 그렇다. 기업은 고객을 단순히 거래의 대상, 또는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구매하는 고객도 아니다. 여러번 구매해도 또 구매할지 말지는 고객만 안다. 대신, 우선 제대로 고객이 무엇인지의 정의를 통해 어떤 고객에게 맞는 제품/서비스를 만들고 그 고객에게 테스트 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의도한 반응을 통해 다시 주고, 다시 받고 또 다시 줘보고 다시 받아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목표한 고객이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이것이 끝이 아니다. 내가 너무 밑지면 어쩌나, 그래도 남겨야 사업이 돌아가니 너무 손해만 보고 있다면 다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주고 받고, 주고 받고 맞춰야 한다. 안타를 치기 위해 여러 번 스윙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고객이 중요하다는 이유는, 단순히 거래 대상으로서 매출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기업 내 모든것을 결정하는 고객의 영향력 때문이다. 고객의 정의에 따라 기업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제품 및 서비스도, 시스템도, 시스템 내 직무,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까지 결정된다.
고객의 정의에 따라,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주기 위한 제품/서비스과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로와 단계가 만들어지고 그 경로나 단계에 따라 의도한 반응이 오는지, 계속해서 주고 받는다. 주고 받는 과정에서 고객의 반응에 따라 여러 서비스가 더 붙여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걸로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끊임 없이 시도하는 것이고 검증해 가는 것이다. 어찌보면 사업이 되게 거창하지만 실은, 고객만 잘 관리하고 고객만 잘 챙기면 그리 크게 문제 될 건 없기도 하다. 다만 그 고객이 어려운 것이고, 그 고객이 아닌 사업을 이끄는 사람들이나 참여하는 사람들의 어긋난 목적, 과한 욕심이 더 문제가 된다.
그래서, 고객이라는 말의 무게를 느끼고 상당히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왜 우리의 제품 및 서비스를 사고, 이용하는지, 그들은 우리 아닌 또 어떤 브랜드/기업을 찾고 다니는지, 왜 이렇게 마음을 알기 어려운 것인지 말이다. 너무 당연하게 쓰는 말이 '고객'이고, 당연하게 '고객 중심'으로 일해야 한다, '고객 중심의 마인드'를 가져야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고객 중심이 정말 일에도 흐르고 있고, 너도 나도 일하면서 고객에 대해 고민하고, 그 고민을 나누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우리(기업)의 제품을 우리(기업)보다 알지 못하면서 그 모르는 상태로 제품/서비스를 구매해 준 고마운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