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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May 13. 2024

[사업과 조직] 인력 구조조정

제가 다녔던 기업이 처한 내/외부 환경은 늘 어려웠습니다.

2013년 입사해 10년 다녔던 회사를 놓고 보면, 2014년 점심 식사 때 마주한 세월호 참사는 한국의 활기를 앗아갔고요. 2015년은 메르스가, 그 이후는 외부 환경이 아닌 내부 리스크로 지속된 경영악화에 코로나19까지. 한번도 어렵지 않았던 때는 없었으나 어려웠다고 사업이 망한 건 아니었죠. 그래서 늘 매년 사업 목표에 나왔던 화두는 ‘경영 효율화’였고요. 가진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적은 인풋으로 최대 아웃풋을 얻고자 하는 의사결정은 모든 경영자의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여러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기사를 많이 접합니다. 살아 남기 위해, 대부분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그 군살빼기를 하고 있죠.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력 구조조정은 어떠한 처방보다도 기업에게 주는 득과 실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도 희망퇴직카드를 꺼내며 인력 구조조정을 했어요. 그래서 사업에서의 효과가 있었느냐?하면 재무 구조 개선의 노력에 대한 [감사의견 ‘적정’]으로 유지 되었다는 것 외에 내부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물론 '적정'으로 나오는 것이 어마어마한 일들을 없애주죠;;;


# 최근 기사로 본 구조조정을 통해 얻으려는 기업의 효과

“조직 통합, 인원 재배치 등 합리적인 조직으로 재정비해 효율적인 자원 운영과 매출 목표 달성을 꾀할 계획”
“자발적 쇄신은 재무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비전 달성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 목표”
“체질 개선”

 


장기 경영난이든 일시적 경영난이든 대부분 회사들은,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현 상황을 개선하려 보입니다.

그런데 구조 조정이 대부분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 집중되어 있고, 전체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단기적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얻고자 합니다. 물론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 구조가 재편되기도 하고요. 강화되어야 하는 사업과 축소해야 하는 사업의 방향에 맞추어 인원의 재배치가 이루어 집니다. 조직 내 긴장감이 일에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몇달이라도 회사를 생각하며 일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조직이 통합되고 혁신이 생기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조직 운영이 되었을까요? 인력 구조조정의 실(失)은 생각보다 명확했습니다. 적어도 저의 경험에서는요.

인원은 줄고 내가 하는 일이 늘었는데, 긴장감이 생기며 회사를 위해 일할까요? 오히려 과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일을 하는데 있어 직원 스스로 상당한 효율을 만들어 내려 노력해요. 덜 대화하고, 덜 생각하는 것이죠. 결국 하던대로 했던대로 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늘 시간이 없거든요. 이렇게 업무가 고착화되면 변화에 둔감한것이 아니라 변화에 방어나 저항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업 재편이 된다지만 실제론 돈 되는 사업과 안 되는 사업과의 차별이(투자가 아니다) 발생합니다. 되는 사업은 그나마 포화 상태인 시장인데 매출을 올리고자 많은 마케팅 비용(광고 등)을 쓰지만 잠깐의 이슈 몰이 밖에 못하죠. 안되는 사업은 인력도, 비용도 줄어들고 안 그래도 안되는데, 더 안되니 계속 비용 절감으로 현장 인력 채용도 쉽지 않고, 인건비 압박도 크죠. 그래서 결국 폐업했습니다. 폐업으로 인해 직원들은 다른 직무로 이동(그나마 TO가 있다면요) 하거나 그만둬야 했죠.


그러면 직원들은 불안감을 느낍니다. 불안하면 몰입도도 떨어지고요. 그러니 더욱 성과는 멀어지고 충성도까지 낮아져 악순환이 반복 될 수 있습니다. 악순환이란 일할 수 있는 직원들의 불만과 이직이죠. 그리고 새로운 사람의 채용도 쉽지 않습니다. 업계에 부정적인 소문이 돌면 섣불리 해당 회사에 입사하지 않습니다. 다들 도망가는 회사에 누가 입사하려 들까요?


사업에서 주로 고객을 직접 대하는 직무(R&D, 마케팅, 영업)은 아무때나 필요한 사람을 구하기가 힘듭니다. 사업에서 목표한 시장, 고객을 이해하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아니죠. 설사 외부에서 구하더라도 그 사람이 우리가 바라는 성과를 바로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다녔던 회사는, 사업에서 직접 고객을 대하는 허리를 담당한 직원들은 희망퇴직 때 돈 받고 퇴사하거나(다른 기업으로의 이동이 쉬운 직급이죠. 수요도 있고요.) 한참 후 다 이직을 했고 그 사이 재배치 된 인원들이 해당 주축 포지션으로 이동하면서 일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일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전의 일을 그대로 하고, 그 과정의 시행착오와 하던 일은 해야 했기에 일을 무작정 없앨 수 없어 일부는 다른 부서에 돌리거나 1명이 과한 업무를 감당하게 되었죠. 채용은 쉽지 않고 나간 인력 땜방하느라 기존 직원의 불만이 심했습니다. 정말 자신들을 갈아넣어 일을 했더랬죠.


그래서 인력 구조조정 후, 사업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새로운 전략이나 고객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구조조정 이후에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를 재점검하고, 시장내 고객의 변화를 확인하나요? 그래서 고객으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고 있나요? 조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간 협업과 협력이 이전과 달리 더 활발해 졌나요?

이것은 인력을 조정 하기 전, 조직의 강한 체질과 다시 이 상황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어떤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는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비용을 잠깐 줄여 재무상의 숫자를 좋게 만드는 것이 일시적이란 걸 모두 알죠. 그래서 몇명을 얼마나 줄여 얼마의 인건비가 절감되는지 외에 모두 인력 구조조정 후의 다음이 없습니다. 단순히 적자가 개선되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떤 경영 전략을 통해 이전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죠.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ㅎㅎ 구조조정 컨설팅 받으며 있어보이는 전략이나 계획으로 그럴듯하게  기사로 배포하죠. 그런데, 그 전략을 조직 운영에 제대로 적용하는 것을 경험상 보지 못했네요. 그래서 저는 득보단 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매각이 되어 더 나은 사업자가 우리를 인수하면 상황은 나아지기도 하겠지만, 이미 갖춰진 구조를 바꾸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 입니다. 그 과정에서 또 2, 3의 구조조정이 발생되기도 하고요.



구조 조정을 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직원의 잘못은 없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을 변화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할 의지가 적을 수 밖에 없죠. 구조 조정 전, 실제로 조직이 변화에 의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실무자 위주로 변화에 대한 참여와 동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모두 그 다음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변화'가 우리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죠. 신문에서도, 겪었던 경험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나 효과는 말해도 누구 하나 직원들에게 아주 친절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물론 인사팀 나름의 고충은 있습니다. 실제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 공지나 메일로 듣기 전까지 임원진까지 비밀로 했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참여시킬 있는 방안을 생각해서라도 참여시켜합니다. 상황 자체에 대한 솔직한 정보의 공유가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을 수도 있으며 반대의 경우는 구성원의 마음에 의심과 불신을 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원 감축을 하는데 대표이사가 성과급을 받아가는 비상식적인 회사도 있죠.(솔직히 저도 회사의 입장이 컸죠. 그러나 그만 두지 않았어요. 사에 대한 애정도 있었고 이 그림자가 지워지면 해가 비칠거라는 되게 순진한 생각을 한 거 같아요 ^^;;)


인력 구조조정이 오기까지 어떤 전략이나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경영의 문제도 짚고 싶은데요. 인력 구조조정까지 왔다면, 그동안 조직 내 문제가 있었을 것이고 그 문제를 발생시키고 강화시킨 배경과 배경 속 요인, 문제의 주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적자가 지속된 조직의 결정들과, 그 결정이 문제가 있음에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 문제까지 말이죠. 그래서 인력 구조조정이 회사-개인 모두가 새로운 비전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맞이할 있도록 구조조정 다음의 준비가 반드시 되어 있지 않으면, 득이 없이 실만 있는 인력 구조조정이 될 것입니다. 인력 구조조정은 시한부의 삶을 연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병으로부터 강해지고 견딜 체력을 갖기 위한 과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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