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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Bori Jan 28. 2023

균형과 우선순위는 함께 할 수 없다.

우선순위에 집중하고 다시 돌아오는 나다운 진폭을 세팅하는 일

한 해의 목표가 굳이 필요할까 싶지만 그래도 이정표가 없는 삶 보다야 있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 만들어 본 올해의 목표는 바로 ‘균형 있는 삶’이었다. 작년에 건강에 이상신호가 많아 갖가지 병원을 다녔던 경험도 균형을 추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한 달도 안 된 목표가 벌써 과거형이 되어버린 이유는 바로 이 글을 쓰는 이유.  


작년 이맘때쯤에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위해 루틴 만들기를 시도했었다.

매일 아침 : 모닝페이지 쓰기 15분, 차 마시며 명상하기 15분, 아침 운동 30분
저녁 : 30~40분 일기 쓰기
주말 : 글쓰기

올해 꼭 성취하고 싶은 목표는 ‘독립출판’


독립출판은 결국 해냈고, 주말 글쓰기와 저녁 일기는 85% 정도의 느낌으로 성공한 듯하다. 그리고 아침 루틴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스스로를 아침형 인간이라 자부했는데 원인이 뭐였을까?

단순함의 힘이 중요하다며 ‘한 가지에 집중하라!’고 외치는 책 <The One Thing>을 읽으며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균형과 우선순위는 함께 할 수 없다.


남다른 성과는 일정 정도 이상의 집중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 가지 일에 시간을 쏟는다는 건 자연히 다른 일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인다는 뜻. 그러니 균형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것도 극단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 모든 일에 관심을 쏟으려 하다 보면 그 모든 일에 대한 노력이 부족해지고, 제대로 완수되는 일이 하나도 없게 된다.
기적은 바로 극단에서 일어난다. 극단을 추구하다 보면 자신의 한계를 맞닥뜨리게 된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성공이 자신이 지닌 능력의 한계 가장 바깥쪽 가장자리에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아침 루틴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년의 나는 일이 가장 중요해서(=일이 최우선순위라서) 모닝페이지도 to do list가 되어버리기 십상이었고, 명상을 할 때도 일 생각이 났고, 운동을 하러 가기 전이면 늘 고민했다. ‘운동 대신 지금 바로 일을 시작하면 최소 1시간은 더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여러 가지 행위를 하는 루틴이 나에게 맞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뭘 하든 예열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나란 사람은 당연하게도 무언가를 하고 다음 행위로 전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차를 내리는데도, 명상이 끝나고 옷 갈아입고 운동하러 가는데도, 운동하고 와서 씻고 외출준비를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아침 루틴에 가지 수가 많으니 늘 계획한 시간을 오버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지속이 힘들었다.


쓰라린 실패담은 여기까지. 그래도 회고해 보면 전반적으로 한 해 동안 많은 걸 해냈다. 일하는 나를 계속 알아차리며 자꾸 커다란 목표 앞에 두려워하기보다 작은 목표를 만들어서 가볍게 시작하는데 의의를 두었고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독립출판도 했고, 리추얼 메이커도 기회가 되어 시작하게 되었다. 성공의 원인도 결국은 일에 우선순위를 두었기 때문이었다.


뭔가를 제대로 해내려면 나의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투입해서 집중해도 될까 말까인데, 한정된 나의 시간을 쪼개어 많은 곳에 분산시키니 당연히 제대로 되기 힘들었던 거다. 결국 중요한 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꼭 정해야 한다는 것. 

대신 그 우선순위를 위해 언제까지, 어디까지 몰입할 것인지도 잘 정해두어야 한다. 무너지지 않게 중심을 잡기 위해서 어디까지 갔다가 언제 다시 돌아와야 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결국 중심을 잡기 위한 자신만의 진폭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저자는 개인적인 삶에서는 간격을 짧게 두고 수시로 중심 잡기를 하고, 직업적인 면에서는 그보다 긴 가격으로 중심 잡기를 한다고 했다. 개인적인 삶에서는 가족이나 건강 등 포기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으니 짧은 간격을 유지해야 하지만 일에서는 오랫동안 불균형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다른 걸(직업적인 면에서의 다른 것)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가. '균형'이라는 틀에 갇혀 모든 걸 놓지 않으려 집착적으로 매달렸던 건 아닌가? 특히 하루 단위 안에서 회사 일, 개인적인 일, 건강 등을 배분하고 매일 한정된 시간을 나눠 쓰려고 하니 늘 어느 것 하나 찝찝하게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별로 각기 다른 주기가 필요하다. 제대로 성과를 내고 싶은 것에서는 아슬아슬하더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한 해의 목표가 굳이 필요한가 생각했던 마음 자체가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던 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건강도 챙기고, 일도 열심히 하고, 일기도 쓰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그냥 열심히 살면 되겠지 하며 안일했다.


구정도 지났고 진짜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올해의 목표를 재정비해본다.

나에게 중요한 우선순위와 나만의 진폭으로 나다운 일상을 만들기로. 마음처럼 안될 때, 회고하고 다시 시도하기를 반복하며 연말에는 나에게 맞는 그래프를 그려볼 수 있기를.




WORK

회사 일 (주중의 80%)

- 3주 목표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하나씩 정해서 집중하고 완료하기

- 3주 주기보다 짧게 끝낼 일이 있다면 한 주에 하나씩 완료하기

- 4주차에는 완료된 프로젝트 회고하기

개인 일 (주말의 70%)

- 완벽주의와 강박을 내려놓기 위한 과정에서 생긴 심리에 대한 공부

- 리추얼하며 느끼는 글쓰기와 커뮤니티의 힘에 대한 글을 꾸준히 쓰기

- 독립출판물 만들기


LIFE

몸의 건강 : 재택 하는 날 20~30분 운동하기 (주중의 10%)

마음의 건강

- 저녁에 책 읽고 일기 쓰기 (바쁜 날은 일기만) (주중의 10%)

- 부모님께 자주 연락하고 시간 보내기 (주말의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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