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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Bori May 09. 2023

오프라인 커뮤니티 이벤트, 밑미책방 준비과정

밑미책방은 밑미 커뮤니티와 함께 이렇게 만들어졌어요!

아담한 카페에서 열린 북마켓에서 셀러들과 친해진 경험에서 시작


작년 가을, 독립출판을 하고는 스무 팀 정도가 참여하는 작은 북페어 두 곳에 참여했었다. 이전까지는 언리미티드에디션이나 퍼블리셔스테이블 같은 주로 큰 페어만 가본 적이 있었는데, 부담 없이 시작해 보려고 참여한 작은 북페어의 경험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이유는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는데, 바로 참여하는 셀러들의 책을 구경하고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고 프라이빗한 저자와의 만남인 동시에 비슷한 과정을 경험한 이들끼리의 연대감도 느껴졌다. 아침에 완판을 기대하며 돌아올 때는 가벼운 가방을 기대했것만, 내 책이 있던 자리에 더 많은 다양한 책을 채워오느라 가방이 올 때보다 더 무거웠다. 다음날 집에서 차분히 그들이 쓴 책을 읽으며, 그분들의 표정이 떠오르고 목소리가 음성지원되는 듯하여 책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한건 그때였던 듯하다. 

밑미홈 옥상에서도 이런 북페어 하고 싶다.


추워지기 전에 야외 프로그램을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한 시기였지만, 내년 봄이라도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리추얼 메이커 몇 분께 혹시 밑미홈 옥상에서 북마켓을 한다면 함께 해 보고 싶으신지 여쭤보았다. 역시나 많은 분들이 일정만 미리 조율할 수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그렇게 겨울을 보냈다. 


유난히 일찍부터 벚꽃을 고대하던 2월 말. 

2022년 버전으로 밑미팀이 준비하고 리추얼 메이커가 셀러로 참여하려고 했던 <밑미 북마켓>은 겨울을 나면서 2023년에 밑미가 더 집중하고 싶은 ‘커뮤니티’ 한 방울을 찐하게 더해보기로 했다. 

밑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미리 신청해서 본인이 직접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고, 자신의 기록물도 전시하고, 책 소개나 판매 외에도 다양한 독서리추얼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밑미팀은 나서서 직접 뭔가를 진행하기보다 판을 잘 깔아보고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펼쳐볼 수 있도록 서포트하기로 했다. 



밑미 커뮤니티의 꽃, 치어리더와 함께 준비


정기적으로 치어리더 분들을 만날 때면 늘 스무 명씩 참여하는 온라인 리추얼 외에도 오프라인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는데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는 소식을 알렸다. 밑미 북마켓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치어리더 슬랙방에 전한, 밑미 북마켓을 함께 준비할 멤버 모집 소식


그렇게 열 분 정도의 치어리더가 모였고, 혼자 생각하던 밑미 북마켓은 치어리더와 밑미팀의 다양한 의견이 핑퐁 되는 사이 아주 다채롭고 풍성해졌다. 몇 번의 줌미팅과 밑미홈에서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준비했고 대부분의 의견들이 실제 반영되어 진행되었다. 


치어리더와 열정적으로 토론한 밑미책방 줌미팅


치어리더의 의견으로 태어난 프로그램들

낱장전 (강원 & 경이)

노트나 책만 전시하면 참여하는 사람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니 기록을 전시하면 어떨지? 낱장으로 전시하고 그 종이의 글에 공감되는 글에 밑줄도 긋게 하고 피드백도 남길 수 있게 하자. 이름도 낱장전 어때요? 

 

문구밭 응원길 (두두)

밑미에는 문구덕후가 정말 많잖아요!! 저는 문구 나눔 하고 싶어요. 와서 응원의 문구를 쓰면 문구를 가져갈 수 있게 해서 밑미의 응원 댓글을 메모장에 꺼내서 보여주고 싶어요!


오프라인 문장수집과 댓글달기 (유월) 

온라인으로 리추얼방에 글을 남기고 댓글을 쓰듯이 오프라인으로 책에서 만난 문장을 적어두고 가면 포스트잇으로 댓글을 붙이게 하면 어떨까요? 


중고책방 (경이)

단순히 책을 사고팔기보다는 그 책을 읽은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이 담긴 책을 우리는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중고서점에서는 밑줄이나 낙서가 있는 책은 안 팔잖아요. 근데 우리는 오히려 그런 책을 더 소중하게 소개하는 거죠! 판매하거나 나눔하는 책에 대한 소개글도 직접 쓰면 좋을 것 같아요! 


덕분에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자리에 머무르기보다는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이름도 그에 맞춰 밑미 북마켓에서 밑미책방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밑미의 치어리더란 : 매달 반복되는 온라인 리추얼이 반년정도 진행되다 보니 서너 달 이상 오래 그 리추얼을 지속하면서, 함께하는 메이트분들을 응원해 주는 역할을 해주는 분들이 생겨났고, 치어리더라는 딱 맞는 이름을 지어드렸다. 치어리더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곳을 클릭)



밑미 메이트분들의 참여도 기다려요!


치어리더의 열정을 보면서 메이트 중에도 분명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밑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밑미광장 게시판에 밑미책방 소식을 전하고 밑미책방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분들의 신청을 받아보기로 했다. 링크


밑미광장에 남긴 밑미책방 참여신청



책 나눔으로 가장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셨고, 중고책 판매와 기록물 전시, 그리고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신청해 주신 분들도 계셨다. 신청기간이 종료된 이후 직접 통화하고 참여여부 확정하여 당일 현장에 직접 참여하여 진행해 주셨다. 

다시 읽어도 감동적인 우리가 준비한 밑미책방 취지에 너무 잘 맞는 신청이유를 남겨주신 분들의 이야기들.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따뜻한 문장이 담긴 노트 by 전수진

중학생 아이들과 복작복작 생활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위로를 주고, 언제나 든든한 빽이 될 사람이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밀려드는 쑥스러움과 부족한 말주변 때문에 좋은 구절들을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교직 경력이 쌓일수록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나누고 싶은 문장들도 늘어나네요. 밑미책방에서도 함께 나누고 싶어요.


모든 책에 추천하는 이유와 좋았던 부분에 대한 기록 by 서인

평소 책방에 자주 가고, 읽는 양도 많은 편인데요, 곧 이사를 하게 되어 마침 책을 정리 중이었어요! 그동안 밑미에서 만난 분들과 책 취향이 많이 비슷하였는데, 이번 기회에 얼굴을 뵈며 직접 왜 이 책이 좋았고, 도움이 되었는지 추천하고 추천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저는 책을 깨끗이 보는 편이라 낙서는 없지만 포스트잇 플래그가 많아요. 플래그를 더 흥미롭게 봐주실 것 같아서 그대로 두고, 가져가는 모든 책에 책을 추천하는 이유와 좋았던 부분에 대한 기록을 끼워 둘 예정입니다 :)


나에게 하고 싶은 말에서 위로를 받은 책 by 김민주

밤이면 삶이 피곤해진다. 모호한 감정과 만성인 불안을 다스리려 밤마다 책을 읽었다. 마음에 닿는 글을 만나려고. 그러지 못한 날이면 감정을 어찌할지 몰라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일기에 담았다. 그때 깨달았다. 나를 돌보고 가꾸려는 마음이 그 어떤 글보다 (내가 쓴 문장에) 명료하게 위로와 힘을  받는다는 것을. 이 책은 밤마다 머물던 마음의 조각들이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게 쉽지 않은 걸까', '무엇이 문제일까' 스스로 끌어안고 해결하고자 애쓴 흔적들이다. 이 흔적들이 어떤 생각이나 고민에 닿아 끝이 되길 바랍니다.


나에게 편지를 쓰면 책의 문장으로 답장 by 유타

�️ 한 줄 요약 : '나에게로 보내는 편지'에 책 문장으로 답장(문장 처방)을 해 주고 싶어요.
� 계기 : 작년 12월부터 매 달 말일마다 저한테 편지를 써요. 멋쩍고 쑥스럽기도 하지만, 묘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평소 해야 할 일만 생각하느라,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욕구나 1달 동안 해낸 성과를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면서 있는 그대로 보고 긍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 경험을 밑미 메이트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밑미에서라면 누가 볼까 봐 걱정하지 않고, 솔직하게 편지를 써 줄 것 같아서요. 밑미 레터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적어 주듯이요.  
진행 시간 : 밑미 책방이 진행되는 12시~6시까지
1. 책 문장을 필사한 필사 노트를 전시하면 메이트가 전시된 필사 노트를 마음껏 보고,  
2. 준비된 편지지에 메이트가 편지(자기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써서 놓아두고 가면,
3. 진행자(나)가 2시 반부터 5시까지 편지를 읽어 보고, 필사노트에서 문장을 찾아 편지 답장을 써 준다.
4. 5시부터 6시 사이에 메이트가 진행자(나)한테서 편지와 편지 답장을 함께 찾아간다.
5. 편지를 찾아갈 때, 짤막한 편지 내용이나 메이트의 고민과 관련된 담소를 나눌 수 있다. * 만약 편지를 찾아갈 시간이 없다면 이메일을 남기도록 합니다. 그 메이트에게는 이메일로 문장 처방 답장을 드립니다. 

제안해 주신 프로그램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하시는 분들도 즐기며 참여할 수 있게 제안드렸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그 취지에 맞게 잘 조율하여 준비했다. 



책에서 출발한 온라인 리추얼이 다시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책으로 보여줄 리추얼팀


'리추얼 메이커 중 많은 분들이 본인의 리추얼 스토리를 담은 책을 가지고 계시니 그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면 되지 않을까?' 북마켓의 개념으로 접근했을 때는 사실 이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리추얼 메이커와 그 리추얼을 오래 해온 치어리더 분들은 책과 함께한 리추얼의 시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만들어갔다. 단순하게 셀러의 형태로 참여하게 될 거라 생각했던 리추얼 메이커 개인은 리추얼팀이 되어갔고, 그렇게 북마켓으로 시작한 아이디어는 책에서 확장된 다양한 이야기로 책방에 하나둘 모여 담겼다.  


"우리는 기록서랍방이니깐 서랍장을 사서 한 칸씩 자기 이름 붙이면 어때요? 그동안의 기록 중에 열개씩 뽑아서 포토카드로 만들어 채워 넣어요. 서랍장은 모던하고 세련된 거 노노. 약방서랍 같은 클래식한 걸로. 그리고 다람쥐와 도토리도 구매할 거예요 하핫"


"모두가 쓴 문장메모를 모아서 당일에 오시는 분들이 하나씩 뽑을 수 있게 할래요. 오늘부터 온라인에 쌓인 메이트들의 문장메모 사진 보면서 하루에 10개씩 메모지에 옮겨 적는 리추얼을 시작했어요."


"당일날 현장에서 진 만드는 워크숍 진행하려고요. 종이에 실, 바늘까지 준비물도 저희가 다 챙겨갈게요!" 


"저희는 6개월 이상 쓴 일기를 모아서 독립출판하려는 메이트 다섯 분의 책과 엽서북을 가지고 갑니다." 


리추얼별로 그 방의 분위기와 특색을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고 웃자고 던진 이야기를 찰떡같이 받아서 실행하며 준비했다. 책을 매개로 시작된 리추얼은 메이트의 시간 속에서 메모, 문장, 노트가 되었고 다시 책이 되어 새롭게 탄생했다. 무엇보다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던 건, 카톡단체채팅방에 ㅋㅋㅋ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 



D-2주 차, 공간별 프로그램 확정 및 참여자를 위한 안내


제작물을 발주하고, 진행할 프로그램을 확정해서 참여하는 분들께 슬슬 공유해야 할 시점. 밑미책방이 진행될 밑미홈 공간별로 프로그램 상세 운영계획과 마케팅을 위한 포스터/엽서/리플릿/소개자료, 그리고 노션페이지를 정리했다. 프로그램과 공간, 준비할 것, 결제 안내 등등


밑미책방 북마켓 : 왁자지껄 만나고 소개하고 사고파는 마켓은 옥상인 5층에서
                        <리추얼을 소개해요>, 밑줄과 생각이 담겨 더 소중한 <USED BOOKS>

밑미책방 독서실 : 고요하게 나를 들여다보고 쓰는 시간은 편안한 마루 같은 4층에서

                        <나에게 보내는 편지>, 책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 <밑미타임>

밑미책방 전시실 : 메이트의 기록을 전시하고 응원댓글을 남기며 만들고 꾸미는 건 2층에서

                        언젠가 책이 될 소중한 우리의 <낱장전>, <문구밭 응원길>




3월은 연초부터 준비하던 밑미팀의 여러 프로젝트의 디데이가 몰려 겹쳐버리는 바람에 디자이너 혹사기였다. 디자이너의 리소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다가 독립출판하며 익혀둔 출판용 편집프로그램으로 엽서와 네임텍, 프로그램 소개서, 층별 안내, POP 등을 만들었다. 별거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 (독립출판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역시 모든 경험은 다 쓸모가 있다.)

디자인 소스를 활용해 인디자인으로 만든 엽서 디자인


D-1주 차 ~ D-1, 공간 세팅하기 & 펀치리스트 없애기


전시기록을 모아 하나의 포맷으로 정리하고 층별로 당일 진행을 위해 필요한 준비나 디스플레이를 위한 준비물을 구매하고 공간을 정리하고 세팅했다. 겨우내 닫혀있던 옥상도 정리하고, 대형 파라솔도 펼쳐보고, 테이블도 꺼내서 세팅하고...

참여하실 분들과 밑미홈에서 만나 현장 상태도 함께 점검하고 준비물도 체크하고 다음날 진행할 프로그램에 대해 최종 확인했다. 각 공간별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해주신 치어리더나 메이트 분들이 낱장전 전시 디스플레이도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되고 엄청 감사했던 날. 함께 떡볶이를 시켜 먹고 내일 신나게 놀아보자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드디어 내일이구나아! 

전날이 되고 보니 이제야 비로소 두근거림과 함께 사람들이 안 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소소하게 SNS로 준비소식을 전하며. 소풍 전야제처럼 콩닥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잠자리에 들었다. 


D-1, 층별로 치어리더분들과 함께 세팅한 밑미홈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기를 바라며...




밑미책방 당일의 이야기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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