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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Bori May 18. 2023

자연스럽게 드러날 테니,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빠른 속도는 우리의 의식을 산산이 조각내고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수백만 개의 파편으로 쪼개버린다. 
속도에는 고유의 흐릿한 아름다움이 있다. 
속도는 상대적이다. 비교할 다른 기준점 없이 속도는 무의미하다. 

ㄴ 속도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비교가 시작되었다는 의미 


가능성으로 텅 비어 있는 새 페이지

ㄴ 잘하려고,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이 뭘지 생각하면 백지가 두렵겠지만, 내가 자유롭게 쓰고 싶은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신나지 않나 


좋은 목록 작성의 비결은 범주를 제대로 세우는 것. 범주는 다양한 항목을 아우를 수 있을 만큼 커야 하지만 생각을 잘 감쌀 수 있을 만큼 작아야 한다. 

ㄴ 범주 세팅이 차별성의 출발이자 전부가 아닐지 


세이 쇼나곤의 <베겟머리 서책>은 개인적 즐거움을 위해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것을 적은 개인의 일기다. 
그녀의 대담함에, 소소한 것들을 향한 사랑에, 뜻밖의 장소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능력에 매료된다. 
서술의 맥락도,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도, 심오한 주제도 없다. 크고 작은 관찰을 섞은 잠발라야다. 짤막한 글과 생각과 일화를 누빈 불규칙한 퀼트다. 
즈이히츠는 일본의 글쓰기 아닌 글쓰기 기법으로,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따라가 지적 가려움을 긁은 다음,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 글에 구조를 부여한다기보다는 구조가 스스로 나타나게 한다. 
가끔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니 움직일 것. 지금 있는 곳에서부터 움직이기 시작할 것. 일단 붓을 들고 붓이 어디로 향하는지 지켜볼 것. 

그의 이야기가 쌓이면 그만의 '다움'이 드러나기 마련. 요즘 무용한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쓸모를 고민하고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그렇게 내 의도가 없이 자동적으로 쌓이는 걸 통해 궤적을 발견하고 싶다. 


쇼나곤은 세상을 묘사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세상을 묘사한다.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그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쇼나곤은 말한다. 너만의 것으로 만들어.

ㄴ 무엇이 좋아 보일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할지 타인의 기준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다 보면 이에 동의하는 의견이나 비슷한 취향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없어도 어쩔 수 없고.


진정한 기쁨에는 놀라움, 예상치 못한 전율이 있다. 쓰디쓴 뒷맛을 남기지 않는다. 진정한 기쁨은 오는 줄도 몰랐던 것이기에 사라져도 그립지 않다. 
삶은 수만 가지 작은 기쁨의 총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름다움은 덧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순식간에 사라지는 삶의 작은 기쁨을 즐기려면 느슨하게 쥐어야 한다.

ㄴ 매일 지나쳐가는 작은 기쁨들을 발견하는 것 = 진정한 기쁨을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것.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그 불확실성이다. 


얼룩 없이 깨끗한 것에만 쇼나곤이 기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쇼나곤이 찬미하는 많은 물건은 오래되고 낡았으며, 심지어 더럽다. 불완전함을 향한 사랑을 일본인들은 와비라고 부른다. 
쇼나곤이 살았던 헤이안 시대. 역사가 이반 모리스는 '평안'이라는 뜻의 헤이안 시기를 '미를 향한 숭배'라 칭한다.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 정도를 제외하면 최선을 다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문명은 없다. 시를 쓰고, 음악을 연주하고, 몹시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었다. 
삶이 곧 예술이었고, 예술이 곧 삶이었다. 
이 시대의 일본인은 관념적인 추론보다 미적 경험을 더욱 귀하게 여겼다. 그중에서도 시가 가장 으뜸.

ㄴ 와비를 따르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떠오르는 문장. 나는 확실히 아니지만, 이제는 그런 삶을 추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글


편리함에는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 즉 '편리세'가 있으며, 잃어버린 친밀함과 박탈당한 아름다움이 바로 그 비용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자기 주위에 무엇을 두기로 선택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무엇을 두느냐는 선택이다. 
어떤 것이 자신의 선택임을 깨닫는 것은 더 나은 선택으로 향하는 첫걸음
헤르만 헤세가 말했듯 "일하는 동안 곁에 두기 위해 처음으로 작은 꽃을 꺾은 사람은 인생의 기쁨에 한 발짝 다가간 것이다." 

ㄴ 내가 자주 옆에 두는 것. 그중에 또 내가 자주 쓰는 것. 이걸 비교해 보면 내가 추구하는 것과 진짜 좋아하는 것의 차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삶에서 흔히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작은 것들의 위대한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할 수도 있다.

ㄴ 하찮은 일을 할 시간이 없다며 크고 중요한 것을 추구하지만 내 주변에서 아주 자주 놓치고 사는 작은 것들의 총합이 어쩌면 이보다 더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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