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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컨셉 : 좋은 재료를 가진 변호사를 초대하기

WORKLIFE : 차별화를 만드는 형식미, ‘변호사의 글쓰기’ 1편

by 보리 Bori

컨텐츠에서 컨셉을 잡는 법이 궁금하다면

창간 첫 해에 법률미디어 <로웨이브>의 특집 기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특집 주제를 4~5편으로 나누어 각각 변호사 약 3~5명 서면 인터뷰를 편집한 기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문 변호사 필진 1인이 기사를 주도하는 형태의 기사이다.

이 글에서는 미니 인터뷰 형식의 특집 ‘변호사의 글쓰기’ 5편의 기사가 완성되기까지 과정을 ‘기획-취재-비하인드 스토리’의 세 단계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배경에서 특집이 기획되는지, 기획 단계에서는 어디까지 사전 조사를 하는지, 담당 에디터는 어떻게 취재하고 기사를 완성하는지, 그렇게 발행된 기사의 결과는 어땠는지까지 실무의 진행 과정과 결과까지.


이 특집을 준비하는 에디터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과정은, 특집 전체와 각 기사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추리고, 그 메시지가 잘 보이도록 구조를 만드는 ‘컨셉’을 잡는 과정이었다.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 ‘내용이 좋으면 되지, 컨셉이 그렇게까지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는데, 어울리는 형식미를 만들어내기 전과 후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 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컨셉이 어떻게 차별화 요소가 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10가지 원칙, step by step, do & don’t 등 적용할 수 있는 형식의 다양한 예시를 고민하고 실제 기사에 접목해 보는 경험 또한 흥미로웠다.


컨텐츠가 잘 인식되도록 만드는 컨셉이란 무엇인지, 기사에서 컨셉은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구축해 가는지, 실무에서의 적용법이 궁금한 분들에게 힌트가 되기를 바라며, 세 달에 거쳐 진행된 특집 기사 리뷰 시작.




변호사의 페인포인트에서 소재 찾기 : 아이디어 회의

로웨이브 첫 특집인 전국법원지도가 절반 정도 진행되었을 무렵, 슬슬 다음 특집 아이디어 논의를 시작했다. 어떤 주제가 좋을까? 그간 인터뷰했던 변호사님들의 말을 복기하며 변호사들의 페인포인트를 다시 하나씩 꺼내보았다. “아직은 법률 지식이나 이해도가 높지 않아서 세세한 ‘업무 노하우’를 다루기는 부담스러운데, 바로 ‘개업’으로 돌입하기에 이른 감이 있고, ‘이력서나 면접 팁’은 변호사의 업의 본질을 다룬 다음 순서가 좋을 것 같고…” 아이템이 하나하나 사라져 가면서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갈 때쯤, 갑자기 편집장님의 눈이 반짝했다.

“글쓰기 어떨까?”


법조계를 탐구하면서 알게 된 건, 변호사에게 ‘말하기’보다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려한 변론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자주 노출된 모습일 뿐, 실제 변호사는 엄청난 서류더미 사이에서 서류를 읽고 글을 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실제 법정에서도 미리 제출한 서류를 각자 다 확인한 후 재판이 시작되면 5분 이내로 서로 확인하는 과정만 진행된다고 했다. '글쓰기'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변호사에게 중요한 업무이면서 에디터들이 하는 일과도 교집합이 있으니 편집부도 자신감을 가지고 변호사를 더 깊이 알아가며 기사를 준비할 수 있을 주제였다.



기획의 나침반 : 목적 설정

글쓰기는 변호사의 핵심 역량 중 하나이다. 이 특집 기사를 읽고 변호사로 하여금 ‘나도 글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동기를 불어넣는 것. 그 마음을 붙잡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 이번 특집기획의 목적은 이것이다.



모든 기획의 출발 : 자료조사

‘변호사’와 ‘글쓰기’로 검색되는 책의 목차를 살펴보고 참고할 만한 책을 리스트업 했다. 『변호사의 글쓰기 습관』, 『법률가의 글쓰기』가 가장 적합한 책으로 검색되었고, 『법률문장 어떻게 쓸 것인가』 등 법무법인에서 엮은 책도 있었다. 기자가 쓴 글쓰기 책도 여러 권 있었는데, 직업적 글쓰기의 측면으로 참고했다. 도서관에서 관련된 책을 살펴보고, 중요한 책들은 집에 데려왔다. 이 외에도 법률 미디어나 교육자료 등으로 연재된 글을 엮은 자료집들도 있어서 다운로드하여 참고했다.

이제 읽고 소화하는 시간. 기존의 자료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인상적인 내용이나 관점은 하이라이트, 그리고 변호사 저자나 기사를 기고한 변호사 정보 등을 모았다. 어떻게 3~4편의 기사를 어떻게 구성해야 유용할지 고민하면서.



특집의 기사를 구별하는 기준점은?

법률가부터 기자, 작가까지 누구를 위한 글쓰기 책이든 공통점이 있었다. 모든 글쓰기법의 귀결은 결국 ‘독자’에 대한 이해였다. 여기서 출발하면 어떨까? 첫 기획안은 “변호사가 쓰는 글 독자의 눈으로 보기”로 잡아보았다.

서면: “재판부”의 눈으로 보는 설득하는 글쓰기

주석서·기고문: “변호사 독자”의 눈으로 보는 설명하는 글쓰기

홍보글: “의뢰인”의 눈으로 보는 알리는 글쓰기

사적인 글: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글쓰기


하지만 의뢰인의 입장에서 좋은 홍보글의 공통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 자기 치유적 글쓰기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지, 뒤로 갈수록 독자의 의견을 과연 방법론으로 모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며칠 째 생각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일 때쯤, 다시 편집부 회의를 진행했다.



누구도 선점하지 않은 빈 땅에 컨텐츠를 위치시키기!

기획안을 본 편집장님은 우선 변호사가 주로 쓰는 글을 기준으로 네 편을 구성하는 것과 재판부의 입장에서 서면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아이디어에 공감했다. 이제는 변호사를 독자로 하는 글쓰기 특집이 차별성을 갖기 위한 컨셉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특집이 어떤 형식과 내용일 때 변호사에게 유용하고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했다.


결국 변호사가 쓰는 글을 제일 잘 아는 건, 변호사밖에 없잖아. 좋은 글은 좋은 재료에서 출발해. 우리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는 변호사를 최대한 많이 초대하자



그렇게 ‘변호사의 글쓰기’ 특집 기획은 아래와 같이 정리되었다.

기획 방향 : 글쓰기 고수에게 듣는다

취재 방법 : 각 종류별 글쓰기의 전문가 3~5인을 섭외하여 서면 형태로 미니 인터뷰 진행

기사 형식 : 글쓰기의 힘을 경험한 변호사들의 인사이트를 모아서 How-to 형태로 임팩트 있게 전달

구성

1편. 서면 : 좋은 서면의 특징, 설득력을 갖추는 방법, 자주 하는 실수, 훈련법, 퇴고법, 조언 등

2편. 주석서·기고문 : 집필 계기, 준비 기간, 언제 어떻게 썼는지, 힘든 점, 뭐가 좋은지, 변호사에게 추천하는 이유 등

3편. 홍보를 위한 글 : 소재, 활용 플랫폼, 투자하는 시간, 효율적인 방법, 방문자 수, 수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등

4편. 사적인 글 : 원동력, 쓰고 있는 글이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 추천하고 싶은 변호사, 긍정적인 변화 등


에디토리얼 씽킹에서 편집장님은 "컨셉은 톡톡 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식과 포지셔닝을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글로만 접하던 '다양한 글쓰기 책과 자료가 선점하지 않은 빈 땅을 찾고 우리의 컨텐츠를 그곳에 위치시키는 것이 진행되는 과정'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컨셉이 잡히고 나니,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도 내가 완성할 기사가 어떤 내용과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할지 선명하게 상상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취재원으로 누구를 섭외해야 할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컨셉은 컨텐츠 소비자에게도 창작자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취재원 리서치 & 공문 초안 작성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각 파트별 글쓰기 고수 변호사님들을 조사했다. 책을 출간하거나 연재를 하는 등 꾸준히 오래 글을 쓰신 분들을 찾아 리스트업 했다.


1편. 서면

변호사들의 서면을 많이 보았을 판사 출신의 변호사, ‘글쓰기’와 관련해 후배 변호사나 학생 대상으로 강의하거나, 책이나 글을 기고하신 분

2편. 주석서·기고문

변호사 독자를 타깃으로 하는 주석서나 기고문을 쓰는 변호사

3편. 홍보나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글

의뢰인을 타깃으로 하는 책, 블로그, 브런치 등을 꾸준히 쓰는 변호사

4편. 사적인 글

업과 무관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글로 쓰며 자기 치유적 경험을 한 변호사


그리고 우리 매체를 소개하며 이번 특집의 배경과 주제가 무엇인지, 인터뷰를 통해 변호사님께 듣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질문들을 예상하고 있는지를 공문에 담았다. 실제 인터뷰를 진행할 에디터들이 정교하게 질문을 준비하겠지만, 그 기회를 만드는 첫 단추는 공문일 테니, 공문에 담길 질문 예시도 날카롭게 작성하려 노력했다.


1편. 서면에 해당하는 질문 예시

• 논리적인 구조, 간결함 등 좋은 서면을 위한 다양한 요소 중 설득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서면을 볼 재판부의 관점을 고려한 문서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 서면을 간결하게 만드는 퇴고법이 궁금합니다.

• 많은 변호사들이 실수하는 잘못된 맞춤법이나 문법에 맞지 않는 예시가 있을까요?

• 관행처럼 사용되는 구조나 형식, 표현 등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 구조적으로 군더더기가 없는 서면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 두괄식이 유리한 경우와 미괄식이 유리한 경우는 각각 어떤 경우일까요?

• 논리적이고 간결하면서도 울림과 강렬함을 남길 수 있으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요?

•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창의적이라고 느끼신 서면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디어부터 기획안 확정, 그리고 4편에 해당하는 취재원 리스트를 꾸리고 공문 초안까지 작성 완료. 이제 기획에서 실행으로 넘어갈 단계다. 이제 실제 발행될 기사를 담당하며 이 특집을 잘 풀어갈 에디터를 찾는다. 다음단계는 기사배당과 인터뷰 진행, 그리고 각 기사의 컨셉을 어떻게 잡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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