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좋아야 국제기구 인턴 하나요?
2021.1
현 직장에 와서 세 번째 면접을 했다.
이 곳은 사람이 들고 나는 일이 참 많다. 특히 인턴 면접은 수시로 진행된다.
이번에는 서울시에서 국제기구에 파견해주는 인턴을 뽑는다. 서울시가 가정형편 등의 기준에 따라 1차로 거르고 그 뒤 직무역량 등을 감안해 국제기구가 최종 선발을 한다. 서울시에서 넘겨받은 받은 명단 6명, 이 가운데 4명을 오늘 면접했다.
이들 4명은 우리 기구에서 직접 뽑는 인턴, 혹은 컨설턴트에 지원했던 사람들과 또렷이 구분되는 점이 있었다. 학력과 영어에서 그러하다.
우리가 직접 뽑는 이들은 대부분 석사 이상에, 외국 대학 졸업자가 상당수다. 국내 대학을 졸업한 사람 중에서도 흔히 말하는 순위로 열 손 가락 안에 드는 대학들을 나왔다. 영어는 대부분 막힘 없이 구사한다. 나는 구시대구나…라는 걸 절절히 느끼게 할만큼.
그러나 오늘 본 친구들 중 외국 대학 졸업자는 없었고, 대학 서열로 따져도 넷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을 나온 친구는 단 한 명이었다. 부모 재산으로 자식들의 기회가 갈리는 게 정당한가 생각하다가도 - 부모 재산 1억 미만은 20점, 3억 초과는 10점 (전체 100점 중 10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차이) - 그나마 재산 기준으로 자르니 국제기구라는 데에서 이 친구들이 면접이라도 볼 기회를 얻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뽑은 인턴이 참 잘했다. 우리 팀에서는.
능력이 좋아 일찌감치 정규직에 합격해 예정보다 내 곁을 일찍 떠난 게 흠이라면 흠.
그렇지만 올해엔 서울시 인턴 파견을 받지 않기로 했다. 다른 팀에 속했던 인턴들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던 듯. '그건 그 사람을 뽑은 팀장과 인사담당자 잘못이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삐져나왔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인턴 공고를 올리면 엄청난 스펙을 가진 친구들이 줄을 서니, 대부분의 국제기구들이 사람 귀한 줄 모른다.
난 이게 맘에 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