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남성에게 포위된 대선 캠프들
2022년 대선은 "젠더 전쟁"이라고 불리고 있다.
외관상 이재명, 윤석열 두 거대당 후보가 2-30대의 마음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2-30대는 '젠더'로 분열되어 있는 듯 보인다. 분열된 2-30대의 마음에 누가 더 가까이 가느냐가 대선 승리의 키일까?
글쎄.
얼마전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닷페이스' 에 출연했다. 여성들과 대화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그러자 당 안팎에서 이른바 '페미 채널''에 출연했다며 갑론을박이 거셌다. 이때 민주당 내 한 축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2030여성 표심을 위해서는 충분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측근을 자처하며, 최근에는 '7인회'의 이름으로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김남국 의원은 이렇게 말하며 반발했다. "이런 곳(닷페이스)에 나가면 2030 여성 표가 나오느냐. 오히려 젠더 갈등을 더 부추기고 논란만 만들었다."
닷페이스가 페미 채널인지 여부, 닷페이스가 2030여성을 대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각기 생각이 다를 터. 민주당 말대로 여성 관련 공약이 잘 마련되어 있다면, 그저 수많은 대선후보 일정 중 하나에 불과한 닷페와의 만남을 두고 저런 내부분열을 외화시킬 이유가 없다. 갈등을 표면화시켜 젠더 갈등에 올라타려는 의도가 없다면.
트위터도 아닌 페북에 7글자 공약을 내건 윤석열 후보의 젠더에 대한 생각이야 말해 뭐해.
눈에 보이는 언어와 몇 가지 행보들로 젠더에 대한 후보, 그리고 양당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진정성을 가늠해보고자 할 때 나는 '이 사람이 누구랑 놀지?'를 본다.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이 누구냐는 내가 가늠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준다.
아래는 한 언론이 예쁘게 그린 양당 후보의 측근그룹이다. 친절하게 사진까지 넣어주었는데, 여성의 얼굴은 딱 한 명이 보인다. 윤석열 캠프의 김은혜 공보단장. 사진 없이 이름만 들어간 사람들 중에는 윤석열 캠프의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있다. 여기에 스쳐지나간 신지혜 전 녹색당 출신 정치인도 떠올릴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는 측근그룹에 넣을만한 인물은 아니다.
반면 이재명 캠프는? 아래 표에서는 "단 1명"도 발견할 수 없다. 20여젼 전부터 이재명 후보를 보좌한 김현지 비서가 저 표 안에 없는 건 다소 의아하지만, 여튼 이재명 후보 주변에 여성의 그림자라곤 그의 아내 뿐인 듯 보인다. 물론 그를 돕는 의원단 중에 젠더 문제만 나오면 소환되는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출신의 권인숙 의원, 해외 유명인사와의 온라인 토크 콘서트에서만 수줍게 자신을 드러내는 강선우 의원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긴 하지만 이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고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무려 2022년에 -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2015년에 남녀동수내각을 구성하면서 "지금은 2015년이잖아요"라고 말했는데 -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최소한의 남녀 기계적 균형도 맞추지 못하는 선거캠프를 보고 있다. 그러면서 젠더를 말한다?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지 않는 게 이상할 따름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해야 한다면, 선거캠프부터 성평등을 고려해 구성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바로 그렇게 구성된 성평등한 캠프에서 성평등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당선이 되면 그 정책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파일에 함께 묶여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젠더 전쟁을 말하지만, 사실 이것은 세대 전쟁이기도 하다.
저 위에 나열된 면면들을 보면 태반이 386세대다. 386+ 남성이 주도하는 선거에서 2030은 편을 갈라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2030세대 남성에게, 혹은 2030 여성에게 어떻게 더 잘 어필해볼 것인가는 거대 양당 후보자 그 누구의 머리속에도 들어있지 않다. 그저 2030세대 '일부'가 시장통에서 확성기 들고 진영을 갈라 싸우고 있으니 옆에서 사탕 하나 쥐어주면서 확성기 좀 내려놓으라고 하는 모양새일 뿐.
닷페이스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가 한 아래의 말은 그런 점에서 매우 적확한 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잘 파악하고 있는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게 문제다. 2030의 마음을 얻는 것은 그들의 승리를 위한 '키'가 아니다.
2030 세대는 남이든 여든 다 똑같은 위치에 처해 있는데요. 기회 부족에 따라서 너무 상황이 어렵습니다. 미래가 없고 도전할 기회조차도 없다는 똑같은 피해자들입니다. 그 안에서 여성이란 이유로 추가의 피해를 보는 것이지요.